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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 Sep 28. 2020

한 권의 베스트셀러가 나오기까지

3탄. 키워드 도출 워크숍, 그리고 출간

1. 키워드 도출 워크숍


매월 한편씩, 총 다섯 편의 트렌 다이어리를 작성한 나는 그해 8월 키워드 도출 워크숍에 참석하러 다시 한번 서울대를 찾았다. 이번 워크숍은 그동안 멤버들이 제출한 리포트를 총정리하는 자리로 트렌더스 날 멤버들이 제출한 트렌 다이어리를 바탕으로 키워드를 분류하고, 그러한 현상이 일어난 배경과 소비가치에 대해서 깊게 이야기 나눠보는 시간이었다. 한여름에 강당이 꽉 찰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왔고, 당시 tvN에서 제작하는 트렌드 관련 방송 때문에 방송사 관계자분들도 와서 열기가 후끈했다. 


마침 해당일에 건물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서 무더위를 뚫고 계단을 올라가 강당에 들어서서 땀을 식히고 있을 때, 워크숍 일정과 미션들에 대한 안내를 들을 수 있었다. 금년도 10대 히트상품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 제출해야 했고, 강당 복도 바닥에 펼쳐진 수없이 많은 키워드 카드들 속에서 각자가 내년도에 주요한 트렌드가 될만한 사항을 세 가지 뽑아야 했다. 집단지성의 느낌이랄까. 다양한 업종에 종사하는 멤버들이 각자의 관점에서 찾아낸 현상들을 추리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수없이 많은 키워드 카드들을 살펴보면서 어떤 걸 뽑아야 할지 난감할 정도로 많은 사회현상과 키워드들이 있었다. 


짧은 시간에 많은 키워드를 접하고 선택해야 했기에 하나하나 세부적으로 다 볼 수는 없었지만 대략적으로 공통되는 사항들이 눈에 띄었다. 경험과 공유를 기반으로 한 상품 트렌드, 구독 서비스, 반려견 관련 상품 등 단어만 조금씩 달랐지 공통적으로 이슈가 되는 부분들에 대한 공감대는 있었던 거 같다.

     

이렇게 각자가 고심해서 뽑은 키워드를 포스트잇에 적어 강당 앞 화이트보드에 붙였다. 그리고 소비트렌드센터에서는 그러한 포스트잇의 키워드를 또 비슷한 카테고리 별로 분류해 나갔다. 이제부터는 다수 언급된 키워드들에 대해서 왜 그러한 현상이 일어나는지, 업종별로 기업에서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 어떻게 인식하고 대응해나가고 있는지에 대해서 김난도 교수님과 트렌더스 날 멤버들이 의견을 교류하는 시간이었다.


여러 가지 어젠다들이 있었지만 몇 가지 되돌아보면 첫째, 비건/윤리적/의식 소비에 대한 의견이 많았다. 과거 <트렌드 코리아 2018>에서 신념을 뜻하는 Mean과 커밍아웃(Coming out)을 합쳐서 '미닝 아웃(Meaning)'이란 키워드로 밀레니얼, Z세대의 자신의 신념에 따른 가치소비 현상들을 언급했었는데, 이러한 현상들이 이어져나간다고 봤다. 상품 개발에 있어 동물 실험을 반대하고,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줄이고 개인 텀블러를 사용하는 등 작지만 지구와 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노력들을 해나가는 활동들이 소비에 있어서도 많이 반영이 된다고 봤다. 단순히 유명 브랜드나 상품의 스펙만을 보고 구매하는 것이 아닌 브랜드가 지향하는 문제의식과 가치를 보고 소비의 이유를 찾으려고 하는 행동들이었다.


