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때 같으면 본격적으로 여름휴가가 시작되는 시기일 텐데요. 허나 작년에 이어 올해 역시 예전과는 좀 다릅니다. 일 년 넘게 코로나라는 상황을 겪으며 이 생활에 나름 적응이 됐다고 해도, 순간순간 답답한 순간들이 있으니깐요.
KF94 마스크, 손소독제, 손 씻기 등 나름의 방역수칙을 지키며 바람 쐬러 갈 곳을 찾게 되는 요즘입니다. 각자가 여러 아이디어가 있겠지만 저는 일단 차를 몰고 교외 지역을 이따금씩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공간이 넓어서 충분히 거리를 띄우고 앉을 수 있는 식당이나, 문화공간 그리고 바다가 보이는 카페를 선호하는데요.
그렇게라도 한 번씩 기분 전환을 하고 오면 다시 일상을 살아갈 에너지가 채워지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주말에는 가족들과 부산 기장해안로 부근을 찾았습니다. 사실 기장해안로 쪽은 동부산롯데아울렛이 있고 최근에 이케아가 생기고, 롯데월드가 오픈할 예정이라 이목이 집중되는 지역이긴 합니다. 그러나 전 그 장소 주변에 저만의 공간들을 찾아갑니다.
점심시간을 살짝 넘은 오후2시쯤, 풍원장이란 이름으로 유명한 시골밥상 집을 찾았습니다. 기와집 건축 구조의 식당으로 돼지불고기 정식과 보쌈 정식 등을 파는 곳인데요. 식당 앞에 널찍이 주차공간이 마련되어 있어서 좋았고, 돌솥밥에 된장찌개, 각종 나물, 생선 등 반찬이 푸짐하고 맛있어서 만족스러웠습니다.
풍원장, 시골밥상
식당을 나와 차로 조금만 이동하면 오시리아 해안산책로를 만날 수 있는데요. 아난티 힐튼 호텔이 들어서면서 주변 경관이 정비되고, 널찍한 산책로가 만들어졌는데 푸르른 기장 바다의 경치가 꽤나 신선한 자극을 주는 곳입니다. 약 2KM 길이로 만들어진 산책로를 여유롭게 걸어봐도 좋고 자갈이 가득한 해변가로 나가 시원한 바닷물에 손발을 적셔보는 것도 재미일 듯합니다.
오시리아 해안산책로
충분히 산책을 하다가 아난티 호텔 쪽으로 가면 다양한 편의시설들이 마련되어 있는데요. 이연복 셰프의 아드님이 운영하는 중식당인 '목란'부터 카페, 편의점, 바 등 호텔 투숙객이 아니더라도 즐길 수 있는 시설들이 많습니다. 사실 제가 좋아하는 공간은 이터널 저니라는 서점 겸 복합 문화공간인데요.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볼 사람은 없다는 말처럼 마성의 매력이 가득한 공간입니다.
이터널저니 내 부산 코너
기본적으로 다양한 주제의 책들이 많기도 하지만, 일본의 서점 츠타야처럼 기존 서점의 분류 방식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큐레이션이 잘되어 있는 서점입니다. 저는 여기를 방문할 때마다 부산 이란 주제로 분류된 테이블을 자주 들르는데요. 부산의 대표 로컬 매거진인 '다시 부산'부터 부산시청 공무원으로 부산에 대한 지적 내공이 대단하신 유승훈 박사님의 저서 '부산은 넓다'까지 재미난 책들이 많습니다.
광안대교를 지나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광안대교를 거쳐 갔습니다. 국제관광도시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는 부산은 주요 인프라 중 하나인 다리(Bridge)를 활용한 관광자원 및 콘텐츠 개발에 많은 노력을 들일 예정인데요. 멋진 다리라는 하드웨어에 더해 다양한 스토리가 더해지길 기대해봅니다.
위드 코로나 시대.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공간과 장소를 다시 살펴보고, 가치를 재해석하는 여행을 계속해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