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대첩

너와 나의 완생을 꿈꿔보자

by 붙박이별

# 1차 모자대첩


집에 하루종일 뒹굴거리던 사춘기 큰아들이 심심했는지 탱탱볼을 가지고 축구를 한다.


"여기서 하면 안 돼. 밖에 나가서 하고 와."

"밖에 추운데요..."

"먼지도 나고, 등에 맞으면 깨질 수도 있어."

"살살해서 괜찮은데..."


하고자 하는 아들과 막고자 하는 엄마 간에 미묘한 신경전이 시작되었다.

결국 거실 등이 깨질듯한 파열음을 내고서야 아들은 공차기를 그만두었다. 엄마가 거부할 수 없는 미안함 가득 담은 눈웃음을 흘리며.


잠시 평화가 찾아온다. 전쟁으로 치자면 잠시 휴전. 하지만 이 평화가 곧 깨질 것임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방에서 어슬렁거리면서 나오는 둘째가 보였기 때문이다. 형이 두고 간 탱탱볼을 다시 차기 시작한다. 난 똑같은 말을 반복한다. 아들도 형이 한 말을 반복한다. 결국 공이 식탁에 튕겨 내 머리에 맞고 나서야 오늘의 축구는 끝이 났다.


"내가 너 그럴 줄 알았어!"라는 날카로운 나의 파열음과 함께.

"엄마, 죄송해요."


모자대첩 1차전은 엄마의 '승'으로 끝났다.


# 2차 모자대첩


아들의 사과를 받아줄 마음이 좀처럼 생기지 않았다. 한번 일어난 화는 어느 순간 폭풍처럼 몰려들기도 한다. 지금이 그런 순간이었다.


"숙제는 다했어? 침대정리는? 오늘 해야 할 공부는?"


속사포 같은 말을 쏟아냈다.


"..."

"너희 그럴 줄 알았어. 엄마가 말하기 전에 하는 게 하나도 없니? 같은 말을 몇 번씩 하게 하고."

"... 다 했어요."


억울한 듯 말하는 아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근데 왜 말을 안 하니?"

"말하려고 했는데 엄마가 말할 틈을 안 줘서 못했어요."


그렇다. 나의 명백한 실수였다. 아들이 당연히 할 일을 안 했을 거라 단정지은 나의 섣부른 판단 미스였다.


모자대첩 2차전은 아들의 승으로 끝났다.


"그래? 엄마가 미안." 짧은 사과를 건넸다.

"괜찮아요. 저 이제 들어가서 공부할게요."

쿨하게 사과를 받고 엄마가 듣기 좋아할 말까지 시전 하며 유유히 자리를 뜨는 아들이었다.

속 좁은 엄마의 완패를 확정 짓는 순간이다.



우리는 또 얼마나 많은 모자대첩을 치르게 될까?

나이가 많다고 옳은 행동만 하는 것은 아니다. 어리다고 해서 넓은 마음을 품을 수 없는 것도 아니다.

너와 나는 모두 미생이니까 서로 부족함을 보듬어가며 완생을 꿈꿔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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