그리고 화장품 뷰티업계의 상품기획 단계에 있어서 이런 현상들을 주의 깊게 인식하고, 상품화와 마케팅에 반영하고 있고 타업종에서도 특히 Z세대와의 SNS 소통에 있어서 전면에 브랜드가 친환경적인 방향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경우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트렌더스 날 멤버들의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재미에 대한 의견이 많았다. 가잼비라는 용어가 나오고 재미를 추구하는 세대들에게 이 재미를 누리는 형태가 굉장히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고 사례들이 많이 언급되었다. 예를 들어, 직장인들에게 특화된 성인 취미 학원을 다니며 이론적인 수업이 아닌 자신이 배워보고 싶은 곡을 완성한다는 목표로 피아노나 기타를 배운다던 지 ,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쿠킹 클래스를 통해 자신만의 맥주 안주를 만들어본다던 지 등 과거처럼 일시적이고 유흥 위주의 재미가 아니라 생산적이고 개인의 성장과 관련된 여가활동들을 통해서 재미를 발견하는 사례들이 많았다.  


이는 최근 몇 년간 계속해서 회자되고 있던 살롱 모임의 유행과도 연계되는 부분이 많았는데, 사회생활을 하는 직장인이 된 성인들이 자신이 관심 가지는 분야에 대해서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과 깊이 있는 대화와 활동을 경험하고자 하는 욕구들이 많아진다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니즈를 비즈니스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커뮤니티 비즈니스 사업체들이 많아짐에 따라 이러한 현상은 더욱 주목을 받게 되었다.



수없이 많았던 키워드 (강당 복도엔 이런 키워드들이 무수히 많았다)  ⓒ피터


키워드 도출 워크숍  ⓒ피터



2. 출간, 키워드 발표회


한여름의 워크숍을 마치고 몇 달의 시간이 흘렀다. 소비트렌드센터에서는 최종 출간을 위한 교정 작업에 들어갔고, 대략적으로 10월에 출간될 거로 알고 있었기에 내심 어떤 키워드들이 나올지 기대가 됐다. 그리고 연락이 왔다. 책 출간에 즈음에 김난도 교수님이 언론과 초청받은 인원들을 대상으로 키워드 발표회를 여는데 해당 행사에 대한 초대였다. 


10월 24일 금요일, 당시 나는 회사 TF 업무로 서울에 있었기에 퇴근 후 광화문 교보문고 빌딩으로 향했다. 서울 생활이 익숙지 않았던 나였지만 당시가 금요일 저녁이기도 했고 베스트셀러의 출간에 기념해 열리는 행사라서 발표회가 열리는 교보문고 빌딩은 참으로 복잡했다. 저녁 7시 반부터 시작인데, 약간의 여유시간을 두고 도착한 나였지만 뭔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또 어떠한 트렌드들이 기다릴지 설레는 마음으로 발표회장에 들어갔다. 행사장에 가보니, 1부 행사로 언론을 대상으로 미디어데이 시간을 먼저 가졌고 2부 행사로 트렌더스 날 멤버를 비롯해서 초대받은 인원들이 키워드 발표회를 듣는 것이라고 했다. 


발표회장 좌석이 한정되어 있었으나, 소비트렌드센터에서 감사하게도 트렌더스 날 멤버들은 강당 제일 앞쪽 그룹에 앉을 수 있도록 자리를 구분해주셨고 전달받은 갖가지 페이퍼 등 자료들을 읽어가며 나는 2020 트렌드를 맞을 준비를 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사회자분이 행사의 취지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해주시고 김난도 교수님이 나왔다. 8월에 봤을 때랑은 또 다른 느낌이랄까. 마치 나에겐 스티브 잡스가 신제품 발표회장에 준비된 아이템을 들고 나온 그런 느낌이었다. 트렌드 코리아는 매년 발간 시마다 그 해의 트렌드를 알파벳 10글자로 축약해서 전하는 특징이 있었기에 사람들은 최종 선정된 10글자가 무엇인 지 궁금해했다. 쥐띠 해에 맞게 여러 가지 의견을 축약 중인 걸로 알고 있었는데, 최종적인 표어는 'MIGHTY MICE'였다. 과거 마우티마우스를 연상하는 단어로 오랜 저성장의 국면을 쥐의 지혜를 이용해서 극복해나가자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트렌드 코리아 2020, 10가지 키워드 : MIGHTY MICE]


