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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테리 May 26. 2021

공짜의 행복

엘리베이터는 나만의 것이 아니다.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엘리베이터 중간에 문이 열리고 닫히고 가 반복되면 별것도 아닌데 마음이 예민해진다. 뭐랄까… 달리기를 하는데 뒤에서 옷자락을 붙잡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이게 나만 쓰레기는 아닌 것이,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중간에 엘리베이터에 오를 때면 왠지 모를 서늘한 기운이 느껴질 때가 있다. 물론 기분 탓일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엘리베이터 안은 서로가 서로를 환영하지 않는 공간이다.


역시나 오늘도 1층까지 내려가는데 엘리베이터는 어김없이 중간에 열리고 만다. 엄마의 치맛자락을 붙잡은 채 서 있는 어린 꼬마 여자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안녕하세요!!” 기습 인사를 당했다. 이런… 인사를 어떻게 받아야 하지? 잠시 잠깐 속 오래오래 고민하다가 “어? 안녕!”이라고 인사를 받았다. 원래 처음 보는 이에게 말을 잘 못 놓지만, 꽤 자연스럽게 대처했다고 자평했다. 꼬마 아이의 인사는 내 마음의 온도를 따뜻하게 데워 주었다. 엘리베이터가 열리건 말건 사람이 얼마나 더 타건 말건 그 꼬마 아이와 같은 공간에 있는 느낌이 좋았다. 속으로 꼬마 아이 부모님의 가정교육까지 칭찬했다.


내가 뭐라고… 고작 인사 한 번에… 고작? 고작이라고? 내가 한 말에 내가 말꼬리를 물고 늘어진다. 인사는 진입장벽이 낮아도 너무 낮아 가끔 평가절하당할 때가 있지만 인사는 사실 산소 같은 것이다. 너무 당연해서 그 존재의 가치에 대해 무심결에 지나가지만, 산소 없이 살 수 없듯 인사 없이도 살 수 없다. 만약 누군가 나는 인사 없이도 잘 살 수 있다고 이의를 제기한다면 발 빠르게 사과하겠다.


인사는 관계의 시작이다. 그 어떤 사이라도 인사를 거치지 않고서는 가까워질 수 없다. 인사의 3 대장은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영어로는 헬땡쏘(hello, thank you, sorry)일어로는 오아쓰( 오하이요고자이마스,,아리가또,쓰미마셍)불어로는 봉… 음… 죄송합니다… 이렇듯, 발 빠른 사과는 상대방의 상한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안녕하세요” 한마디로 누군가의 기분을 up 시킬 수도 있으며 누군가를 감사하게 하는 선행은 또 다른 선행을 낳기도 한다.


미국의 어느 맥도널드 드라이브 스루 매장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자동차 한 대가 계산대 앞에 서서 계산을 하면서 뒤차의 주문까지 계산을 본인이 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직원은 일행인가 보다 생각하고는 뒤차의 주문서까지 결제했다. 무슨 기분 좋은 일이 있을까 싶은 앞차는 쿨하게 떠났고 뒤 차가 오자 앞 차가 대신 결제했다고 안내해주었다. 그랬더니 뒤차는 또 그 뒤차의 주문서를 대신 결제하고 떠났다. 그렇게 백번 이상 대신 결제해주고 떠나기 캠페인이 이어졌다고 한다. 물론 확인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라디오에서 이 얘기를 들으면서 또 한 번 가슴 한 켠의 온도가 딱 기분 좋을 만큼 데워졌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좀 더 편한 세상을 만드는 건 머리가 똑똑한 사람들의 몫이지만 좀 더 살고 싶은 세상을 만드는 건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의 몫이라고… 예전에 함께 비즈니스를 도모했던 지금은 보지 않는 한 살 터울 동생이 내게 충고해준 적이 있다. “그렇게 순해 빠져 가꼬, 남의 사정 다 봐주고 해서는 사업 못한다. 서로 짓밟으려고 안달인데 그리 해가지고 뭐 되겠나.” 더는 싸우기 싫어 알겠다고 하고 대화를 끊었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혼자 가면 잠깐 먼저 갈 수 있지만, 그 나중의 길이 외롭고 지친다. 그러나 함께 가면 조금은 더디 갈 수 있지만, 더 멀리 갈 수 있고 무엇보다 가는 그 길에 서로 힘이 되어 줄 수 있다.


나는 선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시너지를 믿는다. 그래서 언제나 똑똑한 사람보다는 선한 사람을 응원하게 된다. 선한 사람들이 성공해서 선한 영향력을 마음껏 발휘하기를… 그래서 오늘도 남몰래 나를 응원한다. 나는 스스로를 이 정도면 매우 준수하게 착하다고 생각하는 뻔뻔한 인간이기 때문에…


뭐랄까… 인사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한참 더 남아 있는 것 같지만 마감의 압박에 쫓기니 이쯤 해서 작별 인사를 준비해야겠다. 아, 작별 인사하니까 생각났는데 인사 중에 가장 슬픈 인사는 뭘까? 아마도 마지막 인사가 아닐까 한다. 매일같이 했던 인사가 더는 받아줄 대상이 없어 허공에 한번 읊조리고 눈물을 삼켜야 하는… “잘 자”, “내 꿈 꿔”, “꿈속에서 만나.”, “오늘도 사랑해” 달콤 닭살 모차렐라 한 바가지 추가 같은 인사에서 “잘 지내” 건조한 동남아 기후 같은 인사 한마디만을 남긴 채 돌아서야 하는…그런 마지막 인사…


오늘도 마음껏 인사할 수 있는 대상이 있음에 감사하자!!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 마음만 먹으면 공짜로 얼마든지 인사할 수 있는 세상이어서…


선한 사람들이여! 맘껏 인사하고 맘껏 감사하고 맘껏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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