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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 Jul 05. 2020

제 전공은 역사입니다

국립박물관 도슨트 지원기

얼마 전,
우연히 박물관에서 올라온 공지사항을 하나 봤다.


 '박물관 도슨트 모집'


부산에는 2개의 국립 박물관이 있는데, 2015년에 건립된 국립 일제 강제동원 역사관에서 올라온 공지였다. 무언가 이름이 길고 어려워 보이는 역사관이지만 사실 나는 몇 년 전에 우연히 여기를 방문했던 적이 있었다. 부산 대연동 언덕 전망 좋은 곳에 약 만 이천 평 넘는 공간을 활용하여 자리 잡은 이곳은 일제강점기 말기에 일어난 수탈, 동원의 역사를 집약해놓은 곳이었다. 박물관이 부산에 건립된 이유는 일제시대에 해외 강제 동원의 주요 노선이던 부산과 일본 시모노세키를 연결하는 부관연락선의 거점이 부산항이었고, 강제동원자의 20% 이상이 경상도 출신이었다는 점이 컸다고 한다.


어찌 됐건 공고를 보고 나는 한동안 생각에 잠겼던 거 같다. 사실 나는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했다. 그냥 생각 없이 전공한 게 아니라 한때는 진지하게 교수의 꿈을 꾸었을 정도로 성실하게 임했고, 열심히 고민하고 공부하던 시절도 있었다. 역사를 크게 한국사, 동양사, 서양사로 나눠본다면 나는 한국 근현대사에 유독 관심이 많았고, 이러한 근현대사는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의 현재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내가 교수의 꿈을 포기했던 데는 결국엔 먹고사는 문제와 연결되어 있었다. 학문적으로 봤을 때는 너무 의미 있는 일이고, 해야 할 일이긴 했는데 석사, 박사를 거치며 언제 임용될지 알 수도 없는 막연한 학자의 길을 걷기에는 나의 의지가 약했던 거 같다. 어찌 됐건 그러한 꿈을 포기한 이후로 내 마음속에는 약간의 부채감 같은 것이 있었다. 역사를 보전하고, 알려야 한다는 그런...


이런 생각을 마음속에 담아두었기에 공고를 보자 더 생각에 잠겼는지 모르겠다. 지원서류를 내고 합격을 해야 양성교육 및 실습할 기회가 주어지는 거였고 사실상 자원봉사에 가까운 개념이었지만 나는 고심 끝에 기회가 된다면 의미 있는 일을 한번 해보고 싶었고, 이왕 하는 거 잘하고 싶었다. 지원동기와 자기소개서를 꼼꼼히 작성하고 제출 후 한 보름의 시간이 지났을까. 박물관측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서류전형에 통과해서 교육 대상자로 지정되었다는 메시지였다. 합격했다는 소식이 기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한가득 전달받은 교육자료와 함께 걱정이 들기도 했다.


아, 이제 시작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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