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왕국 전체가 낮잠에 드는 날
어느 날 정오, 해가 가장 높이 떠 있을 때였다. 하늘은 맑았고, 바람은 부드러웠고,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고, 마왕도 딴짓 하느라 바빴다. 모두 평화로워 보였지만 왕은 불안했다.
“이렇게 조용할 리가 없어…”
불안할 때 사람은 쓸데없는 일을 한다. 왕은 회의를 소집했다.
“지금 이 평화가… 폭풍 전의 고요일 수 있다.”
“와… 멋진 말이다…”
“전하, 그럼 어쩌죠?”
“일단…용사님의 안부를 확인하자.”
용사의 집 주변에는 이미 잠의 교단 신도들이 둘러서 있었다.
“용사님은 오늘도 잘 자고 계십니다.”
교단 대표가 말했다.
“그래… 그럼 괜찮겠군.”
그때였다. 노곤이 크게 하품을 했다. 꿈속에서 그는 찜질방 구석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갑자기 뜨거운 김이 너무 많이 나서 하품이 나왔다.
현실에서 그 하품은 왕국 전체에 울려 퍼지는 투명한 파동이 되었다.
스으으으으— 후우우우우—
그 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하나둘씩 졸음을 느꼈다.
“왜 이렇게… 피곤하지…”
“방금까지 멀쩡했는데…”
“5분만… 눈 감았다 뜨자…”
5분이 아니었다. 그들은 전부 바로 누워서 자 버렸다.
왕도, 신하도, 병사도, 마을 사람도, 상인도, 잠의 교단 신도들도 동시에 쓰러져 낮잠을 자기 시작했다.
왕국 전체가 일제히 침묵했다. 경비병도 잠들었고, 문지기도 잠들었고, 심지어 마을 개들도 잠들었다.
그 시간에 왕국을 몰래 노리던 도둑단이 있었다.
“지금이다! 모두 자고 있어! 훔치자!”
그들은 쏜살같이 성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5초 만에 멈췄다.
“근데 훔칠 게 없네?”
“생각보다 가난한데?”
“돌아갈까?”
“그래, 그냥 자자.”
도둑들도 잤다. 그날 오후, 왕국 전체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채 낮잠으로 지나갔다.
해가 기울 즈음, 사람들은 하나둘씩 눈을 떴다.
“어…? 뭐지, 언제 잠든 거지?”
“근데 되게 개운하다.”
“몸이 가볍네.”
왕은 말했다.
“분명… 용사님이 우리 모두를 재워 보이지 않는 위기에서 지키신 것이다.”
사실 위기는 없었다. 그래도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위대한 집단 낮잠이었어…”
“축제다.”
제12차 축제가 열렸다. 테마는 ‘숙면과 회복’이었다.
*이 글에 포함된 이미지는 AI로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