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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테리 May 25. 2021

봄보로봄봄 봄봄~~

봄눈이 내린다.

봄에 내리는 눈이 반가운 것은 뻔하지 않은 광경이기도 하거니와 봄눈이야말로 겨울의 종식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겨울이 퇴장하기 싫어 마지막 힘을 짜내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 봄눈이 아닐까 싶다.


봄은 그렇게 겨울을 받아준다. 그래서 봄눈은 따뜻하다. 그렇게 드디어 봄이 오나 싶으면 이내 봄은 가고 없다.

봄은 너무나 겸손해서 자신을 드러낼 최소한의 시간마저 여름에게 양보해 버린다. 이쯤 되면 양보의 아이콘이다. 그래서 봄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봄은 평생 그리움의 대상이다. 늘 곁에 있기보단 다음을 기약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신 봄은 시작할 수 있는 마음을 허락해준다. 봄이 되면 새 학기가 시작되고 새해의 다소 어수선했던 생각들을 다시금 재정비하고 리프레쉬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괜히 노란색 꽃이 봄에 피어나겠는가? 우리의 심신 안정을 위해서다. 봄은 다 계획이 있었다.    


봄은 대놓고 자기를 드러내는 법이 없지만 그 어떤 것과도 막강 케미를 과시한다. 봄바람이 부는 날 봄나물을 먹으며 봄사랑을 나눈다. 아... 생각만 해도 설렌다. 사랑을 하기 가장 좋은 계절이 봄이 아닐까 한다. 일단 따뜻해서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고 함께 산책을 하기에도, 한강 둔치에서 치맥을 즐기기에도 봄 만한 계절이 없다. 그리고 프레타 포르테 패션쇼를 가면 이보다 아름다울까 싶은 세상을 온통 하얗게 물들여 반짝 패션쇼를 여는 벚꽃 역시 봄이 낳은 효자다.


여름에는 불쾌지수가 올라가 다투기 쉽상이고 겨울에는 생각이 많아져 이별하기 쉽상이다. 그리고 봄에 연애를 시작하면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연인과의 사계절을 두루 경험해볼 수 있다. 이 정도면 봄에 연애를 시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다만 연애를 할 사람이 없는 것이 함정이긴 한데 어쨌거나 봄 에겐 죄가 없다.


봄은 늘 겨울을 견뎌낸 자에게 자신을 드러낼 기회를 주었다. 그렇게나 아름다운 봄이 그렇게나 빨리 사라지는 것도 주인공의 자리를 우리에게 양보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만약 우리가 봄에 주목받지 못했다면 그건 우리의 준비가 부족했던 탓이다.


봄은 처음부터 끝까지 온 대지에 표식을 남기며

우리를 응원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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