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쉬운 회계학을 읽고 느낀점
최근에 조선업 부실사태로 떠들썩하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모두가 가고 싶어했던 선망의 직장이 어쩌다가 이렇게 된 것일까?
재무수치를 제외하고 이런 사태를 미연에 예측해볼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출근길에 "세상에서 가장 쉬운 회계학"을 읽다가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는 사업보고서에 퇴사, 입사 인원 현황을 공시하면 좀더 회사내부사정을 외부에서 잘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책 내용은 다음과 같다. (거래처 부도와 관련하여 두사람이 나누는 대화이다.)
"그나저나 들리는 소문이 있던데."
다니 부장은 덧붙여 말했다.
"기업회생절차 신청 직전에 직원이 여럿 그만뒀다는 소문이 있더라고."
"회사의 위기를 감지한 걸까요?"
"뭐, 어디까지 알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회사에 불만을 품은 사원이 많았나 봐. IKEDA는 회사의 브랜드 마케팅 등 대외 활동에는 적극적이었지만 정작 회사 내부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려는 노력은 거의 안 했다고 봐야지. 광고 담당이나 바이어처럼 눈에 띄는 성과를 내는 사람들 중심으로 회사를 경영하느라, 사무직이나 매장사원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평가 시스템조차 없었다고 하더군."
하지메는 뭔가 침울하고 가라앉아 있던 IKEDA 본사 사무실의 분위기가 떠올랐다.
"이런 회사는 잘나갈 때는 드러나지 않지만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 싶으면 직원들이 금방 모래알이 되어버린다고. 신규로 오픈한 점포들의 실적이 연이어 바닥을 치면서 전 직원이 똘똘 뭉쳐야 할 때 줄줄이 그만둬 버린 거지."
"평소 제대로 된 평가도 못 받는데 회사가 힘들다고 해봐야 직원들 입장에서는 강 건너 불구경이겠네요."
이 구절을 읽으면서 얼마전에 조선업 회사에서 이직한 공인회계사 동생이 떠올랐다.
그 친구는 입사후 매 번 회사가 무척 힘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었는 데 밖에서 보기에는 설마 조선업이 망할까? 그럼 우리나라가 휘청거릴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조선업의 부실이 터져나왔다.
그렇다면 재무수치보다 직원들의 이직이 보다 정확한 회사의 부실을 알 수 있는 지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대기업들은 기존의 바뀌지 않는 사람들 인식의 관성이 있기 때문에, 뽑기만 하면 들어가고 싶어서 안달이므로 큰 사건이 가시화되기 전에는 인력채용에서 문제는 없다.
하지만 입사해서 직원들이 체감하는 바는 확실하므로, 이탈을 막을 수 없다.
5년동안 7번의 이직을 하면서(물론 자발적 이직은 몇 번 없다. 대부분이 비정규직이었다.) 느낀 것은 직원은 회사의 미래전망이 좋아 보이고 자신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아야 힘을 내고 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에게 그려지는 미래가 회사는 망해있고, 경력도 쪼그라들어 있는 것이라면, 그나마 회사가 이름이 있을 때 이직해서 지금까지의 경력을 인정받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할 것이다.
따라서 퇴사인원수와 이에비례한 입사인원수는 강력한 회사평가의 지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현재 사업보고서에는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와 평균 급여, 남녀 구성비가 공시되어 있다.
하지만 짧은 근속연수가 회사의 부실을 모두 보여줄 수는 없다.
업종 자체가 단기간에 업무성과를 창출하고 많은 보상을 지급하는 것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회사의 경우에는 경력만 빨리 쌓아서 이직을 계획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근속연수는 짧겠지만 회사자체는 아주 역동적이고 발전적이다.
따라서 근속연수도 짧아지고 퇴사자, 입사자 인원까지 과거에 비해 급속하게 증가한다면 기업의 부실을 미리 예상할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