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관심의 시작을 추적해보자면 2013년 입사 초기에 당시 팀장님의 소개로 우연찮게 알게 된 한 모임에서부터였다. 당시 나는 영남 지역의 특판영업을 담당하는 부서에서 근무 중이었는데 팀의 특성상 타업종 관계자들을 만나고 소통할 일들이 많았다. 특판이라는 것이 기존의 유통채널 외에 다른 브랜드들과의 제휴를 통해 가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하는 분야였기에 나는 나 본연의 여행업에 대한 지식도 중요했지만, 다른 업종의 사람들이 비즈니스에 있어서 가지는 고민들에 대한 호기심과 공부가 필요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관심을 가지고 알아야 대화가 되고, 가치 있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여하튼 당시에 우연찮게 가입한 모임은 '부홍모'라고 해서 부산 지역 홍보마케팅 실무자 모임이었다. 사실 열정만 충만했던 사회초년생 때라 전문성이라곤 1도 없었지만 우연찮게 참여한 모임에서 나는 또 하나의 자극을 얻었다. 이 모임은 당시 부산지역의 공공기관, 일반기업의 실무자들이 100명 넘게 활동하고 있던 모임이었는데 2달에 한 번씩 정기적인 세미나를 통해 홍보마케팅 분야에 대한 사례를 논하고, 친목을 도모하는 커뮤니티였다. 처음엔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이렇게 큰 커뮤니티가 정기적으로 열린다는 점이 신기했고 꼭 홍보마케팅이 아니더라도 적극적인 사람들의 에너지가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2014 부홍모 송년의 밤 ⓒ피터
그렇게 모임 활동을 하면서 나는 산업의 변화상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던 거 같다. 홍보마케팅의 관점에서 본다면 좋은 상품을 만드는 것에서 시작해서 그 상품의 긍정적인 가치를 적합한 고객에게 전달하는 과정에는 많은 스킬과 노력들이 필요했다. 특히나 내가 속한 여행업에서는 IT를 기반으로 여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의 성장세가 도드라졌던 때이기에 무언가 남들보다 먼저 알고 대응책을 세우고 싶었다.
이후, 이런저런 사정으로 해당 모임이 해체되고 뜻이 맞던 지인들과 스터디 모임을 해나가면서 변화의 트렌드를 알고 비즈니스의 본질을 깨우치고 싶은 욕구들이 계속해서 있었던 거 같다. 이러던 찰나에 나는 서점에서 한 가지 정보를 접했다. 매년 연말이면 항상 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를 장식하던 <트렌드 코리아>란 책을 통해서였다. 누구나 알다시피 이 책은 트렌드 분야에 있어서 아주 오랫동안 많이 회자되고 소위 대중들에게 잘 팔려온 콘텐츠였고, 변화의 폭이 갈수록 커지는 세상 속에서 책의 집필에 있어서도 많은 어려움들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내년도 <트렌드 코리아> 신간을 읽어가던 중 책 마지막에 트렌드 헌터 그룹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았다.
그랬다. 미래의 창이란 출판사에서 출간하는 <트렌드 코리아>는 기본적으로는 김난도 교수님이 속한 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내에 속한 소비 트렌드 센터에서 집필을 하는데 집필에 있어서는 대학원 석박사 연구자분들과 트렌더스 날이라고 해서 전국에서 모집한 다양한 산업분야의 실무자들이 작성한 트렌드 리포트에 기반해서 책을 만들고 있었다. 그래서 트렌더스 날의 멤버들은 책의 마지막 부분의 집필진에 이름을 올렸고, 전체적인 트렌드 예측의 흐름을 같이 추론해나가는데 역할을 하고 있었다.
무언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도 동참해보고 싶었고, 여러 번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면서 지원서를 정리해서 제출했다. 워낙에 인기 있는 책이고 하니 경쟁률이 치열할 거라 생각해서 사실 큰 기대는 안 했다. 그런데 얼마 뒤 선발되었다는 연락을 받았고 나는 2019년도부터 트렌더스 날 활동에 참여할 수 있었다. 소비트렌드센터에서는 최종 선발자들의 활동사항에 대해서 상세하게 안내를 해줬는데, 의무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가장 큰 활동은 킥오프 워크숍 참석과 매월 작성해서 제출해야 하는 트렌 다이어리였다. 킥오프 워크숍은 매년 3월에 열렸는데 서울대학교에 가서 김난도 교수님의 트렌드 조사 방법론에 대한 강연을 듣고, 트렌드라는 것을 어떻게 수집하고 분석하는지에 대한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2019 트렌더스 날 킥오프 워크숍 ⓒ피터
사실, 처음 워크숍에 갔을 때는 굉장히 신기했다. 예전에 취업준비생 시절 서울대학교를 다니던 친구가 있어서 친구의 학생증을 빌려 서울대 도서관을 한번 구경했던 적은 있었는데, 무언가 이렇게 주도적인 역할로 서울대학교라는 공간에 간다는 게 새로운 경험이었던 거 같다. 여하튼 처음 본 김난도 교수님은 예상보다 더 부드러운 이미지였고, 본인이 트렌드 분석가로서 많은 활동을 해왔지만 트렌드 저서를 쓰는 활동은 매년마다 참 고되고 힘든 일이란 고충을 많이 이야기하셨다. 그도 그럴 것이 사회의 관심이 집중될수록 무언가 예측한다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강연 중인 김난도 교수님 ⓒ피터
학교 강당을 가득 메울 정도로 많은 분들이 왔는데, 교수님의 트렌드 조사 방법론 강연을 들으며 많은 생각들을 했던 거 같다. 사회에 어떤 소비현상이 일어나는 시기의 지속성, 얼마나 많은 대상이 영향을 받는지 등에 따라 Micro-trend, Fad, Trend, Mega Trend, Culture 등으로 구분된다는 이야기와 트렌드가 소비자들에게 전파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들이 흥미로웠다. 무언가 뇌피셜로만 느끼고 있던 것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느낌이랄까.그리고 다양한 트렌드 연구기법들이 있지만 최근 들어서는 감보다는 통계 데이터가 중요해지는 부분이 있어 종합적인 의견을 낼 때 정성적인 부분과 정량적인 부분을 여러 각도로 고민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관심 있던 분야를 이론적 근거를 바탕으로 해서 들으니 참 흥미로웠다. 그리고 트렌더스 날로서 앞으로 해야 하는 주요 활동인 트렌 다이어리 작성법에 대한 안내를 받았다. 사실 2년째 활동하고 있는 아직도 트렌 다이어리 작성은 쉽지 않은 분야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론 깊이 있는 관찰이 핵심이었다. 내가 속한 업종이든 타업종이든 어떠한 현상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부분을 잡아서 그 의미와 배경, 소비자 관점에서 핵심가치와 앞으로 미칠 영향력에 대해서 예측해보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