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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 Sep 23. 2020

에디터가 되니 생긴 변화들

사보 편집위원 활동기

2016년 11월,
나는 회사 인트라넷을 통해 한 가지 공지를 접했다.


'HNT STORY 편집위원 모집'이란 공고였는데, 사보 에디터를 뽑는다는 공지였다. 당시 회사가 한참 사업 영역을 넓혀가면서 계열사들이 늘기 시작했고, 그룹사의 다양한 직원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자는 취지였다. 사보의 형태는 기존의 CS매거진을 개편해서 HNT STORY라는 형태로 발간한다는 계획이었다.



사보 편집위원 모집 공고  ⓒ피터



평소에 창의적인 소재에 대해서 글 쓰는 것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솔깃했으나,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망설였다. 그러기를 한 일주일 반복하다가 고민 끝에 편집위원에 지원했고, 운 좋게 선발돼서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 편집위원 선정 후, 본격적인 활동을 위해 첫 회의에 갔을 때 사보의 운영 방향성에 대해서 많은 의견을 나눴다. 마치 잡지사 에디터가 된 느낌이랄까. 고정 편집위원 6명에 회사 지식경영팀에서 1~2명 정도 지원 인력이 나오는 정도여서 현실적으로 거창한 걸 할 수 있는 형편은 아니었고, 회사 외부에 공개하는 형태는 아니고 내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사보 형태로 제작하기로 했다. (사실, 말이 디지털이지 편집한 걸 PDF북 수준으로 만드는 것이긴 했다)


그리고 나서는 편집위원 각자가 이끌고 갈 주제 선정에 심혈을 기울였다. 재미있거나, 유익하거나 둘 중에 하나라도 해당돼야 의미가 있을 텐데 회사 내부의 이야기든 회사의 비즈니스와 관련된 정보들이든 뭐든 꼭지를 잡고 시작해나가기로 했다. 나는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이런저런 고민을 한 끝에 '관광업 트렌드 따라잡기'라는 주제를 연재해 나가기로 했다. 당시에 자기 계발 차원에서 타업종의 지인들과 비즈니스 트렌드 스터디 모임을 하면서 한창 산업 트렌드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을 때였고, 내가 속한 여행업이 온라인 여행서비스 회사들의 주도로 빠른 변화를 맞이하고 있던 터라 이에 대한 현황을 소개하고, 회사의 대응 방안을 알려보자는 취지였다.


한 달에 한 번씩 발행하는 조건으로 '2017년 2월호'가 첫 작품이었다. 첫 주제로는 '글로벌 OTA는 지금!' 이란 주제로 글로벌 여행 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던 OTA(Online Travel Agency)에 대해서 소개하고 우리사의 대응 전략을 정리하는 내용이었다. 원고를 작성하는 방식이 각자가 PPT에 텍스트와 이미지를 정리하면 최종 편집자가 간단한 디자인 작업 후, Srook이란 서비스를 통해서 PDF북 형태로 만드는 것이었다.(지금은 Srook이란 서비스가 없어져서 당시의 PDF북 소환이 안된다ㅠ)



2월호 원고 (처음엔 정말 PPT 수준이었다)  ⓒ피터



[ 사보 내용을 정리하여 포스팅했던 글 : 2월호 글로벌 OTA는 지금! ]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6802923&memberNo=600339



그래서, 원고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가독성 있는 글을 위해서 적절한 이미지와 도표 등 다양한 소스들이 중요하다는 걸 많이 느꼈다. 이미지 하나를 고를 때도 웬만하면 깨지지 않는 고해상도의 큰 이미지를 찾고 폰트에 유의하면서 잡지 편집의 쌩 기초를 배워나갔다.(그래도 같이하던 편집위원님들이 능력자가 많아서, 쉽게 배울 수 있었던 거 같다)


2월에 처음 발행했을 때는 사보에 대한 직원들의 인지도가 낮았기에 별다른 피드백이 없었지만, 계속해서 취재 소스에 대한 의견 접수와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조금씩 사내 메신저로 궁금한 사항들에 대한 취재요청이 들어오고, 발행한 글들에 대한 의견이 접수됐다. 처음엔 무언가 내가 리서치하고 쓴 글에 대해서 의견을 받는다는 것이 신기했고, 감사했다. 그리고 한정된 지면 내에 쓰는 글이기에 최대한 구독자인 직원들의 궁금증을 해결하고, 도움이 되는 글을 쓰고 싶었다.


