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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정 Jan 29. 2024

내력과 외력의 싸움

드라마 <나의 아저씨>

성실한 무기징역수처럼 꾸역꾸역


중고등 시절에는 인생의 목적이 대학교였다. 

대학을 가고 나면 대한민국 남자들에게는 군대라는 또 다른 사회를 마주하게 된다. 

훈련소 시절 내 이름은 어디 가고 번호로 불리게 된다. 힘든 시간이 지나면 모두 해결될 거라며 선임이 위로한다. 선임 말대로 후임이 들어오고 선임들이 모두 전역하니 말년 병장 시절이 온다. 평화롭고 지루하던 시간이 잠시 지나고 나니 군 시절은 그렇게 끝이 났다. 

대학을 나오고 취업을 하다 보니 인생의 목적들이 쏟아져 나온다.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고 가르치고.....


군대에서 배운 것은 오로지 악으로 깡으로 버티고 버틴다. 그래서 나는 할 수 있다. 


그러다 어느덧 나의 이름은 아저씨가 되어 있었다. 


키다리 아저씨

박동훈 부장은 건물 설계 및 진단 전문회사의 안전진단 팀의 부장이다. 

그의 직업은 건축구조기술사이다. 


아내는 변호 사고, 아들은 유학 중이며, 꼼꼼하면서 남에게 모진 말을 못 하는 부드러운 성격으로 후배들에게 신망이 두텁다. 형은 명예퇴직을 당하고 후일로 사업하다 망해서 이혼을 당했으며 동생은 번번이 영화제작에 미끄러져 나이 사십이 될 때까지 자리를 못 잡고 있다. 두 형제가 백수가 되어 홀어머니와 함께 사니 어머니의 한숨은 나날이 늘어난다. 


어머니가 동훈을 찾아 형의 사업자금을 빌리려 할 때 동훈에게는 복잡한 상황이 벌어진다. 회사에서는 대표이사와 전무 간의 정치 싸움 속에서 희생양을 만들기 위한 함정인 뇌물 폭로 사건에 동훈이 얽히게 된다. 가정에서는 아내가 자신의 대표이사와 불륜을 하고 있고 설상가상으로 자신이 뽑은 파견직 직원은 대표 이사의 사주를 받고 그를 도청하면서 여러 공작을 펼치기 시작한다.



너무 빨리 자란 어른 아이 

빚을 갚으며 하루살이 인생을 살아오고 있는 지안은 3개월 계약직으로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동료 의식이 전혀 없다. 모두가 그저 똑같은 아저씨인 셈이다. 도청을 하고 있는  동훈은 묵묵하고 조용한 성격의 사람이다. 형과 동생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고 인생을 순리대로 살아가고자 하는 평범한 남자.


"이런 아저씨도 있구나"


그런 남자에게 불행은 한꺼번에 몰려온 것이다.

18년 동안 회사에서 묵묵히 일만 하고 퇴근길에 아내를 위해 마트를 들리는 성실한 가장이었다. 

사내 정치의 라인에 들지 못했다고, 아내에게는 애정전선에 금이 갔다고 모두에게 버림을 받으려 한다. 


동훈의 주변에는 두 형제가 있고 죽마고우들이 가까운 동네에 살고 있어도 그에게 찾아온 마음의 병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지안은 어린나이 여도 또래와 달리 상당히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다.  불우한 환경 속에서 자라 끝을 알 수 없는 긴 터널 속을 헤매고 있다. 지안의 회사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타인이 될 사람들뿐이다. 인간관계는커녕 자신이 상처받지 않기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  냉소적으로 대한다.  


어느 날 같은 팀 부장 동훈을 둘러싸고 있는 사건의 내막을 알게 되고 도청앱을 통해 동훈의 속마음을 알게 된다. 


살면서 작은 친절을 받지 못한 지안은 동훈을 통해 참어른을 알게 되는데 

마음이 고장 난 사람들 

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마음이 망가진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런데도 이 드라마는 힐링드라마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왜일까?


건물 설계 및 진단 전문회사를 다니는 안전진단 팀의 부장 박동훈처럼

모든 사람들은 안전진단에서 모두 불합격이다. 


“경직된 인간들은 다 불쌍해. 살아온 날들을 말해 주잖아. 상처받은 아이들은 너무 일찍 커버려. 그게 보여, 그래서 불쌍해.”

관계 속에 회복

사람들은 관계와 환경 속에서 상처와 치유를 반복한다. 

사람 간의 관계는 구조물이며 신뢰는 콘크리트처럼 단단해진다. 

만약에 그 어느 하나라도 균열이 생기면 지금까지 버티고 버틴 고된 인생이 무너져 버리는 일이 발생한다. 



이드라마의 등장인물처럼 사람들은 어른이 되면서 삶의 중심을 흔들 만큼 다들 큰 걱정거리 하나씩은 안고 살아가고 있다. 겉으로 표현하느냐 안 하느냐의 차이이고. 표현하더라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의 차이일 뿐


“구조기술사는 말 그대로 구조를 짜는 사람. 모든 건물은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야. 바람, 하중, 진동. 있을 수 있는 모든 외력을 계산하고 따져서 그 보다 세게 내력을 설계하는 거야. 항상 외력보다 내력이 세게. 인생도 어떻게 보면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고, 무슨 일이 있어도 내력이 세면 버티는 거야.”



드라마에서는 다 큰 어른들이 늦은 밤 같이 거닐며 각자의 집으로 배웅을 하는 장면이 있다. 

마치 소년 소녀들처럼 

"잘 들어가고 내일 보자"

"안녕"


그렇게 관계는 이어진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을 해야 한다. 몸이 아프면 병원을 찾지만 마음이 아프면 치료도 약도 없다. 

어린 시절처럼 시간이 지나면 걱정거리가 사라질 것 같지만 힘겨운 삶의 걱정거리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 내 마음을 알아주는 관계들을 찾아 위로를 받아야만 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걱정거리는 추억이 되고 행복감이 찾아 올거이다. 


걱정거리 없는 사람은 없다. 행복해지려는 희망이 있다.  

오늘도 행복 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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