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기지만 않으면 된다.
운동을 다시 시작하려 한다.
언젠가부터 이직 기간의 대기 시간이 점점 길어지면서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계속 했다.
하지만 실행은 늘 뒤로 밀렸다.
직장을 구하면 서울로 출퇴근을 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고, 언제 구해질지 모르는 막연함도 있었다.
컨설팅 일을 하다 보면 잘 시간도 부족한데, 그 시간을 쪼개 운동을 한다는 건 어딘가 배부른 소리 같다는 핑계가 붙었다.
결국 핑계는 늘 비슷했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
직장을 다니며 박사과정을 밟는다는 건 체력적으로 쉽지 않았다.
그럴수록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해졌는데도, 나는 매번 ‘시작이 어렵다’는 말을 몸으로 증명했다.
시작이 어렵다는 말은 사실 시작을 미루기 좋은 문장이다.
그런데 이제 나는 이곳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고, 박사과정은 잠시 내려놓기로 했다.
내려놓는다는 말은 쉬어간다는 말처럼 들리지만, 내게는 체력을 다시 세우겠다는 선언에 더 가깝다.
지금의 회사는 집에서 도보 28분 거리다.
5시 30분에 일어나 밥을 먹고 씻고 7시 30분에 출발하면, 회사에 도착해도 8시가 채 되지 않는다.
출근이 멀지 않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하루가 조금 덜 무너진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운동을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정확히는 “운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마음보다 먼저 몸을 챙겨야 하니까.
그래서 나는 오늘부터, 가장 쉬운 것부터 시작하려 한다. 그래서 헬스장에 찾아가 상담을 받을 예정이다.
사실 헬스장은 다녀본 적이 있기 때문에 딱히 상담을 받을 필요는 없지만, 요즘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파악할 필요는 있다. 이미 신발은 주문을 해 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가급적 회사에서 가까운, 그리고 저렴한 헬스장을 찾고 있었는데 어제 우연히 3달에 12만원짜리 헬스장을 발견하게 되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무엇보다 ‘갈 수 있는 거리’라는 조건이 마음을 덜 흔들었다. 운동은 결국 의지가 아니라 동선이다. 헬스장에 대한 이용 계획은 이렇다.
런닝머신은 최소화하고 하체에 집중
상체는 ‘뱃살을 줄이기’가 아니라 몸을 세우는 방향으로(등·어깨·코어를 단단하게)
아침운동과 저녁운동 중 어떤 것을 선택할지는 미정이지만, 시간대보다 ‘출석’을 우선
식단관리는 따로 하지 않되, 가급적 탄수화물을 줄이는 방향으로(특히 늦은 탄수화물)
그리고 계획을 너무 거창하게 만들지 않으려고 한다. 일단은 주 3회가 목표다.
월·수·금이든, 화·목·토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 요일이 아니라 빈칸을 만들지 않는 리듬이다.
시간은 40~60분으로 제한한다. 들어가서 10분 정도 몸을 풀고, 하체 위주로 30분쯤 집중하고, 마지막 10분은 가볍게 정리한다.
“오늘은 어디 가서 무슨 운동을 했다”가 아니라, “오늘도 갔다”가 남도록. 내 몸은 대단한 루틴보다, 대단치 않은 반복에 더 잘 길들여진다. 그리고 한 가지 보험을 들기로 한다. 못 가는 날을 없애는 게 아니라, 못 갔을 때 다시 돌아오는 길을 미리 정해두는 것.
한 번 빠지면 죄책감이 붙고, 죄책감이 붙으면 계획은 쉽게 포기된다. 그래서 나는 ‘0 아니면 100’을 금지한다. 주 3회가 무너지면 주 2회, 주 2회가 무너지면 주 1회라도 간다. 규칙은 단순하다. 끊기지만 않으면 된다.
여기까지.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건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내일도 할 수 있는 최소한이다.
이제는 그 최소한을, 미루지 않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