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탄. 트렌 다이어리 작성
워크숍을 마치고 돌아온 후,
나는 어떤 분야의 트렌드를 알아볼 지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물론, 소비트렌드센터에서 안내받은 자료에는 트렌드 분과라고 해서 가이드라인이 있긴 했지만 막상 한 달에 한편씩 트렌드 리포트를 작성해야 되는 상황에 오니 무엇을 중점으로 봐야 할 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방송 트렌드를 살펴볼까? 아니야, 여행 트렌드를 살펴볼까? 무엇보다 수박 겉핥기 식이 아니라 한 가지라도 깊게 보고, 그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근본적인 배경을 찾아내는 게 중요했기에 고민의 깊이를 넓혀가면서 그때그때 생각나는 사항들을 많이 메모했다 (아마, 이때부터 굉장한 메모광이 되었던 게 아닌가 싶다)
워크숍에 참석해서 또 하나 많이 배웠던 점은 리서치를 하는 새로운 경로들을 많이 알게 됐던 점이다. 이전에는 네이버나 구글 검색을 통해 언론 기사를 통해 접했던 정보들을 많이 활용했다면 워크숍 이후에는 국내외 트렌드 관련 리서치 사이트나 삼성경제연구소, LG경제연구원 등 전문 기관들의 정보들을 많이 참고했던 거 같다. 물론, 내용을 완전히 다 이해하고 본 건 아니었지만 한 가지 주제에 대해서 깊이 있게 탐색할 때 전문가의 시각을 참조할 수 있어서 유용했다. 그리고 기존의 언론에서 비즈니스 분야를 심도 깊게 다루는 동아 비즈니스 리뷰(DBR)나 이코노미스트 등의 자료들도 많이 살펴봤다.
그렇게 많은 생각과 키워드를 정리하면서 내 나름대로 공통적인 부분들을 도출해봤다. 처음 트렌 다이어리 작성 시 제출했던 키워드는 '브랜드 생태계 조성'이었는데 기업이 자사의 브랜드 로열티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고객들에게 브랜드를 다방면으로 체험할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의미였다. 상품의 유통에 있어서 온라인 & 모바일 채널의 비중이 확대되면서 오프라인 공간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봤고, 선도적으로 브랜딩 활동을 이어가는 기업들을 통해 구체적인 사례들을 많이 살펴볼 수 있었다.
첫 번째로 접한 사례는 무지(무인양품)였다. 리서치를 하면서 우연찮게 '라이프스타일을 파는 무인양품의 공간 이야기'라는 팟캐스트를 접했는데 무인양품 관계자의 인터뷰를 통해서 무인양품이 중국 심천과 북경, 일본 도쿄에 무인 호텔을 짓고 무인 슈퍼, 무인 플래그샵 등의 공간으로 확장해 나가면서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려고 하는 브랜드의 가치와 전략적 방향을 읽을 수 있었다.
http://m.podbbang.com/ch/episode/17568?e=22866194
이외에도 국내 기업 중 선도적인 브랜드 마케팅을 하기로 유명했던 현대카드의 사례를 통해 오프라인 브랜드 생태계를 체감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한 번씩 서울에 올라갈 때마다 현대카드 라이브러리를 방문하는 걸 좋아했던 팬으로서 현대카드가 고객들에게 브랜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구축해나가고 있던 디자인, 트래블, 뮤직, 쿠킹 라이브러리들이 좀 더 의미 있게 다가왔다. 라이브러리 외에도 UNDERSTAGE(대중문화공연장), VINYL & PLASTIC(레트로 음반 체험공간), Storage(시각예술 전시공간)의 운영을 지켜보면서 여기는 도대체 회사 내부적으로 기획의 프로세스가 어떻게 시작되는지 궁금했고 놀라웠던 거 같다. (지금은 DIVE 앱으로 다 묶어 놓으려고 하고 있다)
https://dive.hyundaicard.com/web/designlibrary/spaceMain.hdc
야놀자의 사례도 흥미로웠는데, 숙박분야 O2O 사업의 선두주자였던 야놀자는 당시에 오프라인 사업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었다. 2011년 출범한 야놀자 F&G(프랜차이즈)를 통해서 중소형 숙박업체의 마케팅, 건축 및 인테리어, 운영 컨설팅을 강화해나가고 있었고 그간의 노하우를 집약해서 '호텔야자', '호텔얌', '에이치에비뉴' 등의 중소형 숙박 브랜드를 잇달아 론칭하며 단순히 모바일 상의 숙박 중개 서비스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정체성을 오프라인 공간에 확장해나가고 있었다.
http://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91855
이렇게 온라인 유통시대에 기업들의 오프라인 전략들을 보면서 어떤 배경과 문제의식들이 반영되었을지 궁금했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소비는 필연적으로 고객의 행동 데이터가 온전히 온라인 사업자에게 남는다는 점에서 플랫폼은 고객과 거래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좀 더 개인화되고 고도화된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하다.
