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시간에 맞춰 꾸준하게 탔죠. 시내버스를 타고 다니면 항상 다니던 큰길로만 다니고 큰 건물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주로 만났던 거 같습니다. 그러다가 시내버스가 운행을 멈췄습니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라는 변수로 시내버스가 다니는 큰길이 막혔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런저런 공부와 고민 끝에 코로나 속에서도 골목길, 비탈길을 통해 운행을 유지하는 마을버스를 찾게 된 거 같습니다.그렇게 마을버스를 타고 다니다 보니 새롭게 알게 된 게 참 많았습니다. 우선 목적지로 가는 방법은 시내버스 한 가지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큰길이 막히자 몸집이 큰 시내버스는 운행을 멈췄지만,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고 지역 수요를 잡고 있는 마을버스는 계속 변화해가며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목적지에 다다르는 방향에 있어서도 마을버스는 산복도로나 골목길을 헤집고, 시내버스와는 달리 역방향으로 굽이굽이 다니면서도 결국엔 목적지 근처로 다가갔습니다. 그런 지점에서 깨달음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꼭 서울이 아니더라도 꼭 시내버스가 아니더라도, 지역 특성에 맞는 마을버스 인프라를 지금 이 상황에 잘 설계하고, 만들어둔다면 오히려 그 전보다 삶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죠.
대기업, 서울 본사, 강남 집, 외제차 등 사회적 통념에 사로잡혀 자기 자신을 과하게 희생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