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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관 Mar 13. 2021

제주4.3소재 창작오페라 순이삼촌

현기영의 소설 '순이삼촌' 제주아트센터와 제주4.3평화재단 공동기획

종합예술 오페라 그 시작

1600년경 이탈리아 피렌체의 바르디 백작의 저택에서는 그리스의 비극을 재현하기 위해 다프네라는 음악극이 공연되었고 음악사에서는 이것을 오페라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한편 1948년 서울 시공관(명동예술극장)에서는 음악애호가였던 이인선과 지휘자 임원식, 성악가 오현명, 김자경 등을 주축으로 <라 트라비아타: 춘희>를 공연하게 되는데 이것이 우리나라 최초의 오페라였다.  한국전쟁 중에서도 국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부산에서 오페라 춘향전을 공연하였다하니 우리나라 오페라의 역사가 결코 길지 않음에도 국민들의 관심과 애정은 각별해 보인다.


현기영의 소설 순이삼촌 창작오페라로 제작 공연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비극이자 제주의 아픔인 제주4.3을 상징하는 현기영의 중편소설 ‘순이삼촌’이 창작오페라로 제작되어 2020년 제주아트센터에서 공연되었고 2021년 올해도 제주와 서울공연이 예정되어있다. 소설 《순이삼촌》은 1978년 발표된 현기영의 사실주의 중편 소설이다.  

제주4·3사건을 다룬 최초의 작품으로 1948년 당시 제주 조천북촌리에서 벌어진 양민학살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오페라는 김수열 대본, 최정훈 작곡과 정인혁의 지휘로, 그리고 각색과 연출 및 예술감독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소프라노 강혜명으로 포지셔닝 되었고 필자 또한 총괄기획으로 참여하였다. 또한 제주도립예술단, 제주4.3평화합창단, 극단 등 제주의 예술가들이 주축이 되고, 현대무용단 및 도내외 정상의 성악가 총190여명이 출연하였다

    

1948년 북촌 극도의 공포감과 순이삼촌의 아리아

오페라는 4막으로 구성되었고 제1막은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던 상수가  8년만에 고향 제주도 북촌의 제사집에 돌아오면서 시작되었고, 2막은 가장 치열하고 잔인하였던 1948년 북촌초등학교로 무대를 옮긴다. 3막에서는 어린시절 상수와 길수의 기억을, 옴팡밭에서 죽음의 사자들을 연기한 무용단과 순이삼촌의 춤과 음악의 앙상블은 본 공연에서 가장 임팩트했던 장면으로 순이삼촌 내면의 갈등과 점점 미쳐가는 자신을 잘 표현하였다. 4막은 자식을 잃은 어미의 절절한 마음을 잘 표현한 순이삼촌의 연기와 노래가 돋보이며 막을 내린다.

오페라와 제주4.3의 확장

오페라는 문학, 음악, 연극, 미술, 무용 등이 복합적으로 녹아있는 종합예술로서 오케스트라, 합창단, 무용단, 성악가 등 대규모 출연진과 제작진이 참여하는 최고도의 예술장르이다. 예산 또한 만만치 않아 예산을 가진 행정이나 기업의 후원이 없다면 시도조차 쉽지 않은 작업이다. 최초 프로젝트 설계당시 4.3평화재단 이사장과 당시 제주시장과 성악가 강혜명의 의기투합이 없었다면 이 프로젝트 또한 아마 불가능하였을 것이다.

     

창작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작업이기에 그 어려움과 고통은 제작진이 되어보지 않고서는 짐작하기 어렵다. 창작오페라는 수백년 동안 이어온 명작오페라와는 기본부터가 다르기에 이 작업에 참여한 원작, 대본, 연출, 작곡, 지휘자, 출연진 등에 대한 격려와 칭찬은 부족함이 없어야한다. 이 작품이 한시적공연이 아닌 제주를 찾는 천오백만 관광객이 언제나 관람하고 즐길 수 있는 시스템이 되기를 바란다. 또한 오페라의 본고장 유럽에서 공연되어 제주의 아픈 역사와 평화의 중요성을 알릴 수 있기를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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