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부대끼지 않는 삶의 시작

by bigbird

누구도 부대끼지 않는 삶의 시작

아파트 단지 내 커뮤니티 센터의 차 마시는 공간에는 평일 낮에도 내 또래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직장에 다닐 때는 평일 낮에 이런 모습을 거의 볼 수 없었지만, 요즘은 제법 많은 이들이 눈에 띈다.
그만큼 50~60대의 퇴직 인구가 늘었다는 증거일 것이다.

어제는 오랜만에 퇴직한 동료에게서 연락이 왔다.
나보다 두 살 어린 그녀는 직장생활 중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았던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너무도 홀가분하다고 했다.
남편은 여전히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고, 그녀는 이제 일을 내려놓고 지낸다고 한다.
밝고 경쾌한 목소리에 나까지 기분이 좋아졌다.

그녀 역시 단지 내 카페나 독서실을 가보면 전과는 달리 또래들이 많이 보인다고 했다.
또래는 독서실에서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다고도 했다.
대출 없이 마련한 아파트 한 채, 넉넉하진 않지만 마련해 둔 투자금, 희망퇴직금, 그리고 공무원인 남편의 급여 덕분에 이제는 굳이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퇴직 후 이것저것 배우며 지내다 보니 초기의 불안은 사라졌고, 지금은 어느새 적응이 되었다고 한다.

그녀가 말한 퇴직 후 가장 좋은 점은 ‘사람에 부대끼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다.
직장 없이 지내온 또래들과도 친구가 되어 이야기를 나누었고, 전업주부로 살아온 삶도 들여다볼 기회가 생겼다고 한다.
전업주부가 왜 바쁜지를 이제는 이해하게 되었다며 웃었다.

실업급여도 신청해 받아보고 있다고 했다.
한층 밝아진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며, 내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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