특히나, 편집위원들이 각자 밀고 나가는 주제들이 다양했기에 전체적으로 묶어났을 때는 이성과 감성을 오고 가는 콘텐츠들 속에서 흥밋거리를 찾을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신비한 하나사전] 이란 코너에서는 영어도 아니고 기술 용어도 아니지만 여행업에서 관습적으로 쓰고 있는 용어들을 소개하고 뜻을 풀어보는 코너를 마련한다던 지, [Monthly People]에선 그달에 회사 내에서 이슈가 되는 인물들을 인터뷰하고

생각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그래서 사실 최종 편집본이 나오면 내가 쓴 글의 오탈자를 찾아내는 미션을 빠르게 끝낸 후, 다른 편집위원님들의 글을 미리 맞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2월부터 서너 번 정도 원고를 발행하고 나니 편집위원 회의 시에 풀어나가야 할 문제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당시 가장 많이 언급된 이슈는 최종 편집자가 느끼는 업무강도가 예상보다 더 크다는 것이었다. 별도의 디자인 지원을 받지 않고 시작했기에 편집위원 중 디자인 프로그램을 다룰 수 있는 직원이 최종 디자인 편집을 해서 Srook으로 PDF북을 만들었는데, 원고 쓰는 것 외에 편집위원들이 내는 초고를 틀에 맞게 정리하고 편집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다 보니 여러 가지로 힘든 점이 많았다. 그래서 당시 여러 가지 방안을 고민하면서 최종 편집자의 일을 덜기 위해 편집위원들이 초고로 내는 PPT의 형식의 틀을 좀 더 구체적으로 맞추도록 개편하고자 했고 텍스트 폰트, 이미지 원본(출처) 등 포맷을 좀 더 세밀하게 바꿔 나갔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많이 언급됐던 이슈는 직원들의 반응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었다. 매월 일정 금액의 예산을 들여 퀴즈 이벤트에 참여하거나 의견을 개진한 직원들에게 커피 쿠폰을 발송하고 있었는데 몇 달 진행하다 보니 참여하는 직원들만 반복적으로 참여하고 있어 원래의 취지에 벗어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직원들이 사보를 좀 더 많이 접하고 참여할 수 있는 거리들을 만들어가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소소한 의견 들일 수도 있지만 '인트라넷에 사보 공지를 올리는 게시자를 바꿔 본다던 지(주의 환기 차원?)', '오프라인 출력물을 일정 분량 만들어 배포한다던 지', '직원들과 함께하는 사진전 이벤트를 열어본다던 지' 등의 의견들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본 시간들이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우리는 매월 꾸준히 취재거리를 찾아다니고 큰돈 들이지 않는 선에서 발로 뛰는 취재활동을 많이 했다.(간헐적 기자 체험이라고나 할까...) 정보에 대한 현장감을 높이기 위해 주로 관계자분들 인터뷰를 많이 했는데 처음이라 어설픈 진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성심 성의껏 답해주셔서 좀 더 좋은 글을 써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하나의 콘텐츠가 독자에게 의미를 가지는 정보가 되기 위해서는 시의적절한 주제 선정과 필수 정보의 구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던 시간이었다. 당시 썼던 주제들을 나열해보니 3년 전이었음에도 아직까지 나의 관심사와 취향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 많은 것 같다.


덕분에 많은 시행착오와 성장을 경험했던 시간이기도 했고 말이다.


  




[관광업 트렌드 따라잡기_취재 목록들]

2월호 글로벌 OTA는 지금!

3월호 JTBC 뭉쳐야 뜬다(패키지여행)  vs  KBS2 배틀 트립(자유여행)

4월호 4차 산업혁명과 여행업

5월호 하나투어 해외지사 소개

6월호 [취재수첩] 2017년 하나투어 여행박람회 소개

7월호 [취향의 발견] 여행 예능 프로그램 속 인문학 열풍

8월호 [부산의 재발견] 바다 보며 커피 마시는 카페

9월호 하나투어 테마여행 따라잡기 [역사 편]

10월호 [특집] 국내 고속도로 휴게소 열전

11월호 2017 하나투어 여행박람회 부산 (실무자 인터뷰)

12월호 [아듀] 2017 관광업 트렌드 돌아보기



[사보 내용을 정리하여 포스팅했던 글]


4월호 4차 산업혁명과 여행업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7599946&memberNo=60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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