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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 Apr 05. 2021

여행지 같은 공간을 만나다

로컬 투어 : 부산 전포동 (빈티지 38 사례)

1. 코로나와 여행


2021년 4월, 소리 없이 다가온 코로나가 일 년 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장기화되는 팬더믹 속에서 제한받는 것들이 한둘이 아니라지만 가장 아쉬운 게 뭐냐고 물으면 아마 여행이라는 말들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여행이라는 게 우리 여가활동에 미치는 비중이 컸다는 것이겠죠. 그런데, 재미난 점은 장기화된 코로나 속에서 여행을 하는 방식들이 많이 바뀌어왔다는 점인데요.


우선, 피부로 와닿게 느낄 수 있는 게 국내여행, 로컬 여행이 활성화되었다는 점입니다. 해외로 나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제주도, 강원도를 필두로 여행 수요들이 몰리고, 관광산업을 살리기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들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사실 그래서 더 눈이 간 것 같습니다. 어쩌면 코로나 이후에도 로컬 콘텐츠가 여행의 미래를 이끌어 갈 주요 트렌드가 될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로컬(Local) : 로컬에 대한 여러 정의가 있지만, 내가 살고 있는 지역, 거주지 주변 등의 의미로 설명해보겠습니다.    




2. 로컬 투어의 시작, 부산 전포동


대학에서 역사와 관광경영학을 전공했던 저는 학부시절부터 로컬 및 지역문화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흔히 말하는 역사유적지나 관광명소에 대해서 깊게 살펴보기도 했었죠. 그런데 말입니다. 코로나 이후에는 깊게 빠진 지역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리단길'이라고 불리는 부산의 특화골목이었는데요. 2017년 뉴욕타임스에 소개되며 전포 카페거리로 유명해진 전포동(전리단길)부터 해운대 폐역 주변에 자리 잡은 해리단길 그리고 망미단길, 초리단길, 범리단길, 영도 등 부산은 서울 못지않게 매력적인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로컬의 생태계를 주도하고 있는 지역들이 많았습니다.


그중에서 오늘은 전포동에 대해서 소개해보려 합니다. 부산 서면 인근에 위치한 전포동은 과거 공구상가가 밀집해있던 지역이었습니다. 6.25 전쟁 이후 전포동 892번지와 인근인 문현동 일대에 미군 군용 차량의 재생과 정비를 위한 육군 차량 재생창이 생겨났는데요. 그리고 자연스럽게 차량 부품을 조립하는 기업들이 들어서면서 1950~60년대 공장들이 이전하고, 1990년대 후반에는 몇 개의 소규모 공구상들만 남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후, 2009년부터 서면 번화가 중심도로에 비해 임대료가 저렴한 장점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 소상공인 및 예술가들이 그 자리에 들어오면서 지금의 전포 카페거리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뭔가 흥미진진하지 않나요? 이후 카페, 음식점, 편집샵, 프리마켓, 복합 문화공간 등 자신들만의 문제의식을 가진 다양한 브랜드들이 생겨났는데요. 여러 브랜드들이 있지만 이 일대의 앵커 스토어라고 할 수 있는 공간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앵커 스토어(Anchor Store) : 상권을 대표하는 핵심 점포로 앵커(anchor)는 선박을 정박할 때 움직이지 않도록 잡아주는 닻을 의미




3. 여행지 같은 공간을 만나다, 빈티지 38


부산 전포동 카페거리 일대에는 부산의 백종원이라고 불리는 분이 있습니다.


F&B 업계의 미다스의 손으로 이 일대에 카페부터 음식점까지 약 10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계신데요. 단순히 사업을 크게만 하는 거에 그치는 게 아니라 전포 카페거리 상인회 회장으로 오랫동안 활동하며 젠트리피케이션 문제 등 로컬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구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회적 이슈에도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계신 분입니다.


그분이 운영하는 대표 브랜드 중 하나인 '빈티지 38'로 가보겠습니다. 아래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일단 하드웨어가 굉장히 큽니다. 커다란 공장 같기도 한 큰 공간을 빈티지 콘셉트에 맞게 꾸며 놓았는데요. 24시간 운영되는 카페로 코로나 시국에도 방문객들이 끊이지 않는 곳입니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 낙후된 구도심 지역이 활성화되면서, 대형 자본이 유입되고 임대료를 올려 기존 상인들을 내모는 현상


빈티지 38  ⓒ 피터


사실, 이 시점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오프라인 공간의 미래에 대한 부분인데요. 혹자는 이야기하더라고요. 코로나로 오프라인 리테일의 자리는 더 좁아지고 사라질 것이라고. 물론, 저도 이러한 거시적인 트렌드에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이커머스가 발전하고 온라인 유통이 활성화된다고 해도 오프라인이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 역할이 변할 뿐이겠죠. 이런 측면에서 빈티지 38은 우리에게 전해주는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건 바로 여행지 같은 오프라인 공간을 구성함으로써 카페에서 누릴 수 있는 고객의 편익을 증대시켜준다는 점입니다.


아래 사진을 한번 보실까요.


빈티지 38  ⓒ 피터


외관 못지않게 카페 안으로 들어가 보면 앤틱 한 소품과 인테리어들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사실, 커피와 카페 문화가 대중화되면서 사람을 만나거나 커피를 마시고 싶어 카페를 가는 경우도 있겠지만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는 2030 MZ세대, 그중에서도 여성분들을 중심으로 카페라는 곳이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는 이색 공간으로서 소비되는 경향이 짙습니다. 커피 자체보다도 공간의 콘셉트와 구성이 어떠한가 가 중요해진 시대가 된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여기는 사진 찍을 때가 참 많습니다. 어떻게 보면 카페가 아니라 촬영 스튜디오 같기도 하죠.


카페 곳곳에는 LP판, 축음기 등 복고풍의 소품들이 참 많은데요. 계단을 따라 카페 제일 위쪽 공간으로 올라가 보았습니다.


빈티지 38  ⓒ 피터


위 사진을 보시면, 뭔가 묘하지 않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기존 건축의 뼈대를 바탕으로 재생시킨 건축의 묘미라고 생각했는데요. 매끈하고 새로운 것에 익숙한 MZ세대가 이러한 이질적인 인테리어와 디자인에 큰 흥미를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물론, 저 스스로도 흥미로웠고요. 특히나 사진에는 다 못 담았지만 1층에서 2층, 제일 상층부 3층까지 올라갈 때마다 곳곳에 유니크한 공간들이 많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여러 각도의 테이블과 좌식 공간 등 다양한 형태로 커피와 베이커리를 즐길 수 있는 건데요.


이러한 매력이 일반 대형 프랜차이즈와 달리 여행객들을 로컬 브랜드로 끌어들이는 힘이지 않을까 생각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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