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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 May 25. 2020

숨을 참을 때와 내쉴 때

몸과 마음의 균형에 대하여

TV 보는 걸 좋아하는 나는 쉬는 날에 별다른 약속이 없으면, 공중파부터 케이블까지 갖가지 방송들을 보곤 한다. 


한번 웃고 넘기는 예능 프로그램부터 가끔은 예능보다도 더 재밌는 뉴스, 그리고 갖가지 토크쇼까지. 세상만사에 관심 많은 나에겐 어릴 적부터 TV는 좋은 친구였다. 아무 생각 없이 쉬려고 보는 프로그램도 있지만 가끔은 의도치 않게 TV를 보면서 새로운 자극과 생각 거리들을 찾기도 한다. 그러던 중 우연찮게 KBS에서 하는 <도올학당 수다승철> 이란 프로그램을 봤다. 과거에 동양 철학에 대한 해박하고도 독특한 강의로 유명했던 도올 선생님과 가수 이승철 씨가 나와서 진행하는 신선한 콘셉트의 토크쇼였다. 도올 선생님의 깊이와 이승철 씨의 재치 및 음악이 어우러져 나름 괜찮은 콜라보를 이루고 있었다. 매번 게스트를 불러서 서로 다양한 강의와 의견을 교류하는 형식이었는데, 내가 본 방송은 소통 강의로 유명한 김창옥 교수가 나온 편이었다.




일상으로 풀어내는 삶의 진리  ⓒKBS <도올학당 수다승철>


알다시피, 김창옥 씨는 일상 속에서 나오는 소재를 토대로 삶과 관계 등에 대해서 탁월한 비유법과 유머를 겸비한 명강사였다. 도올 선생님이 인간의 보편적인 가치에 대한 이야기와 발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면, 김창옥 교수는 일상 속의 에피소드를 불러와서 우리의 몸과 마음이 좀 더 행복해지는 메시지를 던지는 식이다. 그래서 방송에서는 김창옥 교수가 '몸과 마음의 균형'이란 주제로 강연을 했는데, 의외로 사람들에게 힐링을 전하는 전문가인 본인이 개인적으로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서 털어놓았다. 그는 30대부터 방송에서 꽤 날리던 소통강사였고, 5060 세대 이상의 중장년층부터 젊은 층까지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말솜씨로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그런 그가 말하기를 사실 자신은 어렸을 적부터 강의에 나서면 매 강연이 오디션이란 생각으로 긴장되고, 대중들에게 좀 더 공감받는 강의를 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맞춰 나갔다고 고백했다. 자신이 내키지 않아도, 혹은 자신과는 맞지 않아도 대중들이 더 관심을 가져줄 만한 이야기, 몸짓 등 외적인 성장을 위해 숨 가쁘게 달려온 세월이었다.




몸과 마음의 균형을 위하여  ⓒ픽사베이


그 덕분에 지금은 남부럽지 않은 인기강사가 되었지만 외적으로 성장한 그와 달리 그의 마음과 몸은 많이 지쳐있었다고 한다. 한 번은 심장이 오그라들 거 같은 긴장감과 불면증에 못 이겨 정신과 진료를 받으러 갔다고 한다. 나름 소통 강사라는 사람이 자신의 심적 질환으로 병원을 찾아간다는 것이 좀 창피하고, 부담스러웠을 텐데 병원을 다녀오고 무심하게 자신의 증세를 확인하던 의사를 보고 그는 또 생각했다고 한다. 앞으로는 좀 더 나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야겠다고. 그쯤 마침 제주도에 사는 동창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고, 그는 한 달에 1주일 정도는 제주에서 살아보자고 다짐했다.


제주에 돌담집 같은 나지막한 공간을 얻어서 서울과 오가는 생활을 하면서, 그는 점점 주변을 돌아보게 되었다. 자신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서 무엇을 하면 좋을지 생각해보다가, 해녀 일에 한번 도전해보고자 했다. 흔히 말하는 물질은 큰 호흡과 체력을 요구하는 일이었기에 욕심을 낸다고 더 잘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해녀분들 사이에서는 잠수하는 깊이에 따라 급이 나뉜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좀 더 굵고 좋은 전복이나 해산물들은 바다 깊이 있는 경우가 많다 보니, 호흡의 한계 내에서 잠수하면서 최고의 수확물을 얻기 위해서는 여러 고비의 순간이 많다고 한다.




             물질을 통해 깨우친 인생의 원리  ⓒ픽사베이                         


특히나, 자주 겪는 경험은 최저점에 내려가서 수확할 게 없다고 보고 올라갈 때 느끼는 갈등이라고 한다. 분명히 내려갈 때는 안보였던 것들이 물 위로 올라가려고 하면 눈에 띈다는 것이다. 여기서 해녀는 갈등하게 된다. 좀 더 숨을 참고 다시 내려갈까? 물론, 억지로 다시 내려간다 해도 빠른 물살로 인해 수직으로 내려갈 수 없기에 눈으로 봤던 수확물을 캐올 확률은 희박하다. 그리고 자신의 숨의 허용량을 넘어 억지로 참는 순간부터 우리 몸은 자체적으로 산소 공급을 절약하기 위해서 뇌의 산소공급을 중단하게 하고, 좀 더 과부하가 되면 호흡곤란으로 심정지 등 큰일을 치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퇴직하는 원로 해녀분들이 새롭게 물질을 하는 사람들에게 많이 하는 말이 있다고 한다. 



"네 숨대로 혀"



단순한 말 같지만 이는 아주 의미 있고 중요한 메시지다.


우리 삶과 인생에서도 빗대어 배울 점이 많다. 사람은 제각각 자신이 쉴 수 있는 숨의 허용량이 다를 것이다. 특정한 사람을 보고 나도 저 사람처럼 되야겠다고 자신의 허용량을 넘기며 숨을 참는다면 우리의 몸과 마음은 곧 호흡곤란과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숨을 참았으면 적절히 내쉴 줄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몸과 마음의 균형이 오고 좀 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


자, 오랫동안 숨을 참았거나 혹은 내쉬기만 했다면 이젠 날숨과 들숨의 균형을 찾도록 연습해보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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