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의 글쓰기

inspiration

by psyche

한 때 글이 미친듯이 쓰고 싶을 때가 있었다. 보통은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싶다든가, 내가 상상한 어떤 장면을 설명하기 위함이든가, 무튼 글쓰기의 소재가 있고 그 다음 글을 쓰는 것이 순서였지만 그 때는 뭔가 달랐다. 손가락이 근질거렸고 무언가 문장이 속에서 솟구치는데 대체 무얼 써야할지 몰랐다.

에세이는 진부할 것 같았고, 글감을 찾아도 영 구미가 당기는게 없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그냥 그 때 당시 내 얘기만 썼어도 그럴 듯한 에세이가 됐을 것 같은데 (인생무상 백수 캥거루족 생존기라든가) 뭔가 그럴싸하고 멋있는걸 쓰고 싶었나보다. 소설이라면 메세지가 있는 소설을, 기고문이라면 담백히 무거운 주제를 담아낸 그런 글을.


결론적으로 그래서 그 땐 글이 전혀 써지질 않았다. 잠깐 찾아왔던 작고 소중한 파랑새 같은 재능이 그마저도 나를 멀리 떠나버린 것 같았다. 한동안 낙심했다가 금방 잊었다. 20대 후반 백수의 삶이란 그런 달콤함을 입에 물기엔 너무 팍팍했고, 글쓰기는 위로보나 아래로보나 수입수단이 되기엔 힘들어 보였기 때문이다.


영감이 찾아오길 기다리다간 한 줄도 쓰지 못할 것이다, 라고 누군가 말했다. (누구지?) 그래도 나는 영감을 기다렸다. 그렇게 찾아헤매고 목 빠지게 기다리던 영감이 불현듯 나타나면 누구보다 빠르게 나 스스로 만족하는 글을 써냈다. 그래서 포기하지 못하는 것 같다. 영감의 글쓰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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