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느낌77-1

그저 그런 하루?

by NaeilRnC

8시 10분에 출근했는데 본청 당직실에서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이 사람들은 아침 7시에 전화를 하면 누군가 받을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어쨌든 급한 일이니 했겠지 싶어 바로 전화를 걸었다.


오늘 새벽, 상권에 오래전 설치되었던 전구에서 연기가 올라와 소방이 출동했다는 내용이었다.
당연히 우리가 설치한 시설이라고 생각하고 연락을 했다고 했다. 일단 전화를 끊고 현장으로 갔다.

눈으로 보기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그래서 다시 당직실로 전화를 걸었다.


“여긴 저희가 설치한 구역이 아닙니다.”
“아….”


짧은 정적. 맞다. 그곳은 내가 오기 훨씬 전에 설치된 시설이었고, 우리 담당 구역도 아니었다.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화재로 이어지지 않았고, 상권에서 큰 일이 날 뻔한 상황을 빠르게 확인한 건 다행이다.

아침부터 쓸데없이 한 바퀴 돌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오늘은 여기까지겠지’ 싶었다.


그 생각을 하자마자 국장님이 찾으셨다. 어제 일 때문이었다.

“어제 일일업무보고에 적힌 내용대로면 사단이 난 건데, 왜 보고를 안 했어요?”


나는 분명 팀장님께 보고를 드렸다. 그래서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럴 거면 중간에 관리자는 왜 있는 거지.’


그 다음부터는 보고서에 대한 검토가 시작됐다. 탈탈탈. 문장을 하나씩 털어내듯 지적이 이어졌다.

탈곡기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나는 점점 다른 생각을 하게 됐다.

이게 정말 중요한 일일까. 아니면, 중요한 건 이미 끝났고 지금은 형식을 정리하는 시간일까.


“지금 내 말 듣고 있어요?”
“네, 듣고 있습니다.”
“내가 방금 뭐라고 했는데?”


순간 머리가 멈췄다. 분명 듣고 있었는데, 내용은 남아 있지 않았다. 사람은 몸이 피곤하면 버티지만, 머리가 피곤해지면 버티는 척만 하게 된다. 오늘 아침 근무시간 이전부터 나는 계속 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거의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돌이켜보면 오늘 아침은 특별한 일이 있었던 날은 아니다. 화재가 날 뻔했지만 아무 일 없이 넘어갔고, 보고를 했지만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고, 문서를 썼지만 다시 설명해야 했다. 그래서 더 이상한 아침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계속 일이 있었던 아침. 그래서 오늘은 그저 그런 하루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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