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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경 Mar 02. 2017

수술실에 들어간 아내를 기다리면서

스타트업에 다니는 남편

아내가 수술실에 들어갔다.

원래 수술시간이 2시라고 했는데 11시로 변경되었다고 한다.

부랴부랴 회사에서 나와서 지하철로 향한다.

나도 모르게 발길이 회사 옆에 있는 조계사로 향한다.

평소처럼 에잇퍼센트의 성공이나 스스로의 영달, 재물욕심은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다.

그저 수술이 잘 끝나기를 아내가 건강하기를 이것만 머릿속에서 맴돈다.


이런 적이 결혼하고 두 번이 있었다.

첫째 승현이가 목이 아파서 병원 다닐 때 그리고 둘째 세진이가 태어날 때였다.


승현이가 목 치료받으러 다닐 때는 회사 컴퓨터 잠금 비밀번호가 승현건강 이었다.

다행히 목은 씻은 듯이 다 나았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고마웠다.

세진이가 태어날 때 아내는 서울에 나는 포스코로 이직을 해서 포항에 있었고 급하게 고속버스를 타고 올라오고 있었다.

의사 선생님이 전화가 와서 상황이 급박해서 제왕절개를 해야 하니 전화로 동의를 해달라고 했다.

전화를 끊고 두 손 모아 기도만 했다.

아내와 세진이가 건강하기만 하다면 무슨 일이든 다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세상에 태어나서 그렇게 간절히 기도했던 적은 처음이었다.

다행히 세진이는 건강하게 태어나고 아내도 건강했다.


그리고 제왕절개를 하면서 발견하게 된 혹을 이번에 제거하는 수술을 하게 되었다.

사실 지금 생활에도 큰 무리가 없고 아픈 것도 아니어서 부담 없이 생각했는데 막상 수술실에 들어간다고 하니 덜컥 겁이 나고 기도만 하게 된다.

종교는 딱히 없지만 회계사 공부하면서 기도하는 습관이 생겨서 벽에 부딪히는 느낌이 들면 항상 기도를 한다.

아내에게는 사랑하는 마음과 함께 감사하는 마음, 미안한 마음이 크다.


회계사 합격을 하고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아내는 나에게 힘이 되어주었다.

보통 회계사들은 12월부터 3월까지 기말감사 시즌에 잘 헤어진다고들 하는데 새벽에 지쳐 퇴근하는 나에게 기운을 북돋아준 것도 아내였다.

결혼하고 나서도 욕심 많은 내가 이직을 할 때마다 옆에서 나를 믿어주고 응원해준 것도 아내였다.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하는 결정도 존중해주었다.


나를 모르는 사람들은 나의 도전과 열정을 보지만 나를 아는 사람들은 아내가 대단하다고 한다.

사실 결혼하고 나서 내리게 되는 무수한 결정들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고 가족 모두가 감당해야 하는 몫이다.

철부지처럼 하고 싶은 일을 찾아다니고 꿈을 이야기하는 남편 옆에서 현실감각을 유지하면서 아들 둘을 키우고 생활을 묵묵히 꾸려나가는 아내에게 감사하는 마음은 말로 표현하기에도 부족하다.

오션의 노래 제목이기도 했던 More Than Words 이럴 때 쓰는 말 같다.



아내가 수술이 끝나면 마시고 싶다던 슈퍼커피 자몽비앙코를 오는 길에 샀다.

오늘 마실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수술이 잘 끝나고 건강한 모습으로 같이 마시고 싶다.

수술이 잘 끝나기를 다시 기도한다.

사랑해요. 아내 안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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