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싫어하는 8가지

멀리서 보아야 예쁘다. 잠깐만 보아야 사랑스럽다. 우리가 그렇다.

by 붙박이별

방학이 시작되고 한 달이 지났다. 사춘기 아들과 사십춘기 엄마와의 24시간 공생도 한 달이 지났다.

멀리서 보아야 예쁘다. 잠깐만 보아야 사랑스럽다. 우리가 그렇다.


출처 : Pixabay

# 엄마가 싫어하는 8가지


사춘기 아들을 24시간 바라보고 있으니 이런저런 걱정에 몸에서 사리가 나올 지경이다. 그런 아들이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이나 있다. 이래서 옛말에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라고 했나 보다. 사십춘기 엄마는 아들에게 큰 것을 바라지 않는다. 엄마가 싫어하는 8가지만 조심해 달라고 얘기할 뿐...


1. 아들이 집 밖에 나갈 때

학원 수업은 공부가 아니다. 말 그대로 수업이다. 남이 밥을 떠서 입 앞에 갖다 줄 수는 있지만 씹고 삼켜 소화시키는 것은 자신의 몫이다. 공부도 그렇다. 학원 수업을 다녀와서 과제도 하고, 공부도 하는 것이 뭐가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학원을 겨우 다녀와서 가방을 내려놓기가 무섭게 사춘기 아들은 자신의 할 일을 다 한 것처럼 나간다.

"몇 시에 들어올 건데?"

"저녁 먹고 들어올 거니까 제 밥은 걱정 마세요!" 해맑게 대답하는 너의 목소리 뒤로 '쾅' 현관문이 닫힌다.

너의 즐거움 한 스푼이 늘고 엄마의 걱정 한 스푼이 늘어나는 순간이다.


2. 아들이 집 밖에 안 나갈 때

"엄마, 토요일에 애들하고 약속 있어요."

토요일 오후가 되어도 방에서 꼼짝 안 하는 아들이 슬슬 걱정이 된다.

"아들, 약속 있다고 하지 않았어?"

"취소 됐어요."

"왜? 너 애들하고 놀고 싶어 했잖아"

"... 그냥요."

다른 애들은 사춘기가 되면 나가서 엄청 놀다가 늦게 들어온다는데 우리 아들은 간혹 있는 약속도 취소를 하다니 어찌 된 일인가. '친구랑 싸웠나?' 아니면 '우리 아이만 어울리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걱정에 걱정이 꼬리를 문다.


아들 : 엄마, 나가라는 거예요, 말라는 거예요?

엄마 :... 적당히(그러게 어쩌면 좋은 건지 나도 모르겠다.)




3. 아들이 잠 많이 잘 때

벌써 9시다. 해가 중천에 떴는데 일어나질 않는다. 그래도 8시엔 일어나야 하루를 알차게 보낼 수 있는 거 아닌가? 방학이라고 생활리듬이 깨지는 건 좋지 않은데... 게다가 학원 가기 전에 낮잠을 2시간 이상 잠을 자는 건 학원 수업 때까지 잠이 덜 깨서 수업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 같기도 하다. 엄마의 걱정 한 스푼이 또 늘어간다.


4. 아들이 많이 안 잘 때

밤 12시가 다 되었는데 스마트폰만 보고 잘 생각을 안 한다.

"아들, 이렇게 늦게 자면 늦게 일어날 것 같은데...?"

"걱정 마세요. 8시 전에 일어날게요."

밤 11시에서 새벽 2시 사이에 성장호르몬이 나온다는데 유전적으로 키가 클리가 없는데 늦게 자고 조금 자면 키 성장에 방해될지도 모른다.

"아들, 잠을 잘 자야 키 큰다."

평균보다 많이 작은 엄마의 간절함이 보이지 않는게냐.


아들 : 엄마, 많이 자라는 거예요, 조금 자라는 거예요?

엄마 :... 적당히(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새나라의 어린이 같은 우리 아들이 되길... )

아들 : 친구들 중에 그런 애는 없어요.




