마왕의 계획

37. 돌발은 실수가 아니었다.

by NaeilRnC
37. 힘을 잃은 마왕.png

마왕은 도시로 돌아왔다. 지팡이를 짚고, 걷는 속도는 느렸지만 그의 눈만은 느려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이제 더이상 그를 알아보지 못했지만, 힘없는 노인에게 다가와 괜찮은지 물었다.

"할아버지, 괜찮으시죠?"

"난 괜찮네."

"네 괜찮으셔서 다행이에요."


발두르는 지금의 상황이 매우 재미있었다. 그가 지배하던 시대에는 적어도 방향은 있었다.

'내가 세상을 지배하던 때에도 방향성은 있었다. 지금처럼 멈추진 않았어'


순간, 발두르는 노곤의 파동을 느꼈다. 드디어 그가 깨어나 걷기 시작했다.

'아직은 아니야. 하지만 곧 답을 찾을 것이다.'


발두르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이 흐르고 있었지만 맑은 날이었다.

"자! 기상의 영웅이여! 네가 이 침묵을 어디까지 견딜 수 있을지 지켜보겠다."


그는 힘찬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리고 확신했다. 이제 이 세계의 문제는 너무 많은 '괜찮음'이었다.

'내가 사라져도 멸망은 오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사라진 뒤에 오는 건 선이 아니라 공백이다.'


그는 어제의 돌발을 떠올렸다. 힘찬 앞에서 소리치듯 달려들던 순간. 격분으로 보였을 장면. 패배자의 발악처럼 보였을 그 장면은 사실 발두르의 연출이었다. 세상은 오랫동안 악을 기준으로 방향을 잡아왔다.

악이 있어야 선은 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적이 있어야 사람들은 결정의 필요성을 잊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악이 사라지면? 그 자리에 자동으로 선이 올 수 있을까? 오히려 방향이 먼저 사라진다.


발두르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래서 어제 그는 쓰러질만한 악으로 연출을 했던 것이다.

사람들에게 명확한 장면을 남기기 위해. 누가 무엇을 이겼는지, 누가 무엇을 책임져야 하는지.

'세상은 언제나 이름을 원한다. 그리고 이름이 생기는 순간부터 그 이름은 소비될 뿐이다.'


그는 다시 한번 웃었다. 어제 힘찬이 꺼뜨리지 않고 잠재웠던 불은 선한 행동이었다.

힘찬은 사람들의 선택을 지우지 않으려 했기 때문에 그림자도 지울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 자네는 결국 끝내지 못 했지!, 그리고 그림자를 다시 봉인했어'


발두르는 고개를 들어 노곤이 잠들어 있는 방향을 응시했다.

노곤에게 그림자를 다시 돌려보낸 것은 힘찬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은 노곤이 오해하기 딱 좋은 기회였다.

'이제 관계가 전장을 만들 것이다. 힘찬! 너는 이제 어떻게 할 것이냐?'


한편, 원인을 찾아 길을 나선 노곤은 여전히 걷고 있었지만 전혀 귀찮지 않았다.

그리고 점점 힘을 되찾아 가고 있었다.

37. 꿈에서 걷는 노곤.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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