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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테리 Aug 31. 2021

나의 원픽 단어

<<그럼에도 꿈을 꾼다>>

설레다, 사랑하다, 별이 되다, 사뿐사뿐, 반짝반짝, 포옹하다, 치유하다, 공감하다, 교감하다, 함께하다, 성장하다, 성취하다, 성공하다, 인정받다, 연애하다, 포근하다, 귀엽다, 예쁘다, 사랑스럽다, 진실하다, 상한가를 치다, 두 배 먹다, 향기롭다, 상쾌하다, 건강하다, 바라보다, 고즈넉하다, 보들보들하다, 소유하다, 감동을 주다, 여유롭다, 풍요롭다, 즐기다, 여행하다, 굿샷이다, 돈이 많다, 능력 있다.


나를 가슴 떨리게 하는 단어를 꼽자면 오늘이 가도 부족할 것 같기에 이쯤으로 줄인다. 혹, 시간 관계상 나열되지 못한 재야에 숨은 단어들엔 심심한 사과의 말을 전한다. 원래, 특정한 한 가지를 선택하는 데 매우 취약한 유형이다. INFP이기도 하지만 수많은 후보군 중에 오직 하나를 선택하는 일은 언제나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김치볶음밥을 먹으러 갔다가도 모듬볶음밥을 주문하고는 한다. 김치를 독점하는 기쁨보다 오징어, 소고기, 새우, 등 다른 부재료를 놓치는 아쉬움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도 저렇게 수많은 단어를 나열하고도 정작 내가 고른 원픽의 단어는 ‘꿈을 꾸다“ 이다. 나는 꿈이라는 단어가 주는 모든 느낌이 좋다. 일단 한 글자다. 심플해서 좋다. 한 글자이면서도 꿈은 그 모든 것을 아우른다. 수많은 희망적인 단어들의 리더격이다. 또한, 꿈은 관용의 아이콘이다. 상황과 관계없이 어떤 꿈을 꾸든 그것은 꿈꾸는 자의 자유니까. 때로는 헛된 꿈은 망상으로 치부되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괜찮다. 고된 현실을 잠시나마 위로해줄 수 있다면 말이다. 그리고 꿈은 공명정대하다. 모든 단어에 단격이 주어진다면 꿈은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유일한 단어일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주로 좌절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꿈은 꾼다. 죽어도 괜찮을 것 같은 인생이지만 꿈을 꿀 수 있어 여전히 살고 싶은 인생이니까. 요즘은 그런 일이 잘 없기는 하지만 잘 때 꾸는 꿈도 굉장히 반기는 편이다. 한번은 헤어진 여친이 꿈에 나타난 적이 있었다. 꿈속에서도 굉장히 설레었고 로맨틱했으며 성공적이었다. 꿈속에서조차 꿈인 걸 인지하는 때가 종종 있는데 그때도 그랬다. 좀 더 깊이, 오래, 잠들고 싶었다. 꿈속에서나마 현실처럼 느껴질 수 있게. 하지만 아침이 되었고 나는 꿈에서 깨어났다. 아쉬운 마음을 얼른 글로 옮겨 적었다. 


“ 꿈속에 니가 나타나서…. 계속 꿈이었으면 했어.”


내가 쓴 글에 내가 취했다. 이렇게 술 없이도 취할 수 있는 시간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콤플렉스 덩어리인 내가 꿈을 꿀 수 있는 입지도 점점 좁아지고 말 테니….


요즘, 꽂힌 사람이 한 명 있다. 올림픽을 보면서 팬이 되어 버렸는데, 우리나라 여자 배구팀 주장 김연경 선수다. 원래, 배구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어서 얼마 전 배구계의 여러 가지 논란이 있었을 때도 그런가 보다 했었는데 알고 보니 정말 대단한 선수였다. 꿈을 명확하게 꾸면서 꺼지지 않는 열정을 불태웠을 때 어떤 놀라운 일들이 일어나는지. 김연경은 일본팀으로 가자마자 만년 꼴찌 팀을 우승시켰을 뿐만 아니라 터키에 가서도 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주장을 맡으며 승리의 아이콘 역할을 했다고 한다. 이번 세르비아와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김연경 선수의 공격을 읽은 세르비아 선수가 블로킹하는 척하면서 손을 내렸다. 순간 김연경 선수는 아쉬운 마음에 “식빵”을 외쳤는데 유럽에서 같은 팀에서 뛰었던 세르비아 선수는 바로 달려와 사과의 하이 파이브를 건넸다. 비록 패배하기는 했지만, 그 장면은 내가 뽑은 The moment of game이다. “식빵”을 외쳐도 밉지 않은 선수…. 10억 명 중에 나올까 말까 한 선수라는 타이틀이 붙을 정도로 인정받고 연봉도 가장 많이 받는 선수인데 작년에 한국의 흥국생명과 계약하면서는 연봉의 70%를 자진 삭감해 다른 선수들 연봉을 올려주는 조건으로 계약했다고 한다. 또, 자신의 이름을 걸고 불우한 환경에 있는 배구 유소년들을 위한 장학금 재단을 운영하는데 그 수혜를 입은 꿈나무들이 현재 김연경과 함께 4강 견인차 역할을 한 클러치 박 박정아 선수와 대표님 막내 정지윤 선수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악플로 괴로워하는 김희진 선수를 위해 선플들만 모아 선물했다는 미담도 있다.)


올바른 방향으로 꿈을 꾸고 그것을 이루어낸 사람의 선한 영향력이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비록, 김연경 선수 같은 위대한 사람이 되겠다는 꿈을 꾸기에는 다소 멀리 온 감이 분명히 있지만, 불의에 맞설 줄 아는 정의로움, 주변을 챙길 줄 아는 넉넉한 마음, 목표를 위해 나아가는 선명한 열정만큼은 꼭 닮고 싶다는 바람을 가져 보며 마지막은 올림픽 폐막식 날, 뉴스데스크 앵커의 클로징멘트로 대신할까 한다.


“한쪽 팔이 없는 탁구선수. 고소공포증이 있는 다이빙 선수. 그리고 항암 치료를 8번 받은 태권도 선수. 이들이 올림픽에서 우리에게 말해준 건 꿈과 도전에는 한계가 없다는 거였습니다. 땀과 눈물로 우리에게 큰 감동을 준 전 세계 모든 선수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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