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세상을 구했고, 그리고 잤다

10. 오늘도 세계는 별일 없이 돌아갔다.

by NaeilR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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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밝았다. 왕은 가장 먼저 노곤의 집 앞에서 눈을 떴다. 언제 잠들었는지도 몰랐다.

사실 서 있는 상태로 잠들었다. 주위를 보니 함께 왔던 사람들도 각자 기묘한 자세로 자고 있었다.

잠의 교단 대표는 기도 자세로. 마법사는 지팡이를 베개로. 기사는 허공에 칼을 든 채로.

꼬마는 “용사 아저씨 최고…”라는 말을 중얼거리며. 왕은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

“마왕은…!?”


성벽으로 달려가 바깥을 내려다보았다. 산 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무언가 있었다.

엄청나게 큰 길쭉하고 납작한 자국이 절벽 아래까지 길게 나 있었다.

그 끝에는 마왕의 망토 조각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이게… 무슨…”


조사 결과, 마왕은 새벽녘에 절벽에서 미끄러졌고 그대로 산을 한 바퀴 반 굴러 내려온 뒤

바위에 튕겨 올라 저 멀리 자기 성 방향으로 날아가 버린 것으로 추정되었다.

그 추정은 아무 근거도 없었지만 그렇게 말하니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는 말했다.

“아마도…용사님이…꿈에서 한 발자국으로 산을 살짝 흔드신 거야…”


아무도 그 장면을 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확신에 찬 표정들이었다.

노곤의 집 안은 여전히 조용했다. 문틈 사이로 규칙적인 코골이 소리만 새어나오고 있었다.

스으으— 크으으—


왕은 조심스레 말했다.

“우리는…그분을 깨우지 않고도 세상을 구했다.”


누군가 조용히 덧붙였다.

“정확히 말하면 용사님이 우리를 깨우지 않은 채로 세상을 구하신 겁니다.”


그 말이 맞았다. 안 맞을 이유도 따로 없었다. 왕국 전역에는 이날 이후로 조용한 평화가 찾아왔다.

마왕은 다시는 내려오지 않았고, 괴물들도 무릎이 아프다면서 출근을 거부했다.


잠의 교단은 점점 이름을 바꿨다. ‘잠의 교단’에서 ‘영원한 안식의 교단’으로.

그러다 어느새 ‘그냥 편히 살자 모임’ 정도로 느슨해졌다. 사람들은 너무 심각하게 살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용사님이 자고 계시는 동안은 어떻게든 되겠지.”


누가 먼저 그 말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왕국의 좌우명이 되었다. 노곤은 모든 것을 모른 채 계속 잤다.

꿈속에서 찜질방 VIP 룸을 발견했고, 아무도 없는 그곳에 누워 또 낮잠을 자기 시작했다.

현실에서 그의 집 지붕 위로 햇빛이 비쳤다. 오늘도 세계는 별일 없이 돌아갔다.

그는 세상을 구했고, 그 사실을 알지 못했고, 그래서 더 잘 잤다.



*이 글에 포함된 이미지는 AI로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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