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않는 연구자를 위하여

마침표가 아닌 쉼표

by NaeilR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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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 : 흔들리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있다. 지도교수가 없어서, 연구가 막혀서, 수료를 고민해서, 제도와 현장 사이에서 방향을 잃어서... 이 글은 그 시간을 지나면서 흔들림 이후에 어떤 연구자로 살고 싶은가를 조용히 정리해보고 싶어서 쓰게 된 글이다.


□ 흔들림은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한동안 나는 흔들리는 건 약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흔들렸던 순간을 떠올려보면 오히려 내 주장이 강해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너무 강해서 흔들렸다. 그리고 흔들리는 과정에서 ‘모든 것이 잘 굴러갈 때’는 절대 꺼내보지 않을 질문들을 억지로 꺼내게 되었다.


"왜 이 주제를 붙잡고 있지?"

"이 길을 계속 가는 게 맞나?"

"나는 어떤 연구자가 되고 싶지?"


그래서 나는 오히려 흔들렸던 그때가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흔들렸기 때문에 3일을 아무 생각 없이 누워있을 수 있었고, 흔들렸기 때문에 방향을 다시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 연구는 자격이 아니라 태도로 이어진다.

연구자의 자격을 정의하는 방식은 여럿 있다.

어떤 학위를 가졌는가, 어디에 소속되어 있는가, 어떤 저널에 논문을 냈는가 등등 하지만 이런 조건들이 지금은 다르게 생각된다. 한때 나는 연구자는 계속 질문을 던지고, 불편한 사실을 외면하지 않고 자기 관찰과 타인의 데이터를 함께 놓고 고민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제도와 자격으로 허용되는 일이 아니라 질문을 유지하는 태도로 이어지는 일이 진짜 연구라고 생각한다. 지도교수가 생겨도 생기지 않아도 학위를 끝내도 수료를 택해도 연구는 계속된다. 왜냐하면 연구란 자격이 아니라 질문을 유지하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 이 글은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다.

어떤 글은 결론을 위해 쓰인다. 하지만 이 글은 그렇지 않다. 그저 지금 이 시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흔들리지만, 그래도 계속 생각하고 있다는 것뿐이다. 박사를 끝내야 할지, 수료 후 다른 경로를 선택할지, 제도 안과 밖을 어떻게 오갈지 이 모든 것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 글은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그저 여기까지 오는 동안 많이 흔들렸지만, 아직 연구자로 살겠다는 마음은 내려놓지 않았다고 말하는 작은 쉼표에 가깝다.


그래서 나는 말할 수 있다. 만약 당신이 무언가로 인해 흔들리고 있다면 그 흔들림은 당신이 이미 중요한 질문과 마주하고 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길을 계속 갈 것인지, 다른 방식으로 내 문제의식을 있어갈 것인지 등의 질문들은 흔들리지 않는 사람에게는 절대 찾아오지 않는다.


흔들리는 지금의 시간은 괴로울 수 있으나 그 시간을 견디고 나면 언젠가 분명히 그때의 고민이 쉼표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연구자로 살아가기 위해 고민하고 흔들렸지만, 어떤 이는 직장 때문에, 어떤 이는 사랑 때문에 흔들릴 수도 있다. 그럴 때 여전히 나를 붙잡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면 충분히 훌륭한 대답을, 출구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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