Me and Myselves 멀티 페르소나

Immediate Satisfaction : the 'Last Fit Economy' 라스트 핏 이코노미

Goodness and Fairness 페어 플레이어

Here and Now : the 'Streaming Life' 스트리밍 라이프

Technology of Hyper-personalization 초개인화 기술

You're with Us, 'Fansumer' 팬슈머

Make or Break, Specialize or Die 특화생존

Iridescent OPAL : the New 5060 Generation 오팔세대

Convenience as a Premium 편리미엄

Elevate Yourself 업글인간



총 열 가지의 소비 트렌드 전망을 들으면서 많이 느꼈던 점은 무언가 기존에 없던 것이 새롭게 생기는 현상이라기보다는 기존의 소비 움직임들이 더 쪼개지고 세분화되면서 이합집산 되는 느낌이었다. 첫 번째 멀티 페르소나의 경우도 SNS가 발달하면서 개개인이 여러 가지 소통채널을 쓰다 보니 인스타그램에서는 '00 하는 나', 페이스북에서는 '000 하는 나' 등 나에 대한 정체성을 표출하는 형태가 굉장히 다양해진다는 걸 느꼈고 어떤 개인을 하나로 단정 지을 수 없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리고 라스트 핏 이코노미의 경우도 고객별로 내가 구매한 상품을 최종적으로 어떠한 공간과 상황에서 접하느냐에 따라 그 상품에 대한 만족도가 크게 차이 날 수 있다는 부분이 공감이 갔다. 확실히 근래에 느끼는 소비의 경험은 물건 구매의 순간에서 구매 전-중-후가 합쳐진 경험의 총체로서 소비자에게 인식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던 거 같다.


그 외에도 이전에도 많이 언급되긴 했던 부분들이지만 개인화의 정도가 더 고도화돼서 초개인화 기술을 지향한다는 부분, 이건 소비자 입장에선 내가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상품을 추천받고 쿠폰을 받음으로써 편익이 증대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소비와 관련된 나의 모든 행동 로그들이 추적되고 누군가에 의해 관리된다는 측면에서 좀 섬뜩하기도 했던 거 같다. 



키워드 발표회  ⓒ피터



라스트 핏 이코노미, 상품이 고객에게 전달되는 순간도 관리가 필요하다  ⓒ피터



3. 코로나로 인한 세상의 변화, 그리고 희망


2020년 9월 글을 쓰고 있는 이 시점에 작년에 들었던 키워드들을 되짚어 보자면, 결과적으로 코로나 19라는 현상으로 인해 언급했던 키워드들이 더욱 가속화된 부분들이 많은 거 같다. 대면활동이 위축되고 '언택트'라고 말하는 온라인 유통이 활성화되면서 이커머스를 기반으로 하는 기업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으며, 넷플릭스를 필두로 하는 구독 콘텐츠 서비스들도 많은 고객들을 모으고 있다.


키워드 발표회 이후, 소비트렌드센터에서 전해준 김난도 교수님 싸인본 신간을 받으며 과거 트렌드 스터디를 하며 열띤 토론을 나눴던 친한 형들을 만났다. 책을 한 권씩 선물하며 세상의 변화를 누구보다 촘촘히 살피고, 어떤 일을 하든 간에 본질을 읽는 사람이 되자고 다짐했었는데 코로나라는 상황이 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일상을 제한하고, 일에 있어서도 위기감을 느끼게 하는 경우들이 많은 거 같다.


명확한 정답은 없겠지만 나는 생각해본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는 관찰의 습관과 고민들이 결국엔 나의 삶을 좀 더 긍정적이고 주도적으로 바꿔나갈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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