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은 지루한 것이다.
컴퓨터 로딩되는 30초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1분
컵라면이 익길 기다리는 3분
지하철이 오길 기다리는 5분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무언가...
기다리는다는 걸 내가 의식하는 순간
지루함의 극한이 온다. 그래서 난 잠깐 잊기로 한다.
내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기다림은 초조한 것이다.
면접을 본 후 결과를 기다리고
호감 가는 이성의 연락을 기다리고
돈이 나올 구멍을 기다리고
기다림은 늘 그렇듯 약자의 몫이기에 입이 바짝 마른다.
그래서 난 물을 벌컥벌컥 마신다.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 물 마시는 사람처럼 보이게 하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다림은 설레이는 것이다.
대부분의 기다림은 기다리면
그 다음엔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가 로딩되면 난 인터넷의 바다에서 헤엄칠 수 있고
엘리베이터가 오면 난 편하게 올라탈 것이며
컵라면이 익으면 난 맛있게 먹을 것이고
지하철이 오면 난 목적지에 다다를 것이다.
그리고 운이 좋으면, 어쩌면,
면접에 합격할 수도,
호감을 느낀 그 사람에게 먼저 연락이 올 수도,
갑자기 어디서 돈줄이 풀릴 수도 있을 것이다.
어차피, 절망은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
희망이라도 품어야 작은 여지라도 생긴다.
돈 내고 매일 글 쓰면 뭐 할 거냐고?
누가 밥 먹여주냐고?
돈을 벌어도 시원찮을 판에 돈을 써가며
취미 생활할 때냐고?
그래, 그 말 다 맞는데
혹시 아냐? 매일 쓰다 보면 내 글도 돈이 될지...
어차피 늦은 거 기다리며 쓴다.
‘버스 끊겼으면 까짓거 걸어가면 되지’ 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하루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