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_너와 나의 성장기

너와 나는 이렇게 다르지만...

by 붙박이별

# 방학, 우리의 아침 풍경


방학, 엄마의 아침

아침 7시. 커피를 내린다. 노트북에 앉아 창을 연다. 카톡, 메신저, 나이스, 브런치, 최근에 시작한 블로그까지. 다이어리를 꺼내 오늘의 할 일 목록을 적는다. 가능한 한 촘촘하게.

공기, 온도, 우리 집 모란이(앵무새)의 지저귐까지, 완벽한 아침이다.


방학, 아들의 아침

아침 7시. 잔다. 엄마가 깨운다. 또 잔다. 엄마가 또 깨운다. 또 잔다. 엄마가 화났다. "일어났어요." 대답한다. 스마트폰을 열어 릴스를 본다.

공기, 온도, 우리 집 모란이(앵무새)의 지저귐까지, 완벽한 아침이다.




# 방학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방학에 대한 엄마의 변

아들은 이제 막 중학교를 졸업했다. 고등학교 과정을 준비하기에 이번 방학은 적기다. 하지만 강제스럽지 않게 자연스럽게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식탁 위에 책을 여러 권 두었다. 오며 가며 혹시나 아들이 책에 관심을 둘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어렸을 적, 밥을 먹이려면 앞에서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주면 곧잘 따라먹곤 했던 아이다. 공부도 그렇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나는 책을 꺼내 들고 공부를 시작했다.


방학에 대한 아들의 변

나는 이제 막 중학교를 졸업했다. 고등학교 가면 죽도록 공부할 일 밖에 없으니 지금이 놀기에 적기다. 하지만 티 나지 않게 자연스럽게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책상 위에 문제집을 늘어놓는다. 문제를 푼 흔적도 남겨 놓아야 한다. 엄마는 선생님이니까 눈속임을 금방 알아챌지도 모른다. 끔 진짜 공부를 해야 한다. 이건 양심의 문제다. 난 착한 아들이니까.




# 게임에 대한 우리의 시선


게임에 대한 엄마의 변

게임은 좋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친구들이 모두 게임을 하니 아들만 못하게 할 수 없다. 어차피 할 거라면 조건을 걸자. 최대한 관대해 보일 수 있도록 조건을 걸어야 한다. 난 소통하는 엄마니까. 게임은 재미없지만 아들의 관심사니까 조금 공부도 해 본다. 이 정도면 나 괜찮은 엄마인 듯.


게임에 대한 아들의 변

게임은 스트레스도 풀 수 있고 연구 결과 게임이 전두엽을 망친다는 것은 신빙성이 없다. 엄마한테 지나가는 말로 어필해 본다. 들었나? 모르겠다. 엄마가 조건을 걸었다. 난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엄마 말을 잘 들어야 한다. 엄마 기분이 좋으면 서비스 게임 시간도 팍팍 받아낼 수 있으니까. 몰겜(몰래 게임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지만 엄마 앞에서는 아닌 척한다. 나 이 정도면 연기자해도 될 듯. 아, 아빠는 조심해야 한다. 어쩌면 내가 몰겜 하는 것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해주는 것 같다. 남자 대 남자로서 믿는 수밖에. 이 정도면 나 괜찮은 아들인 듯.



# 서로를 마주 보는 우리의 마음


아들에 대한 엄마의 변

작은 인형 같아 만지는 것도 조심스럽던 아들이 이제는 나보다 한 뼘은 더 커진 모습을 보니 뿌듯하다. 아침마다 엄마 앞에서 보여주는 어설픈 걸그룹 댄스가, 물을 한가득 넣어 타주는 아들표 묽은 커피가, 귤을 까서 넣어주면 오물오물 먹는 그 입이 너무 사랑스럽다. 내가 모르는 세계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가는 아들이 걱정되긴 하지만 그 걱정은 엄마 몫이니 너는 뒤돌아보지 말고 네 세계로 나아가렴. 내 사랑하는 아가야.


엄마에 대한 아들의 변

엄마가 우리 엄마여서 다행이다. 엄마가 오래오래 우리와 함께 했으면 좋겠다. 엄마가 없는 건 상상해 본 적도 없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거 말고 엄마가 좋아하는 글도 많이 쓰면 좋겠다.


아들, 우리 잊지 말자. 너와 나는 이렇게 다르지만 서로에게 닿은 마음은 같다는 걸. 너와 나는 이렇게 조금씩 성장해 가고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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