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번 씹으면 다 약이라던데
요즘 내가 꽂힌 단어가 있다.
[천착하다]
라는 단어다.
같은 한자를 쓰는 천착하다 인데도 뜻이 3가지나 있다.
다른 한자를 쓰는 천착하다는 사뭇 다른 뜻이 된다.
이 단어에 꽂힌 이유는 별게 없다. 가끔 이렇게 어떤 단어에 꽂혀 이런저런 문장들을 머릿 속에서 굴려보곤 하는데 이번엔 이 단어가 걸려들었을 뿐이다.
어디서 처음 봤을까. 이런 단어를 볼만한 책을 읽은 기억이 없는데. 기사에서 였을까. 보고서에서? 하루에도 수많은 문장들을 읽고 쓰는데 어째서 [천착하다]에 천착하게 된 것일까. 이쯤되면 이 단어 자체가 그럴 수 밖에 없이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뭐랄까, 위의 [천착하다]의 뜻을 보고 있자면……
어떤 원인이나 내용 따위를 따지고 파고 들어 알려고 하거나 연구하다 보면, 억지로 이치에 닿지 아니한 말을 하게 되는게 아닐까 싶어지기도 하고.
이런 걸 생각하고 있는 내 심정이 뒤틀려서 난잡해지며 행동이 상스럽고 더러워지는게 아닌지… (?)
어떻게든 코끼리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 마음껏 코끼리 생각을 하고 있는데도 어쩐지 께름칙한 기분이 든다. 이대로는 [천착하다]를 놓아줄 수 없을 것 같다. 몇 개의 문장은 더 써야 이 단어가 약이 될 만큼 씹은게 아닐까 싶다. 이다지도 천착하는 마음이란.
A씨는 그 날 눈이 오는 거리에서 다신 만나지 못하리라 여겼던 사람을 만났다. 감히 예상하지 못했던 우연으로, 그 사람은 기대보다 더 누추했으며 기억과 달리 천착스럽기까지 하였다. 그것이 A씨의 마음을 옥죄는 듯 했다가 또 곧장 아무렇지 않게 덤덤하게 했다가 그렇게 또 천착하여, 발걸음이 절로 멎었다. 종종 도망치던 밤이 떠오르면 무엇으로부터 멀어지려 했는가 천착을 거듭하였고 눈구멍 만큼 좁아진 시야엔 곱고 잘은 눈송이만 들어찼다. 천천히 이곳저곳에 내려앉은 눈들이 녹아 척척하게 온갖 세상을 다 적셨다.
아무리 그래도 몇 줄로는 약이 될 만큼 씹을 수는 없는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