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느낌84-2

정말 신기한 일이다

by NaeilRnC

오늘은 지난번 벚꽃 때처럼 그저 그런 하루려니 했다. 모든 것이 평화로워 보였다.

그런데 늘 그렇듯, 사건사고는 오후에 터진다.


내가 추진계획을 작성할 때까지만 해도 주변 사람들은 말했다. 수의계약 범위 안에서 예산을 편성하면 무난히 넘어갈 수 있을 거라고. 그래서 나도 수의계약 범위를 넘지 않는 선에서 예산을 잡았고, 계약팀장과도 큰 문제 없이 지나갔다. 당시 계약팀장은 내게 “왜 꼭 너희들은 수의계약만 하려고 드느냐”라고 했지만, 어쨌든 결국 사인은 해줬다.


그래서 나는 적어도 이건 정리된 줄 알았다.

그런데 오늘 회계과 담당자가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

“공사 건에 대해서는 1,200만 원이 넘어가면 무조건 경쟁입찰을 진행할 것이다.”


아. 이건 또 뭐지. 어제까지 괜찮다고 흘러가던 일이 오늘 갑자기 안 된다고 바뀌면, 문제는 내 판단이 아니라 이 조직의 기준이어야 맞다. 그런데 이런 곳에서는 늘 반대로 굴러간다.


기준은 흐릿한데 책임은 또렷하다. 말은 바뀌는데, 그 말이 바뀐 뒤의 수습은 늘 실무자 몫이다. 이 사실을 신임대리에게 보고했지만 돌아온 말은 “잘 모르겠다”였다.

팀장님은 일단 던지라고만 한다.

잘 모르겠다는 말은 적어도 사실이라도 되지만,

일단 던지라는 말은 사실상 이거다.


“네가 먼저 맞아보고 와라.”


문제는 다들 그렇게 말하면서도, 나중에 진짜로 깨지면 “왜 그렇게 했냐”고 되묻는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이었다.

내 사업 중 하나는 물품구매다.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서 물품을 구매해야 하는데, 정작 이 회사에는 그걸 제대로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신임대리에게 물어봤지만 “난 해본 적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고, 팀장님은 “유튜브를 찾아보라”고만 했다. 정말 신기한 일이다.


회사는 일을 준다. 그런데 방법은 모른다. 책임은 분명히 내 몫이다. 그런데 설명해주는 사람은 없다.

모르면 배우면 된다고들 쉽게 말한다.


그런데 이 조직은 배우게 하지 않고, 알아서 깨지면서 배우라고 한다. 교육은 없고, 인수인계는 없고, 기준은 바뀌고, 도와줄 사람도 없다.


그런데 결과는 요구한다. 이쯤 되면 일을 시키는 게 아니라 실무자를 시험하는 것에 가깝다. 그리고 더 웃긴 건, 이런 구조에 익숙한 사람들은 이걸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모르면 찾아보라 하고,

안 되면 던져보라 하고,

깨지면 다시 고치라 하고,

그러다 정말 사고가 나면

그제서야 실무자 탓을 한다.


그러니까 이 조직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없다.

다만 문제가 터졌을 때 누가 맞을지만 정해져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이런 날이 반복되면 사람은 피곤한 정도를 지나 조금씩 닳는다. 일이 많아서 힘든 게 아니다.


모르는 일을 혼자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구조,

아무도 모르는데 모두가 아는 척하는 분위기,

그리고 그 와중에 결과만 재촉하는 태도가 사람을 더 빨리 지치게 만든다. 정말 신기한 일이다.

이렇게 시스템은 비어 있는데 책임만 또렷하다.


이렇게 아무도 모르는데 실패만 선명하다.

이렇게 도와주는 사람은 없는데 나중에 지적하는 사람은 늘 많다. 그러니 사람은 일에 지치는 게 아니라 구조에 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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