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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 Dec 31. 2021

확실한 것이 아무것도 없을지라도

2021년을 정리하며

2021년 신축년도 이제 정말 몇 시간 남지 않았습니다. 차분하게 한해를 회고하고, 내년을 준비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어 이렇게 글을 씁니다. 올 한 해는 개인적으로 정말 다사다난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상투적으로 하려는 말이 아니라, 정말 어느 것 하나 확실한 것이 없던 해였기 때문입니다. 코로나라는 상황을 핑계 대기에는 작년 한 해 동안 공부하고 축적해 온 경험들이 저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습니다. 종합여행사 실무자로서 쌓아온 경험과 그동안 축적해 온 인사이트들은 저에게 직장인으로서의 역할 외에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기회들을 만들어줬습니다.


하나씩 되돌아보면 올해 초, 경북도청 사업의 일환으로 여행 스타트업 대표님들을 대상으로 여행 플랫폼 활용에 대한 강의를 했던 때가 생생히 기억납니다. 관념적으로 알고 있던 지식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시각화하여 비즈니스에 도움이 될 수 있게 전달하는 활동(강의)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매일같이 집 근처 스타벅스로 출근해서 종일 리서치 자료와 유관 도서를 살펴보수십 종의 여행 앱을 켜서 자체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얼마나 많이 교안을 수정하고 또 다듬었는 모릅니다. 서울까지 올라가서 Zoom으로 진행해야 하는 강의였지만, 강사료를 받는 것을 떠나 저에게 주어진 새로운 기회에 저 스스로를 최대한으로 시험해보고 싶었습니다. 제 가치에 대한 재정의가 될 수 있을 테니 말이죠.



그 이후로 이런저런 계기로 여행업 관계자분들을 대상으로 참으로 많은 강의를 했습니다. 콘텐츠 기획과 스토리텔링, 해설기법, 여행 트렌드의 이해, 스마트폰으로 사진/영상 편집 등 여행업체 대표님, 문화관광해설사 선생님, 사회적 기업 관계자, 마을해설사 선생님, 관광 크리에이터 등등 대상은 다 달랐지만 코로나 시기에 자신의 역량을 재정의하고 재도약을 위해 준비하는 분들을 대상으로 역량 강화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강의를 하면서 느낀 바가 참으로 많았습니다. 제일 큰 깨달음은 잘 아는 것과 잘 전달하는 것은 확실히 다른 영역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떠한 메시지를 혹은 지식을 전하기 전에 상대에 대한 충분한 공감과 상대가 처해있는 상황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하지 않고는 준비된 지식이 가치 있게 전달되기 어렵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여행업에는 설명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고난의 시기였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들의 재도약을 위해 노력하시는 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저 역시 이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메시지를 전하는 강사로서 반성하고 스스로의 역량 개발에 좀 더 경건한 마음으로 노력했던 거 같습니다. 급변하는 현실의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고, 변화의 흐름에 맞는 진짜 실력을 갖춘다면 예상치 못한 성장의 기회를 가질 수 있겠다는 확신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강의를 하며 단절된 해외여행 외에 국내여행과 제가 살고 있는 로컬인 부산에 대해서 자연스레 관심을 가지게 된 해이기도 했습니다. 오랫동안 여행 트렌드를 분석하고 살펴왔지만 제가 올해 깊게 연구한 분야는 부산의 특화골목길 상권 6개 권역이었습니다. 전포동 전리단길, 해리단길, 영도 봉래동, 망미단길, 범리단길, 초리단길 등 전국구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자신만의 콘셉트와 문제의식으로 영민한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SME 사업주분들을 보며 큰 영감과 배움을 얻었고 이러한 로컬 브랜드들을 비즈니스, 브랜드, 공간의 관점으로 살펴보는 콘텐츠를 만들어 여행 상품화하고 사업주분들을 지원하고자 했습니다.


