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평범한 하루

13. "귀찮아" 한마디에 재난 종료

by NaeilRnC
13. 여전히 평범한 하루.png


왕국의 아침은 조용했다. 그 조용함이 오히려 더 불길했다. 전날 밤 노곤의 꿈속에서 터진 식혜-화산 사건,

배고픔 사건 이후, 왕궁의 학자들은 이미 정신적으로 완전히 무너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날 아침, 왕궁 전체는 노곤의 집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평화롭던 침대에서 들려온 아주 작은 소리 하나가 세계의 운명을 뒤흔들었다.


“… 배고파.”


그 단 한마디에 왕궁 비상경보가 또 폭발했다.

“비상! 용사님이 식사를 시도합니다! 외출 가능성 87%!”


왕은 의자에서 굴러 떨어지며 비명을 질렀다.

“밖에 나가신다고!? 그분이 땅을 밟으면 오늘 또 대륙이 움직인다고!!”


그러나 당사자인 노곤은 그런 난리가 벌어진 줄도 모른 채, 평범하게 아침을 시작했다. 노곤은 천천히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켰다.

“으으… 뻐근하네.”


그가 기지개를 쭉 켜는 순간, 땅 깊은 곳에서 미묘한 떨림이 발생했다.

“대륙판이 움직였습니다! 0.8cm입니다!!”


지각학자들의 곡소리가 왕궁을 뒤흔들었다. 아직 아침 기지개인데도 지도는 벌써 수정 대상이 되었다. 노곤은 몸을 좌우로 휘적이며 스트레칭을 했다. 그 평범한 움직임 하나에 달이 살짝 ‘톡’ 하고 옆으로 밀렸다.


“전하… 달이… 용사님 스트레칭 각도와 동기화되었습니다…”


천문관은 거의 울고 있었다. 노곤은 아무것도 모른 채 중얼거렸다.

“… 몸 좀 풀렸네.”


그 말 한마디에 달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천문관도 그제야 숨을 내쉬었다. 노곤은 욕실로 걸어갔다.

“… 얼굴이 좀 눅눅하네.”


수도꼭지를 틀자 맑은 물소리가 욕실을 채웠다. 그 순간 해안가 바다가 동시에 솟구쳤다.

“파도 높이 20배!!!”

“용사님… 세수하십니다!!!”


세수 하나에 조수간만이 뒤집혔다.

15. 세수하려고 물 틀자 바다가 흔들린 날.png


그러나 노곤이 얼굴을 닦자, 거짓말처럼 바다는 잔잔해졌다. 연구관들은 떨리는 손으로 기록했다.


〈세수–조수간만 연동 현상〉


세수를 마친 노곤은 방으로 돌아와 말했다.

“… 밥이나 먹으러 나갈까.”


그 말이 왕궁으로 전해지자마자 모든 부서가 동시에 비명을 질렀다.

“외출!!!!? 대륙이 또 움직인다!!!!”


노곤은 신발을 집어 들고, 신발끈을 잡기 위해 허리를 숙였다. 그 순간 대륙이 쓱— 하고 밀렸다.

“대륙이 발자국 단위로 이동했습니다!!! 용사님 발자국 기준입니다!!!”


왕이 울부짖었다.

“그분이 산책하면 국경이 재설정된다고!!!!”


그러나 바로 그때— 노곤의 코가 간질거리기 시작했다.

“…에…… 에에……”


왕과 신하들은 모두 바닥에 엎드려 기도했다.

“제발… 제발 재채기만은…”


그리고 세계가 갈라지는 소리가 났다.

“—엣취!!!”


17. 재채기 한 번에 이세계 문이 열렸다 닫힌 날.png


순간 하늘이 실제로 갈라졌다. 그 틈으로 이 세계 생명체들이 얼굴을 내밀고 난리를 쳤다.


“야! 이거 뭐야? 왜 포탈이 열렸어?!”

“저 밑에 인간이 연거 같은데?!”

“야! 어... 떻게 좀 해봐 나 떨어질 거 같아!!!”


노곤이 코를 훌쩍 닦자, 틈은 순식간에 닫혔다. 천문관은 쓰러질 듯한 목소리로 보고했다.

“… 폐문 완료… 재해 해소…”


왕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제… 더 이상은 안 돼…”


노곤은 다시 신발끈을 잡을 듯하다가 멈췄다.

“… 귀찮다.”


그는 신발을 내려놓고 돌아섰다. 대륙은 ‘딱’ 하고 원위치로 돌아왔다. 왕궁 전체가 환호했다.

“외출 포기!!!! 세계 안정!!!!”


노곤은 하품을 하며 침대로 돌아갔다.

“… 밥은 나중에 먹자.”


그리고 그는 다시 누워 잠들었다. 잠이 내려앉는 순간 지각판은 멈추고, 달은 정렬되고, 바다는 잔잔해지고, 하늘의 틈도 사라졌다. 오늘의 모든 재난은 그가 다시 눕는 순간 종료되었다. 왕궁 기록관은 그날의 마지막 문장을 적었다.


〈용사님: 재취침 → 오늘의 모든 재난 종료〉


노곤은 이불속에서 작게 중얼거렸다.

“… 내일 먹지 뭐.”


왕국의 평화는 오늘도 노곤의 귀찮음 덕분이었다.



*이 글에 포함된 이미지는 AI로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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