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이계의 틈 사이로 찾아온 생명체
하늘은 평온했지만, 땅은 그렇지 않았다. 노곤의 재채기가 만든 충격파는 이미 성층권을 세 번 흔들고,
해류 두 개를 뒤틀고, 마을의 풍향을 12시간 동안 ‘동일 방향’으로 고정시켜 버렸다.
그날 밤, 마을 사람들은 한 가지 사실에 경악했다.
“포탈이… 안 닫혔습니다.”
겉으로는 닫힌 것처럼 보였지만, 아주 미세한 틈—
머리카락보다 얇은 균열이 계속 남아 있었다. 누구도 그 틈에서 무엇이 나올지 알 수 없었다.
학자들은 포탈 앞에서 떨면서 말했다.
“저 틈으로는 먼지만 빠져나올 겁니다. 생명체는 불가능하죠.”
하지만 먼지가 아니라, 아주 작은 손가락이 먼저 삐죽 나왔다.
“저기… 우리 나가도 되나…?”
틈 사이로 작은 생명체가 하나, 둘 모습을 드러냈다. 쫄리 종족이었다. 키는 동전 하나만 하고,
눈은 밤송이처럼 반짝이며 몸은 솜처럼 말랑했다.
“이 인간 세계… 위험하다고 들었는데…”
“그래도 조용하면 괜찮겠지?”
“조용하기만 하면—”
팡!
포탈이 갑자기 좀 더 열리며 작은 생명체 세 마리가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리더 격인 쫄리가 떨어지자마자 바닥을 툭툭 털며 외쳤다.
“침공 작전— 시…!”
그 말끝을 붙이기도 전에,
“으아아아암—”
침대 위에서 노곤이 하품을 했다. 그 하품은 단순한 하품이 아니었다.
바람을 일으키고, 마력을 뒤틀고, 포탈 틈의 구조 자체를 흔드는 초재난급 자연 현상이었다.
쫄리는 그대로 성층권까지 빨려 올라가 비명과 함께 별똥별처럼 날아갔다.
“뜨아아아아아아악!!!!!!!”
10초 뒤.
쫄리는 마을 분수대에 ‘퐁!’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마을 사람들은 손을 모았다.
“용사님이… 하품으로 침공을 막으셨다…!”
“하… 하품 방어라니…!”
“이제 침공도 귀찮아서 자동으로 막으시는 건가…?”
쫄리는 기절했다가 30분 뒤 천천히 눈을 떴다.
첫 번째로 보인 장면은 창문 너머, 반쯤 닫힌 눈으로 누워 있는 노곤의 모습이었다.
쫄리는 숨을 삼켰다.
“…저 존재… 위험하고… 무섭고… 귀여운데… 뭔가… 위대한데… 주군으로… 삼아야겠다.”
다음 날, 두 번째와 세 번째 포탈 방문자가 나타났다.
솜뭉치 포미—
그녀는 말랑하고 따뜻한 온기를 내뿜는 생물이었으며 원래는 침공용 생명체였지만,
노곤을 보는 순간 의지가 꺾였다.
“저 인간… 눈 반만 뜨는데… 너무 귀여움.”
딱정벌레 로봇 둘은 원래 척후병 역할이었다. 그러나 노곤이 뒤척이며 “음냐…” 하고 잠꼬대를 하자
로봇들은 즉석에서 임무를 포기했다.
《평가: 이 인간, 전투 불가. 너무 귀여움》
《제의: 마을 우체국 배송 업무 지원》
그렇게 셋은 마을에 정착했다. 쫄리는 스스로를 경비대장이라 선언했고, 포미는 마을 아이들의 애완괴물이 되었고, 딱정벌레 로봇 둘은 마을 우체국에서 배송 효율 300% 향상을 달성했다.
마을은 평화로웠다. 적어도 겉보기에는. 하지만 포탈 건너편에서는 거대한 그림자가 천천히 눈을 떴다.
엄청난 기운이 뒤를 감쌌다.
“문이 열렸다… 드디어… 이 세계를 집어삼킬 때가 왔다.”
포탈의 틈은 아주 조용히, 미세하게 진동했다. 마치 거대한 무언가가 스스로 준비를 마치는 듯했다.
재난은 이제 진짜로 시작이었다.
*이 글에 포함된 이미지는 AI로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