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고민으로 기상이변 만든 날

12. “배고파…” 한마디에 기후가 뒤집히다

by NaeilRnC
12. “배고파…” 한마디에 기후가 뒤집히다.png

화산 폭발 사건이 있던 날로부터 약 한 시간이 지났다. 왕국 전체는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왕궁에서는 ‘식혜 재고 조사 특별위원회’가 긴급 구성되었고, 잠의 교단은 '식혜 성물화 추진 위원회'를 발족했다. 마을 주민들은 “식혜 기도회”를 열었는데, 정작 식혜는 한 방울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런 광란 속에서도 용사 노곤의 집 내부는 아주 평범했다. 노곤은 침대 위에서 졸린 눈으로 천장을 바라보며 배를 쓰다듬고 있었다.


“… 배고파.”


그 말. 정말 그냥 배고프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 세계는 용사의 감정에 맞춰 움직이는 이상한 소프트웨어처럼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그의 자각 없는 한마디는 곧 재난 신호였다.


노곤이 “배고파…”라고 중얼거린 순간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왕궁 기상관이 비명을 질렀다.

“하늘이… 검게 변합니다!!! 구름이… 군사처럼 몰려옵니다!!!”


신하들이 덜덜 떨며 외쳤다.

“번개인가!?”

“폭풍인가!?”

“아니… 저건… 메뉴 고민 구름입니다!!!”


메뉴 고민 구름? 용사가 식사를 고민할 때 생기는 특수 기상 현상이다. 지난번 용사가 꿈에서 라면을 먹을지 김밥을 먹을지 고민하던 날, 왕국 전역에서 3분 간격으로 계절이 바뀌는 참사가 일어났다. 오늘도 그 재앙이 재개되는 듯했다.


하늘에서 비가 쏟아졌다가 그다음 순간 갑자기 햇빛이 빵— 터지고 또 그다음 순간 눈이 내리고 다음엔 천둥이 치고 다음엔 무지개가 뜨다가 다음엔 진눈깨비가 떨어지고 다음엔 해일이 잠깐 들썩했다.


왕은 하늘을 보며 절규했다.

“용사님이…!! 메뉴를…!!! 못 정하고 계시다!!!!”


신하들은 다급하게 의견을 내놨다.

“빨리 메뉴를 골라 드리자!”

“그건 더 위험합니다!”

“그럼 고르지 말라고 하자!”

“그게… 그분이 듣습니까!?”

“아무도 안 듣죠…”

“그럼… 기도라도…”

“메뉴 기도는 효력이 없습니다! 그건 지난번에 실험했잖아요!”


잠의 교단은 울부짖었다.

“라면의 영혼이 분노한다…”

“김밥의 기운이 요동친다…”

“식혜는 음료라서 이번엔 레버리지 않는다…”


그들은 의미 없는 말을 하면서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항상 그렇듯 그들의 말은 내용보다 분위기가 중요했다.


노곤은 아무것도 모르고 방 안에서 독백하고 있었다.

“라면… 먹을까…”


순간 번개가 치면서 왕궁 마법탑이 깜짝 놀라 기우뚱했다.


“아닌가… 김밥 먹어야 하나…”


이번엔 우박이 떨어져 농민들의 비명을 불렀다.


“아 귀찮다… 빵으로 때울까…”


이때 돌풍이 불어 왕궁 깃발이 모두 찢어졌다. 마을 사람들은 혼비백산했다.

“메뉴 정하시지 마세요!!!”

“우린 버틸 체력이 없어요!!!”

“부디… 굶어주세요!!!”


왕은 절망적인 목소리로 결론을 내렸다.

“용사님이 스스로 메뉴를 선택하면… 세계가 둘로 쪼개질 것이다.”


신하가 물었다.

“근거는 있습니까?”

“없다. 그냥 느낌이다.”

그 느낌은 사실 굉장히 정확했다.

그때, 노곤이 푹— 하고 말했다.

“… 그냥 안 먹고 잘까.”


순간—

모든 기상 현상이 멈췄다. 비가 그쳤다. 눈이 멎었다. 구름이 걷히고 하늘이 파랗게 다시 돌아왔다.

기상관이 오열했다.

“기상 정화… 완료!!!”


잠의 교단은 무릎을 꿇고 외쳤다.

“허기 포기… 위대한 금식… 세계의 안정화…!”


왕궁에서는 축배를 들었다.

“살았다!!!!”

“오늘도 세계는 무사하다!!!!”


그러나 노곤의 속마음은 단순했다.

“… 귀찮네.”


이 한마디는 세계를 흔들지 않았다. 하지만 왕궁 전체의 정신은 충분히 흔들렸다.

왕은 떨리는 목소리로 신하들에게 말했다.

“… 앞으로… 매 끼니마다… 전군 비상대기다…”


신하들은 절망적인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음 날, 왕국 전역에 새로운 격언이 퍼졌다.

“용사가 배고프면, 세계는 위험하다.”



*이 글에 포함된 이미지는 AI로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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