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무한리필

우린 오늘도 무한리필 맛집으로 간다

by 붙박이별

6# 사춘기의 슬기로운 방학생활


사춘기 중기에 접어든 아들은 좀처럼 침대에서 나오는 일이 드물다. 정기적인 움직임은 '먹고 씻고 생리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활동'을 빼면 학원가는 것과 숙제할 때정도다. 비정기적인 움직임은 일주일에 3번 정도 친구들과 농구나 축구하러 나가는 활동인데 이것만 해도 엄마입장에서는 감지덕지다.

저 정도로 안 움직이면 배가 안 고프겠다 싶은데 시계처럼 정확하게 삼시 세 끼에 간식까지 챙겨 먹는 것을 보면 '먹는 게 다 소화가 되는가'싶어 신기하다.




# 우리도 한 때는 입 짧은 가족이었다


남편과 나는 입도 짧고 야식도 즐기지 않는 편이다. 결혼해서 17년 동안 야식이라고는 더운 여름날 팥빙수 정도가 다였다. 우리는 맞벌이답게 외식을 자주 하는 편인데 절대 가지 않는 곳이 있었으니 바로 '무한리필'집이었다. 뷔페에 가면 한 두 접시면 양이 다 차는 남편과 나는 본전 생각이 절로 났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치킨 한 마리 시키면 항상 남았고, 라면도 네 식구 먹으려면 2~3개면 충분했다. 부모 닮아 입이 짧았던 아이들은 먹는 취향이 확실했다. 첫째는 부드러운 것을 좋아해 달걀도 찜만 먹었고, 둘째는 기름에 튀기거나 볶는 걸 좋아해서 달걀말이만 먹었다. 첫째는 식감이 싫다고 절대 삼겹살을 먹지 않았고, 둘째는 식감이 좋다고 삼겹살만 먹었다. 그래, 우리도 그렇게 먹는 것에 까탈스러웠던 적이 있었다. 아이들이 사춘기가 되기 전까지는.




# 내겐 너무 무거운(?) 아들


얼마 전 방학이라 두 아들과 셋이서 여행을 했다. 저녁식사를 어디서 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첫째가 말했다.

"엄마, 제가 맛있는 집 알아뒀어요. 무려 투뿔 한우 집이에요."

둘째도 얼른 가자고 성화다. 여행 왔으니 기분이다! 문을 열고 투뿔 한우집에 들어갔다. 냄새가 침샘을 자극한다. 맛있고 비싼 고기냄새.

불판에 올리기가 무섭게 아들들은 고기를 집어가느라 바쁘다. 조금 더 익혀 먹으라는 잔소리에 둘째가 대답한다.

"엄마, 소고기는 원래 덜 익혀 먹어야 맛있어요. 많이 익히면 질겨요."

맞는 말이다. 셋이서 한우 8인분에 된장찌개, 공깃밥, 마무리로 물냉면까지 먹고서야 폭풍 같은 식사가 끝났다. 계산을 하러 카운터로 가자 식당 주인장이 웃으며 말씀하셨다.

"아휴~애들이 아주 잘 먹네요. 키 많이 크겠어요." 덕담(?)과 함께 영수증을 건넨다.

'이 정도 금액이면 덕담을 두 번, 세 번해주셔도 아깝지 않으시겠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앞으로는 무한리필집을 가야 한다는 큰 교훈도 얻었다.




# 우린 오늘도 무한리필 맛집으로 간다


방학이면 동네 맛집을 돌아다니며 '우리 집 맛집 리스트'를 업데이트를 한다. 사춘기 아들과 함께하는 맛집 투어는 생각보다 꽤 재미있다. 아들은 입 짧은 아빠와 엄마가 갖지 못한 미각을 갖고 있다. 아들은 미식가다. 더불어 대식가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번 방학의 업데이트 목표는 '무한리필 맛집'

우리는 일주일에 한 번씩 무한리필 맛집리스트를 업데이트하고 있다. 갈빗집, 뷔페, 디저트, 샤브샤브, 초밥집까지.

맛있는 거 맘껏 먹으니 아들의 만족도는 최상, 맛있는 거 맘껏 먹여도 가격은 그대로니 엄마 만족도 최상. 우린 오늘도 무한리필 맛집으로 간다.



epilogue

아주 오래전, 학부모님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선생님, 저는 우리 아이 먹는 입이 너무 예뻐요."

아직 아이가 없었던 나는 아기도 아니고 '170cm가 넘는 키에 100kg'이 나가는 아이가 먹는 모습이 그렇게 예쁠 수가 있을까 하고 의아했었다.

그런데 이제 나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나보다 키도, 몸무게도 손과 발도 다 커진 아이지만 먹는 모습이 정말 예쁘다는 걸. 그리고 그건 아마도 아이가 더 커서 어른이 되어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엄마가 마흔이 넘은 내 밥상머리에 앉아서 먹는 모습을 사랑스럽게 쳐다보고 계신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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