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거실 등이 깨질듯한 파열음을 내고서야 아들은 공차기를 그만두었다. 엄마가 거부할 수 없는 미안함 가득 담은 눈웃음을 흘리며.
잠시 평화가 찾아온다. 전쟁으로 치자면 잠시 휴전. 하지만 이 평화가 곧 깨질 것임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방에서 어슬렁거리면서 나오는 둘째가 보였기 때문이다. 형이 두고 간 탱탱볼을 다시 차기 시작한다. 난 똑같은 말을 반복한다. 아들도 형이 한 말을 반복한다. 결국 공이 식탁에 튕겨 내 머리에 맞고 나서야 오늘의 축구는 끝이 났다.
"내가 너 그럴 줄 알았어!"라는 날카로운 나의 파열음과 함께.
"엄마, 죄송해요."
모자대첩 1차전은 엄마의 '승'으로 끝났다.
# 2차 모자대첩
아들의 사과를 받아줄 마음이 좀처럼 생기지 않았다. 한번 일어난 화는 어느 순간 폭풍처럼 몰려들기도 한다. 지금이 그런 순간이었다.
"숙제는 다했어? 침대정리는? 오늘 해야 할 공부는?"
속사포 같은 말을 쏟아냈다.
"..."
"너희 그럴 줄 알았어. 엄마가 말하기 전에 하는 게 하나도 없니? 같은 말을 몇 번씩 하게 하고."
"... 다 했어요."
억울한 듯 말하는 아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근데 왜 말을 안 하니?"
"말하려고 했는데 엄마가 말할 틈을 안 줘서 못했어요."
그렇다. 나의 명백한 실수였다. 아들이 당연히 할 일을 안 했을 거라 단정지은 나의 섣부른 판단 미스였다.
모자대첩 2차전은 아들의 승으로 끝났다.
"그래? 엄마가 미안." 짧은 사과를 건넸다.
"괜찮아요. 저 이제 들어가서 공부할게요."
쿨하게 사과를 받고 엄마가 듣기 좋아할 말까지 시전 하며 유유히 자리를 뜨는 아들이었다.
속 좁은 엄마의 완패를 확정 짓는 순간이다.
우리는 또 얼마나 많은 모자대첩을 치르게 될까?
나이가 많다고 옳은 행동만 하는 것은 아니다. 어리다고 해서 넓은 마음을 품을 수 없는 것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