5. 아들이 밥 많이 먹을 때

비만하면 성장호르몬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아들이 한 끼에 밥을 두 공기씩 먹고 방학이라 움직임도 적어지니 배가 좀 나온 것 같아.

"아들, 밥 너무 많이 먹으면 소화 잘 안돼. 한 공기만 먹는 게 좋을 것 같아." 엄마의 소심한 잔소리가 식탁 위에 뿌려진다.


6. 아들이 밥을 많이 안 먹을 때

저녁시간이 되었다. 밥은 갓 지은 것이 맛있으니 새로 밥을 짓는다.

"엄마, 저 점심 먹은 거 소화 안 돼서 저녁 안 먹을래요."

"아들, 밥을 제 때 안 먹으면 속 버려. 고기반찬해 놨으니까 조금만 먹어."

성장기니 삼시 세 끼는 제 때 챙겨 먹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 잘 먹어서 체력을 비축해 두면 20대, 30대 가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법이다. 엄마 말은 틀리지 않는 거 알지?


아들 : 엄마, 많이 먹으라는 거예요, 많이 먹지 말라는 거예요?

엄마 :... 적당히(이왕이면 대한민국의 표준체중이 좋지.)




7. 엄마 말에 말 대답 할 때

외출 후에는 겉옷을 정리하라고 100번도 넘게 말했는데 또 바닥에 벗어놨다. 내 말을 듣고는 있는 건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

"아들, 옷정리 하라고 몇 번을 말했니?!"

"화장실 다녀와서 하려고 했어요. 엄마는 왜 하려고 할 때마다 먼저 말을 하세요? 알아서 할 테니 놔두세요"

'어라? 네가 언제 알아서 했니? 말을 해야 했지.' 목구멍까지 넘어온 말을 꿀꺽 삼킨다. 엄마는 '오늘만이다. 두 번은 없다.'라고 어제와 같은 다짐을 해본다.


8. 엄마 말에 대답 안 할 때

몇 시간째 스마트폰에 빠져 있는 아들을 기다려 본다. 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이 되자 못 참고 화를 벌컥 내고 말았다.

"너 너무 한 거 아니야? 스마트폰을 세 시간이 넘도록 붙잡고 있고."

아들이 대답이 없다.

"너 왜 대답이 없어?"

"... 할 말이 없어서 그래요. 엄마 말이 맞으니까."


아들 : 엄마 말에 다 대답해야 하는 거예요?

엄마 :... 적당히(엄마는 항상 너와 대화하고 싶어. 오늘은 뭐가 재미있었는지, 속상했는지 그런 소소한 너의 하루가 궁금해.)

엄마가 너에게 바란 8가지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관심이었다. 그것은 염려였다. 그리고 그것은 너에게 닿지 않는 나의 사랑이었다.

출처 : Pixabay


# '적당히', '멀리서', '잠깐만'


갑각류는 바깥 껍질이 단단한데 이것을 벗어내고 탈피라는 과정을 통해서만 성장을 한다고 한다. 탈피한 직후에는 껍질이 연해서 상처받기 쉽고 적에게 노출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하지만 반드시 이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더 큰 생물체로 성장할 수 있게 된다.

너와 나도 그런 거 아닐까? 사춘기와 사십춘기를 지나 진정한 너와 나로 성장하기 위해서 우리 각자가 겪어내야 할 시련과 인내의 과정이 있다. 너를 엄마가 아무리 사랑해도 대신해 줄 수 없고 그건 너도 마찬 가지다.


다만 우리 이렇게 하자. 서로가 상처받지 않을 만큼 '적당히' 행동하고, 애정 가득 담긴 눈으로 한 발짝 '멀리서' 바라봐주고, 힘들 때 '잠깐만' 온기를 나눠주자. 그럼 우리가 지나고 있는 사춘기와 사십춘기라는 긴 터널의 어둠과 시련도 그럭저럭 견딜만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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