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리히 법칙과 냉장고

by bigbird

하인리히 법칙과 냉장고

하인리히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큰 사고나 문제는 예고 없이 터지는 것이 아니라, 그전에 수많은 작은 징후들이 먼저 나타난다는 법칙이다.

우리 집 냉장고가 딱 그랬다.
무려 25년을 함께한 가전. 참 오래도 버텼다.
말없이 제 자리를 지키며 사계절 내내 우리 식탁을 책임져준 존재였다.

그러던 어느 날, 문 옆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럴 수도 있겠거니 했다.
하지만 곧 냉동칸에서 꺼낸 아이스크림이 녹아있는 걸 보았고, 이상함은 분명해졌다.
그리고 마침내, 냉장고는 아무런 경고 없이 멈춰버렸다.

한여름이었다. 음식이 상할까 봐 아내는 곧장 주변 지인들에게 연락을 돌렸고, 반찬이며 고기며 얼음팩까지 분산시켜 보관을 부탁했다.
며칠 뒤 새 냉장고가 오고서야, 우리는 각 집에 맡겼던 음식들을 하나둘 다시 가져올 수 있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항상 곁에 있어서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의 소중함을.
늘 조용히 제 할 일을 해내던 냉장고의 존재감이, 사라지고 나서야 비로소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

작은 징후는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물건도, 관계도, 몸도 그렇다.
우리는 자주 너무 익숙한 것들을 당연히 여긴다.
그러나 잃고 나면 알게 된다. 그 평범한 일상의 위대함을.

오늘도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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