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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 May 23. 2020

'투 두 리스트' 보다가 지치는 나에게

메모에 대한 생각

갤럭시폰을 쓰는 나는 오랫동안 삼성 노트를 즐겨 썼다. 


일상생활을 하다가 영감을 받거나 필요한 사항이 있으면 그때그때 메모하는 걸 즐겼고, 그 영감과 기록들을 소중히 여겼다. 얼마 전부터는 온라인에서 호환 가능한 네이버 메모를 즐겨 쓰고 있는데, 웹이든 모바일에서든 쉽게 내가 기록한 끄적임을 확인해 볼 수 있다는 게 좋았다. 그런데, 문제는 그 끄적임의 절대적 양이 방대해지면서부터였다. 꼭 해야 하는 일, 해두면 좋을 일, 언젠가는 해보고 싶은 일, 급하진 않지만 배워두면 좋을 일, 도움되는 신문기사, 기타 URL 등 메모가 방대해지면서 내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확인하는 데에만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웹서핑을 하다 보면 이런 문구도 좋아 보이고, 이런 현상은 공부해둬야 할 거 같고. 아... 이래서는 끝이 없겠다 싶었다.



끊임없이 생성되는 나의 메모들  ⓒPixabay



그래서, 다시금 생각했던 거 같다. 내가 메모하는 이유에 대해서. 


사람은 기본적으로 망각의 동물이기 때문에 기록해두지 않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과거의 생각이나 느낌을 잊어버린다. 그렇기에 우리는 때때로 기록이라는 것을 통해서 계속해서 기억하고 확인해야 될 것들에 대해서 생각하고 도움받는다. 나 역시도 메모를 하는 이유는 대부분 이에 해당되는 거였다. 그리고 사실 욕심만 좀 앞서는 측면이 많기도 했다. 분명히 다 해내지도 못할 거면서 유익해 보이거나 좋아 보이는 게 있으면 다 기록해두고 언젠가 다시 꺼내고 공부해보고, 실행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렇게 하지 못했지만...)



메모를 위한 메모를 하고 있었던 건 아닌 지  ⓒPixabay



즉흥적으로 메모하는 거 이상으로 기록한 메모들을 제거하고 추가하면서 관리할 필요성이 생겼다. 그리고 좀 더 가독성 있게 구조화해서 현재 내가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적용해야 할 사항들에 대한 노력이 필요했다. 무조건 쌓아두는 게 능사가 아니었다. 충분한 고민 없이 실행만 앞서도 문제가 있겠지만, 투 두 리스트를 나열해놓고 고민만 하다 시간을 보내서도 안될 일이다. 우선적으로 해보고 싶은 일과 현실적인 여건들을 고려해서 선택과 집중의 지혜를 발휘해봐야겠다



때론 아날로그가 좋다  ⓒPixabay



그리고, 또 한 가지 깨달은 바가 있다면 디지털 도구 사용시간을 좀 제한해야겠다는 생각이다. 


PC든 스마트폰이든 자유롭게 검색하고 다양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어서 좋긴 한데, 이게 또 마치 정보에 대한 충동 구매 같이 굳이 필요하지 않은 내용들을 찾아보고, 길게는 몇 시간을 보내고, 원래 하려고 했던 것들을 못하게 되는 일들이 자주 발생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적절한 균형. 때론 종이 노트나 종이 책, 종이 신문을 통해서 읽고 생각하는 게 훨씬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경험을 할 때가 많은데, '투 두 리스트'만 보다가 지치는 나에게 변화를 줘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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