그런데 왜 기업들은 오프라인 공간을 활용한 브랜딩을 강화해나가는 걸까?
당시 나는 이런 질문에 대해서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첫째, 소비 트렌드 전파 방식의 변화다. 트렌드에 민감한 패션 산업이나 타 업종들을 보더라도 더 이상 기업(공급자) 주도의 탑-다운 방식의 트렌드 전파가 타깃 고객들에게 잘 먹혀 들어가지 않았다. 고객의 니즈나 취향이 굉장히 세분화되면서 예전처럼 특정한 가망 타깃에 집중해서 포지셔닝하고 구매를 유도하는 게 굉장히 어려워졌고 이는 트렌드 전파가 아닌 기업의 브랜드 스토리 강화를 위한 오프라인 마케팅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했다.
둘째,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퍼진 경험 중시의 가치관이다. 소비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2030 밀레니얼 세대들의 소비행태를 보면 부모 세대에 비해 현실적으로 많은 것을 소유하기가 힘들어진 상황에서 이루기 어려운 불확실한 소유보다는 순간순간 본인의 구매 만족도를 높여줄 수 있는 가치 있는 경험을 중요시한다는 점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이는 밀레니얼의 단순한 소비성향을 넘어 라이프스타일로 대변되면서 재화를 구매함에 있어서도 과거처럼 하나의 상품의 구매에서 기업과의 관계가 끝나는 게 아니라 상품을 기획하고 만드는 기업의 브랜드 경험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지속해서 소통하고자 하는 경향을 가져왔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러한 지속적인 브랜드에 대한 경험은 온라인만을 가지고는 한계가 있으며, 직접 오감으로 체험하고 느끼면서 오프라인 공간을 통해서 브랜드의 이야기를 듣고 소통하려는 기업의 니즈가 생겨난 것들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여기서의 오프라인 공간은 꼭 상품 구매를 위한 역할의 공간이 아닌 브랜드 체험의 공간일 수도 있다. 당시 국내에서도 일본의 큐레이팅 서점 츠타야가 인기를 끌면서 취향을 기획하고, 고객의 맥락에 맞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형태의 종합 서비스가 주목을 받았는데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주요 배경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결국 신흥 소비자(2030 밀레니얼 세대)는 더 이상 공급자가 일방적으로 전하는 전통적 방식의 제품을 소비하지 않으려 했다. 이들은 브랜드가 지향하는 메시지와 콘셉트에 관심을 가졌고, 브랜드와 단순 거래가 아닌 관계 맺기를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소비 행동 패턴을 보이고 있었다. 그래서 기업들도 자사의 브랜드 철학을 더욱 명확히 하고, 고객에 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오프라인 공간에서 브랜드 스토리 전달에 대해서 다방면으로 소통해나가려는 것 같았다. 즉, 고객의 집객을 유도할 수 있는 장치를 온오프라인 공간을 오가면서 만들어 둔 것이었다.
이런 형태로 여러 가지 고민을 하다 보면 한 달에 한 편의 트렌 다이어리 작성이지만 예상보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물론, 총 5편의 다이어리 작성을 돌이켜보면 전체적으로 내가 관심을 가졌던 주제에는 공통점들이 있지만 말이다.
※ 트렌 다이어리에 제출했던 '주요 키워드 : 핵심가치'
1. 브랜드 생태계 조성 :
브랜드 경험(Brand Experience), 관계 관점의 브랜드 로열티, 브랜드 팬덤 현상, 오프라인 가치의 재해석
2. 살롱의 발견 :
취향의 발견, 경험의 축적, 경험의 공유, 진짜 어른과 어른스러운 대화, 대화의 희열
3. 인사이트 트립 :
비즈니스 인사이트, 통찰력, 학습여행, 테마여행, 동기유발 여행
4. 취미 부자 :
취미의 전문화(돈 되는 취미), 생계밀착형 취미, 퇴사준비, 역량 개발, 정체성 찾기, 전문성 향상, 개인적 R&D
5. 경험 소비 & 경험 자산 :
인플루언서, 경험기획, 나음보다 다름, 퍼스널 브랜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