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정지라는 이름의 재난
마왕 발두르의 그림자가 다시 봉인되었지만, 세상은 아무렇지 않았다.
사람들은 출근했고, 아이들은 학교에 갔다. 상점은 문을 열었고 하늘은 맑았다.
일부의 사람들은 너무 조용한 날들이 오히려 불안했지만 대부분은 신경 쓰지 않았다.
왕국에서는 회의가 열렸다. 아직도 노곤으로 인한 재난에 대한 복구가 진행 중이었기 때문이다.
"오늘의 회의 안건은 지연된 사업에 대한 대책과 책임자 지정입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문제가 없잖아요."
"그렇죠? 그럼 조금 더 지켜볼까요?"
"이제 끝난 거죠?"
그 말이 모든 회의의 끝이었다. 반대는 없었다. 반대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예산은 남았고,
책임자는 없었지만 책임자가 없으니 실패도 없었다. 세상이 멀쩡하기 때문이다.
다음날 새벽, 힘찬은 평소와 같이 눈을 떴다. 그런데 늘 따라오던 기상의 기운이 생기지 않았다.
세계가 그를 부르지 않는 느낌. 힘찬은 깨달았다. 기상은 세상을 끌고 가는 힘이 아니다.
세상이 요구할 때만 응답하는 힘이었다. 그런데 지금 세상은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적이 사라졌지만, 사람들은 모르고 있었고 신경 쓰지도 않았다. 하지만 점점 세계는 방향을 잃어갔다.
사람들은 불평도 하지 않았고, 저항도 하지 않았고, 걱정도 하지 않았다. 그저 "괜찮다"를 반복했다.
"괜찮으시죠?"
"네. 괜찮아요."
"그러게요. 별일이 없어요."
그 시각, 다시 노인으로 돌아온 발두르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짧게 웃었다.
"그래, 내 그림자가 사라져도 세상은 변하지 않는군."
"하지만 이건 평화가 아니다.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는 상태지."
그는 마지막으로 노곤이 잠든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힘찬을 떠올렸다.
'이 침묵은 언젠가 누군가를 책임으로 밀어 넣을 것이다. '
한편, 노곤은 자신의 꿈속에 다시 봉인된 마왕의 기척에 잠에서 깨어났다.
'뭐지? 이건 발두르의 그림자가 아닌데!'
'그런데 왜 귀찮지 않은 거지?'
이질감에 놀란 노곤은 원인을 찾기 위해 일어나 걷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