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현장을 지키는 마음, 그리고 따뜻한 한 끼
1962년생. 정년퇴직을 하신 후에도 여전히 감리일을 하시는 부장님께 전화가 걸려왔다. 부산에서 맡았던 감리 일이 마무리되었으니, 오랜만에 얼굴도 볼 겸 점심이나 함께 하자고 하신다.
작년에 28년간 다닌 회사를 퇴직한 내게 직접 전화를 주신 그 마음이 참 고맙게 느껴졌다.
함께 근무하던 시절, 우리는 종종 점심식사 후 사무실 근처를 산책하곤 했다. 말수가 적으셨지만, 어느 날 문득 자녀 이야기를 꺼내시던 그날 이후로 우리는 조금씩 마음을 나누기 시작했다. 함께 걷는 시간 속에서 회사 일만큼이나 인생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알아갔다. 그 무심한 듯 조용한 배려가 나는 좋았다.
오늘도 그때처럼, 점심 식사 자리에선 자녀 이야기로 시작해, 최근 감리 중인 공사 이야기, 그리고 세상 돌아가는 일들로 대화가 이어졌다. 식사를 마치고 자리를 옮겨 차 한 잔을 마시며, 우리는 어느덧 4시간 가까이 시간을 함께 보냈다. 이야기 속에는 수십 년간의 경험이 녹아 있었고, 묵묵히 일해온 사람만이 풍길 수 있는 깊이가 느껴졌다.
그분은 앞으로도 가능하면 70세까지는 계속 현장에서 일하고 싶다고 하셨다. 말은 담담했지만, 그 안엔 일을 향한 자부심과 생의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그 말이 참 인상 깊었다. 단순히 ‘노후에도 일한다’는 차원을 넘어, 스스로를 현역으로 유지하는 방식,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삶의 철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내가 건강상의 이유로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회사를 떠난 것을 안타까워하시면서도, 내 결정을 존중해주셨다. “그래도 잘했네. 건강이 먼저지.” 하시며 웃어주셨다. 그 한마디에 나는 위로받았고,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돌아오는 길,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이 들수록 우리가 기억해야 할 건 '누구와 함께 시간을 보냈느냐'라는 사실이다. 직함도 명함도 사라진 자리에서, 결국 남는 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야기인 듯하다.
오늘, 오랜만에 마주 앉아 나눈 점심 한 끼와 긴 대화 속에서 나는 다시 한번 배운다. 일은 단순히 생계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삶의 태도이며 사람을 잇는 끈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런 삶을 묵묵히 살아내는 분이 곁에 있다는 사실이, 내게는 큰 격려이자 귀감이 된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해서 현장을 누비실 이사님. 언제나 응원합니다.
그리고 그 따뜻한 한 끼, 오랫동안 기억하겠습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