※ *SME(Small and Medium Enterprise) : 중소상공인



비록 2-3시간 남짓의 도보투어였지만 제가 상품을 기획하고 구성하기 위해 들인 시간과 노력(독서, 관계자 인터뷰, 사전답사)은 가히 엄청난 것이었습니다. 수익만 놓고 본다절대로 할만한 일이 아니었지만 여행의 트렌드가 전통적인 관광명소만을 보던 것에서 도시 내의 골목길 브랜드나 대도시 주변의 2선, 3선 중소도시로 새로운 체험을 하는 것들로 바뀌어 가는 것을 보며 이러한 국내 로컬 여행 트렌드들이 코로나 이후에는 해외에도 똑같이 적용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에 더 관심을 가졌던 거 같습니다. 이러한 경험들이 장기적으로는 저의 본업에도 도움을 줄 거라고 생각한 거죠.



여행 플랫폼에 상품을 올려보고 다양한 여행자들을 만나면서 재밌는 에피소드들도 많았습니다. 처음 전포동 전리단길 투어로 예약을 하신 양산에 사는 선생님 부부는 신기하게도 제가 쓴 브런치의 여행업에 대한 글을 보고 투어를 신청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전리단길에 대한 해설보다 여행과 여행 비즈니스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했던 거 같기도 합니다(웃음) 참고로 이 선생님 부부는 제가 상품을 론칭할 때마다 예약을 해주셔서 부산의 골목길을 구석구석 다양하게 살폈던 거 같습니다. 이외에도 서울에서 부산에 출장 차 오셨다가 부산의 골목길 브랜드를 체험하신 분, 진로를 고민하며 여행 온 부산에서 새로운 영감을 찾기 위해 투어를 신청해주신 분, 여행 스타트업 상품기획자로컬의 이색 콘텐츠를 체험해보고 싶어 출장비로 투어를 결제하신 분 등 코로나 속에서 여행 콘텐츠의 변화와 운영방식에 대해서 몸소 체험하고 익힐 수 있던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이외에 또 주력했던 활동은 글쓰기였습니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동남권 권역 로컬 콘텐츠 큐레이터로 활동하면서 매월 한편씩 지역의 발전사례를 찾고 관계자분들을 인터뷰했는데 정말 그전에는 몰랐던 새로운 사실들이 저를 흥분시켰던 거 가습니다. 나태주 선생님의 풀꽃이란 시 문구처럼 자세히 보아야, 그리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러운 것들이 우리 주변에는 참으로 많았습니다.



생각나는 데로 올해의 기억들을 떠올려 봤는데요. 본업과 부업의 경계에서 많은 생각들을 다시금 해보게 됩니다. 요즘은 어떻게 보면 본업을 탄탄히 지속적으로 하기 위해선 본업과 연관된 부업을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통한 새로운 도전과 경험들은 본업이 어려움에 처할 때 다른 측면에서 해결책을 제시해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본업에서 나의 역할을 좀 더 다양하게 펼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기도 했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아무런 인지도 못했던 일상적인 것들의 가치가 코로나라는 이슈를 겪으면서 흔들리고 안정성이 깨졌습니다. 어느 것 하나 확실한 것이 없는 상황이 되어버려 그저 그날 하루하루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해야 하한 해였습니다. 매일 같이 인스타그램에 피드를 올리고, 브런치에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사람들과 토론하고 공부하고. 덕분에 캐리어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다양한 기회들을 얻을 수 있었던 한해였습니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2022년 내년도를 생각해봅니다. 장인정신이라는 것이 요즘 시대에도 유의미한 것이라면 그것은 내가 하고자 하는 업에 대한 다양한 관점의 도전과 해석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그러한 도전과 경험들을 주변에서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위한 도움을 전하는데 쓸 수 있다면 그 또한 매력적인 삶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2021년이 불안에 떨며 눈앞에 부딪히는 데로 실행에 옮긴 해였다면, 2022년은 올해의 경험을 발판 삼아 양적으로 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좀 더 도약할 수 있는 해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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