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가 젤 쫄릴 때?

때아닌 시간에 아들이 영상통화 요청할 때!

by 이작가야

띵띠띵띠 띵띠 띵띠딩띵

띵띠띵띠 띵띠 띵띠딩띵

띵띠띵띠 띵띠 띵띠딩띵


영상 전화벨 소리다.

당황한 집사님이 말을 더듬는다.

유일하게 영상 통화하는 상대는...

캐나다에 있는 하나밖에 없는 우리 이쁜 아들이다.


"허허헉! 아아아들이닷!"

"엥? 이 시간에?"

"그러게!"

"지금 거기 몇 신데?"

"새벽 6시?"

"그나저나 받아야지 무슨 급한 일일 수도 있잖아"

"받아야지!"


집사님이 전화를 받는다.


"어이 아들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

"그냥 했지!"

"그냥? 지금 거기 새벽 6시 아냐?"

"엉 맞아 6시... 엄마, 아빠는 뭐해?"

"우우우리? TV 보지."

"아~~~ 엄마는?"

"옆에서 같이 보는데?"


하필 그날은 좀 일찍 달리기 시작한 날이다.

아마도 뭔가 기분 좋은 일이 있었고 일찌감치 집에 가는 길에 싱싱한 '광어회'를 떠서

술상을 차려놓고 두런두런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다.




늘 거의 비슷한 시간에 아들과 영통(영상통화)을 한다.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주로 전화를 하는 아들은

소소한 일상부터 특별한 일까지 부모와 소통을 하는 아주 자상한 아들이다.


자상한 아들의 걱정거리 중 하나는 부모가 술을 너무 즐긴다는 것이다.


캐나다에 중1 때 유학을 가서 명문사립고등학교에 입학을 하고 대학도 원하는 명문대학을

그것도 다섯 군데나 다 합격을 했다. 다섯 개의 대학 중 본인이 원하는 대학에 입학을하고

나쁘지 않은 성적으로 졸업을 했다.


졸업을 앞두고 4학년 때 조기취업을 한 아들은 1년 정도 직장을 다니다가 후배랑 벤처사업을

시작했다. 예상치 않게 투자도 받고 슬슬 날갯짓을 시작하려던 차에 코로나 19가 쳐들어왔다.

거의 1년 가까이 백수로 여기저기 지원을 하더니 결국은 좋은 회사에 취업이 되었다.


팔불출이라 해도 할 수 없다.

그야말로 부모 속이라곤 단 한 번도 썩여본 적이 없는 아들이다.

10에 1~2명 성공한다는 유학생활도 훌륭하게 잘 해냈고 대학졸업과 동시에 부모가 생활비 지원도 끝을

냈는데 어찌어찌 혼자 생활을 하고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그야말로 모범생 아들인데 그 아들의 걱정이 부모님 술 걱정이라니...

보통은 먼 나라에 뚝 떨어져 있는 아들이 술 담배에 쩔어 살진 않을까 부모가 걱정을 해도 모자라는 판에

거꾸로 되도 한 참 거꾸로 된 게 사실이다.





새해가 되면 부모는 아들에게 덕담을 해주고 아들에게도 소원이나 계획을 묻기도 한다.

"그래 아들, 올해 소원은 뭐유?"

"음... 엄마 아빠가 술 좀 줄이는 거?"

"아아아아... 아우 그게 뭔 소원이라고... 걱정도 마슈!"

"진짜지?"

"그럼 그럼 이제 엄마, 아빠도 하루가 달라. 술도 금방 취하고 늦게 깨고 많이 못 마셔요."

"당연하지. 나이는 못 속인다자나... 그럼 진짜 술 줄이는 거다?"

"걱정 말라니까!"

"아니... 이거이 뭔 ㅋㅋㅋ 아들이 매번 엄마 아빠한테 술 줄이라는 당부를 하니 ㅋㅋㅋ아우~"

"어허~~~ 알았다니까. 좋은 소리도 자꾸 하면 싫은 법! 고기까지 딱!"


철석같이 아들이랑 약속을 한다.

그리고... 당연히 잘 지키지 않는다.


눈치를 챈 아들이 영통으로 급습을 한 게다.

금요일이니 엄마 아빠가 불금 어쩌고 하면서 분명히 한잔 할 거라는 생각을 한 아들의 첫번째 불시검문이다.


어떻게든 후다닥 전화를 끊어야 한다.

"엄마야, 그래 주말이라 바쁘겠네? 별일 없음 됐어."

"엄마 목소리... 이 느낌은 뭐지?"

"뭐뭐뭐... 뭐가?"

"음... 뭐랄까 얼른 전화를 끊어버리려는 느낌?"

"에이~ 그럴 리가..."

"TV 보는 중이라는 거지? 저녁은?"

"저저저녁? 저녁먹으면서 TV 보지?"


전화를 받으면서 홍 집사한테 싸인을 보낸다.

소주병을 치우라는 싸인이다.

홍 집사가 후다닥 병을 감춘다.

아들이 압박을 가한다.


"뭐 맛있는 거 드시남? 반찬 좀 보여줘 봐~"

헉! 이건 뭐 대놓고 검문이다.

피할 수가 없다.

심장 약한 홍 집사가 식탁을 비추는데...


"엥? 회 아냐?"

"으으으응 회 맞아. 과과 광어회."

"이여사 ㅋㅋㅋ딱 걸렸어. 왜 말을 더듬으슈?"

"쳇! 아닌데?"

"흠... 술 없이 광어회를 드신다?"

"그취~"

"그럼 밥상 주변 좀 싹 보여줘 봐."

"콜!"


자신 있고 당당하게 밥상 주변을 보여주는데...

이런!

홍 집사가 급히 감춘 소주병 하나가 자빠져있다. ㅋㅋㅋ


망했다.ㅋ


"이여사! 내촉이 맞았수. 아빠 나오슈!"

"엉 아아아빠야... ㅋㅋㅋ"

"엄마, 아빠 내가 또 불시에 검문할텐깡 각오들 하슈!"
"아예예~~~아드님 먼저 끊으셔요ㅋㅋㅋ"


엄마, 아빠가 깨갱깽 한 날이다.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더니...

이건 뭐 자식이 없는 돈 내놓으라는 것도 아니고

속도위반을 해 결혼을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엄마, 아빠 술좀 줄이시라고 간절히 매일 새벽기도를 한다니...

어찌 쫄리지 않을 수 있는가.


까르르까르르 깔깔깔거리며

마시다가도...

우리 부부가 유일하게 정신이 번쩍 나는 전화다.

아들전화!


그러니...


우리 부부가 쫄릴때?

때아닌 시간에 아들이 영상통화 요청할 !





ps: 게을러 게을러

브런치북 발행을 마무리못했던

애주가 부부의

'술 이야기'

를 마무리해보려 글올립니다.^^

감사합니다.

따뜻한 봄밤 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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