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새를 거두는 사람
그는 매일 아침, 회색 아파트 단지 산책길을 걷는다.
손에는 나뭇가지 하나.
그건 지팡이도 아니고, 장난감도 아니다.
그는 그 가지로 길가의 나무, 화단의 꽃, 풀잎 위에 내려앉은 낙엽들을 조심스레 털어낸다.
마치 먼지를 털 듯, 잠을 깨우듯.
"자, 햇빛 좀 보자."
그는 그렇게 혼잣말을 하며 식물들을 어루만진다.
사람들은 그를 이상하게 여긴다. 어떤 이들은 미소 짓고, 어떤 이들은 고개를 젓는다.
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는 원래 식물이었기 때문이다.
그 시절, 그는 언덕 위 작은 자작나무였다.
사계절을 지나며 눈비를 맞고, 바람과 대화하고, 새들의 발자국을 느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아주 깊은 갈망이 솟았다.
“말하고 싶다. 걷고 싶다. 그들을 돌보고 싶다.”
그는 신께 기도했다.
간절히, 오랫동안.
그리고 어느 날, 눈을 떴을 때 그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처음엔 모든 것이 경이로웠다.
손이 생겼고, 다리가 생겼고, 입이 생겼다.
그는 식물들이 겪는 불편함을 알아차렸다.
무거운 낙엽, 뭉쳐진 먼지, 막힌 햇살.
그는 그것을 해결해주는 일을 자신의 사명이라 여겼다.
그래서 매일 아침, 나뭇가지를 들고 나섰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따뜻한 방식으로 식물들을 돕는다고 믿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아이가 말했다.
“저 아저씨가 자꾸 나무한테서 낙엽을 떼요. 나무는 가을이 되면 낙엽을 덮는 건데.”
그 말은 작은 파문처럼 그의 마음에 떨어졌다.
그날 밤, 그는 한참을 잠 못 이루고 앉아 있었다.
식물이었던 자신이 떠올랐다.
그 따스한 낙엽의 무게, 겨울을 나기 위한 담요 같은 느낌, 바람이 가져다주는 삶의 리듬.
그리고 깨달았다.
자신은 돕고 있다고 믿었지만,
실은 식물들의 체험을, 그들의 계절을, 그들의 시간과 감각을 뺏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조용히 눈을 감고 기도했다.
“신이시여… 다시, 식물로 돌아가게 해주십시오.”
어느 봄날, 아파트 화단에 작은 묘목 하나가 돋았다.
그 자리는 그가 늘 서 있던 벤치 옆, 조용한 그늘 아래였다.
묘목은 하늘을 향해 천천히 자라며
비를 맞고, 햇살을 마시고,
낙엽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웃었다.
이제 그는 모든 것을 느낀다.
돕는 것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방식으로.
그는 더 이상 잎새를 털지 않는다.
그저 그 안에 깃든 이야기를 듣는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