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아들
아파트 단지를 산책하다 보면, 단지 내 사우나를 종종 이용하곤 한다.
그때마다 눈에 띄는 부자(父子)가 있다.
40대로 보이는 아들과 6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아버지.
유난히 시선이 머무는 두 쌍의 아버지와 아들이다.
첫 번째 부자는 몸의 움직임에 어려움이 있어 보이는 아들을 돌보는 아버지다.
그들의 걸음은 언제나 느리다.
천천히 걷고, 천천히 움직이며, 산책로에서도 헬멧을 쓴 아들의 모습이 보인다.
넘어질까 걱정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진다.
두 번째 부자는 늘 환하게 웃는 아들과 함께다.
그 웃음에는 어딘가 불안한 기운이 섞여 있다.
항상 아버지가 보호자로 동행하는 걸 보면, 정신적인 어려움이 있는 듯하다.
언제나 함께하는 그들의 모습은 안쓰럽고 또 애잔하다.
걱정이 되어 떨어질 수 없었을 그 세월이 얼마나 길었을까.
아마 독립을 시도해본 적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다시 돌아왔을 것이다.
세상은 생각보다 거칠고, 아버지의 품은 여전히 가장 안전한 곳이니까.
법륜 스님은 “스무 살이 넘으면 청년은 독립해야 하고, 부모는 독립시켜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그 말이 해당되지 않는 듯하다.
아버지는 오늘도 아들을 지키고, 아들은 아버지의 보호 속에 하루를 살아간다.
그 모습이 애잔하고, 또 한편으로는 숭고하게 느껴진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