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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만 창고의 변신은 무죄

로컬 투어 : 부산 영도(무명일기)

by 피터

영도(YOUNG ISLAND). 요즘 들어 더 주목받는 동네입니다.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영도는 섬인데요. 과거에는 끊어질 절(絶) 자를 써서 절영도라고 불렸는데 지금은 영도대교, 부산대교를 통해 부산 남포동과 연결되고 남항대교, 부산항대교(북항대교)를 통해 부산의 남북으로 연결되는 입지를 갖추고 있습니다.


사실, 영도는 인기 아이돌 강다니엘의 고향으로 최근에는 많이 알려졌지만 알면 알수록 재미난 구석이 많은 동네입니다. 우선, 지리적 요건 등으로 인해 부산 안에서도 발전이 느린 편이었는데요. 그리고 한진 중공업을 필두로 항만, 조선사들이 모여 있으면서 바다를 배경으로 쇠를 다루던 그 특유의 정서가 집약된 동네이기도 합니다.


부산 영도 ⓒ 피터


그런 영도에 최근 들어 다양한 실험들이 진행 중입니다. 그 중심엔 지역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해내고자 하는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있는데요. 특히나 영도는 부산에서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하기에 F&B부터 공유 숙박, 복합 문화공간 등 다양한 로컬 비즈니스의 시장 검증터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한 공간들 중 오늘 찾아갈 곳은 로컬 콘텐츠 컨시어지 서비스란 슬로건으로 운영되는 무명 일기입니다. 아래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일단 외관이 독특합니다. 커다란 집인 것 같기고 하고, 창고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부산 영도, 무명일기 ⓒ 피터


네, 맞습니다(웃음) 짐작하신 분들도 있겠지만 이곳은 기존의 건물을 활용하여 다른 용도로 재생시킨 곳인데요. 항만 수리 공업소였던 곳을 F&B를 비롯하여 지역 기반의 문화 행사가 열리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문 밖으로 나가면 조선소 작업장이 보이는 바닷가 근처의 이색 공간이기도 합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그 아우라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데요. 아래 사진을 보면 엄청난 규모의 공간이 주는 충격에 잠시 멍해지게 됩니다.


부산 영도, 무명일기 ⓒ 피터


무명일기(법인명 : 키친파이브)를 운영하는 오재민 대표는 원래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다고 하는데요. 본인의 고향인 부산에서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고, 무명일기 오픈 전에 첫 창업은 부산 보수동 헌책방 골목길에서 충무김밥을 기반으로 한 로컬 푸드 음식점(충무로)을 운영했던 것이라고 합니다. 부산의 정체성이 남아있는 공간에서 음식으로 무언가 가치를 만들어내려고 했던 거죠.


그 후, 메르스 등 시장 환경이 악화됨에 따라 미국에서 푸드트럭을 공수해와서 개조 후 식당과 연계해서 각종 외부 행사에 참여하는 활동들을 해나갔는데요. 그 후, 조부 때부터 여러 가지 추억이 남아있는 영도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알아보게 되었고 최종적으로 이 항만 창고 공간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사실, 영도에는 기존에 젬스톤(대규모 실내 수영장을 개조한 카페)을 비롯하여 기존 도심에서는 보기 어려운 매력적인 공간들이 꽤나 있었는데요. 무명일기의 차별점을 보자면 네이밍에서처럼 무언가를 규정 지으려고 하지 않고, 어떠한 기획이든 이 공간이 품어주고 어울리게 해 준다는 점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한, 1층에는 부산의 이야기를 담은 로컬 매거진('다시 부산' 외)과 각종 굿즈들이 멋스럽게 진열되어 있는데요. 일반 카페에서는 느낄 수 없는 멋이 있는 공간임이 분명합니다.


부산 영도, 무명일기 (레몬에이드 + 불고기바게트) ⓒ 피터


물론, 기본적인 음료와 바게트도 맛이 일품입니다. 업의 모태가 음식을 기반으로 시작된 회사이기에 전체적인 퀄리티가 있는데요. 여러 메뉴들 중에서도 위 사진에서 보이는 불고기 바게트가 인기가 많더라고요. 바삭한 바게트 빵 안에 적절하게 간이 베인 불고기와 야채들의 조화와 식감이 입맛을 한껏 살려 줍니다. 같이 곁들일 음료는 레몬에이드를 추천하고요.


음료를 주문하면 1층에 있는 넓은 테이블에 앉아서, 로컬 매거진을 보며 시간을 보내기도 좋고 아니면 2층으로 올라가서 눈앞에 펼쳐지는 영도 바닷가의 조선소 풍경을 바라보는 것도 꽤나 운치 있습니다. 무언가 부산의 진면목을 바라볼 수 있다고나 할까요(사실 멍 때리기 좋습니다)


부산 영도, 무명일기 (2층 바다 뷰) ⓒ 피터


완성되지 않아서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걸까요? 코로나로 대면 행사가 줄긴 했지만, 영감이 넘치는 이 공간에서 오프라인이 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획들이 계속해서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이러한 참신한 시도들의 동력이 떨어지지 않을 테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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