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피아노 선율에 기대어 제 글들을 읽어보았습니다
점과 점을 연결하여 가치 있는 선으로 만들기
스티브잡스가 했던 말 중 하나인 "Connecting The Dot"이란 표현을 좋아합니다.
좌절하고 혼란스러워하던 시기에 무어라도 하는 활동들(점)이 언젠가는 연결되어 가치 있는 선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게 해 주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코로나로 인해 원치 않은 휴직을 마주했을 때도 매일 같이 9시에 맞춰 집 근처 카페로 출근해서 해질 무렵까지 무어라도 읽고, 보고, 기록했던 거 같습니다. 우스갯소리로 하도 일정하게 한 스타벅스만 가니깐 일 년쯤 지났을 때는 바리스타분들과도 편히 인사 나누는 사이가 되었고, 제 주문 취향에 대해서도 알고 먼저 이야기해주는 정도가 됐으니깐요.
그러한 시간들 속에서 스스로의 삶에 대해서 되돌아보고, 제가 몸 담고 있는 업의 미래에 대한 생각들을 기록으로 남기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더욱이 브런치라는 글쓰기 플랫폼을 만나면서 그러한 기록들은 소박하게나마 브런치북이란 형태로 정리하여 한 편의 창작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감사하게도 이러한 경험들이 기회가 되어 강의도 하고, 원고도 쓰고, 도슨트 투어도 하게 되었는데요. 처음엔 전문 강사도 아닌 제게 이러한 기회가 생기는 것 자체가 그저 신기했습니다. 하지만 점차 다양한 주제로 여러 수강생분들에게 메시지를 전할 상황들이 생기면서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메시지는 어떠한 것이어야 할까?라는 부담감과 책임감도 느끼게 됐던 거 같습니다.
이런 과정들 속에서 제가 쌓아둔 기록들은 콘텐츠가 되어 연계된 사람들에게 전파되고, 또 새로운 제안들을 만들어 줬습니다. 사실 제 경험에 기인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라 공감도는 높을지 언정 한정된 주제의 메시지일 수도 있었을 텐데, 어떤 측면에서는 누군가의 성장과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그저 고맙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며칠 전에는 이러한 흐름들 속에서 한 플랫폼으로부터 전자책 입점 제안을 받았습니다. 제가 기록해두었던 브런치북을 전자책으로 정리하여 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이었는데요. 수신자의 맥락에 맞는 이야기는 가치 있는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원칙을 항상 머릿속에 염두하고 사는 저이지만, 사실 고민이 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우선 처음부터 장기적으로 긴 호흡을 가지고, 정돈한 글이라고 보기는 어려웠기에 그럴 가치나 자격이 있을까에 대한 생각이 들었고요. 판단이 잘 서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피아노 선율에 기대어, 제가 이때까지 써놓은 글들을 천천히 읽어보았습니다. 조금씩 쓸 때는 몰랐는데, 제가 쓴 글을 제가 다시 읽어보려니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더군요. 그리고 거의 2년 전에 쓴 글들도 있다 보니 제 글이 저 스스로에게도 새롭게 다가오는 부분도 많았습니다. 2년 전에, 1년 전에 내가 그러한 감정과 그러한 생각들을 가졌었구나. 과거에 제 생각을 따라가는 여행이 일정 부분은 새롭고 흥미로웠습니다. 쑥스럽기도 했고요(웃음)
하지만, 무언가 정돈된 메시지로 사람들에게 선보이고 전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정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입니다. 너무 고민하여 한 문장도 써 내려가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생각과 글이라는 것은 원래 일필휘지로 작성 후 수없이 많은 탈고 과정을 거쳐야 짜임새를 갖춰 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브런치의 원고들을 한글 파일에 옮겨 하나하나 다시 복기하면서 어떠한 편집으로 저의 에세이를 정리해야 할지 고민해보았습니다. 그동안 찍어두었던 점들을 가치 있는 선으로 연결시키는 작업이 될 테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