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가 젤 박약할 때?

'광어회'가 눈앞에 아른거릴 때

by 이작가야

''그나저나 저녁은 뭐 먹지?''

'' 날씨도 쌀쌀하니 굴 있으니까 굴밥 해줄게''

''그래 그거 좋으네.''


혈당을 낮춰야 하니 늘 쌀은 조금만 넣은 잡곡밥을 한다.

굴만 넣으면 넘 재미가 없으니 무엇을 더 넣을까 하는데,

이것저것 꽤 많다.

표고버섯은 많이 넣어봤으니...

무청시래기 만두를 해 먹고 남은 만두소가 있다.

집사님 작품이다. 만두 맛이 기가 막혔다.

시래기에 다진 돼지고기는 물론 갖은양념이 돼있으니

딱이다.

쌀 위에 만두소를 쌀이 안 보이게 깔고, 그위에 굴을 쫙 깐다.

다시마 한 조각에 올리브유 또르르...

보기만 해도 침이 꼴깍!



(후라이드 치킨)



집사님은 소파에서 TV를 보고 있다.

광고선전 중이다.

하필이면 먹성 좋은 방송인 이영자가 '후라이드 치킨'을 어찌나 맛있게 먹는지 소리가 주방까지 들린다.

출출했던 차라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집사님은 치킨을 엄청 좋아한다.

게다가 어찌나 맛있게, 깔끔하게 드시는지,

친정 엄마는 늘 감탄을 하셨다.

여름이면 닭백숙을 자주 해 주셨다.


''아니, 홍 서방은 어쩜 닭을 그렇게 이쁘게 먹는지,

아주 닭뼈가. . 한번 씻은 거 같네. 그리 먹으니 자꾸 해주고 싶지. 음식은 모니 모니 해도 맛있게 먹어주면 최고야.''

''아닙니다. 장모님이 워낙 맛있게 하신 데다, 뼈가 쪽쪽 빠지게 잘 삶아졌는 걸요.''

''말도 자상하기는...''


엄마는 홍 서방을 아주 많이 이뻐하셨다.





이영자의 리얼한 연기를 보고 있는 집사님 표정이 너무 짠하다. 침을 꼴깍 넘기는 순간 눈이 마주친다.


''침꼴깍 소리가 나한테까지 들리넹 ㅋ

그케 드시고싶으셩.''

''아니, 아무리 광고지만, 넘 맛있게 먹네.''

''그러게...''


집사님과 나는 알고 있다.

치킨을 시키면 치킨만 먹지 않는다는 것을...


''밥 했어?''

''그럼 불 켰지!''


집사님 눈빛이 애잔하다.

거짓말이라도,

'아니 아직, 불만 키면 돼. 왜?'

라고 물어봐주길 바라는 눈빛...


''아니, 굴 넣었냐고?''

눈빛을 들켰으니 괜한 말을 던져보는 게다.


''굴밥인데 굴 넣지 그럼.''


'넘어가면 안 되는데...' 의지를 굳힌다,

''굴밥 금방 됩니다요. 치킨 잊어버리셔!''






하마터면 치킨을 시키려 휴대폰을 들뻔했다. 꾹 참았다.

집사님은 쵸코렛 떨어뜨린 아이 표정이다.


이영자 치킨 광고가 끝나고, 맛 프로가 시작된다.

맛집 소개에 앞서 생활정보를 안내한다.

그리고 이어서...

맛집이 소개되는데, 하필 '횟집'이다.

그것도 하필 '광어회'다.


이런! 집사님과 나의 아킬레스건, 광어회!


초장에 몸을 적신, 두툼하게 썰어진 광어회가

TV 화면을 가득 채운다. 이렇게 잔인할 수가...

집사님과 눈이 마주친다.

눈빛 교환 찌리릿!


''광어회 먹고 싶다.''

''굴밥은 어쩌고...''

''굴밥도 먹음 되지. 남으면 내일 먹고.''

''음... 그르까 용?''


세상에 이렇게 무너지다니...



(싱싱한 광어회)


''설거지도 잔뜩인데...''

''그럼 나 혼자 갔다 올게.''


단골 회집에 어느새 집사님이 전화를 걸고 있다.


''아... 좀 큰 거로 잡아주세요. 얼마나 걸리나요?

아네.. 지금 오라고요. 알겠습니다.''


포장도 줄을 서는 맛집인데 마침 한산해진 모양이다.

집사님 표정은 초콜릿을 한가득 손에쥔 아이 표정이다.


''갔다 올게. 할거하고 계슝.

참, 술을 넣어놔야지.''


집사님은 친절하게 술을 냉장고에 넣고는 발걸음도

가볍게 사라지셨다.






아니, 하필 '광어회'가 몸에 초장을 바르고 TV 화면을 꽉 채워서는...

둘 다 회를 너무 좋아하는데, 그 시간에 '맛집'프로를 한다는 걸 아는데, 보질 말았어야 했다.

문제는...

둘 중 한 사람이라도 강하게 말려야 하는데,

서로 내심 안 말리길 바란다.


광어회 유혹에 넘어간 집사님은 그렇다 치고

굴밥까지 앉힌 나 좀 보게나...


''조심해서 다녀오셔용.''


콧소리까지... 아마도 수다떨거리가 밀렸나보다.

광어가 큰 놈이 이만 오천 원이란다.


어제 창틀 누수 수리를 했는데, 운 좋게 여차여차해서

자그마치 20만 원이나 싸게 했다.

뜬금없는 생각이 훅 들어온다.ㅋ


'어제 20만 원이나 세이브했으니까 맛있게 먹는 거야.'


하하, '처녀가 애를 낳아도 할 말이 있다'는 속담이 딱이지 뭐람!


아킬레스건이 무너질 때,

우리 부부가 젤 박약할 때다.

박약하믄 어떠누,

맛있게 먹음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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