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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Oct 20. 2020

가을은 두 번째 봄!

가을은 모든 잎이 꽃이 되는 두 번째 봄이다.

365 매일 읽는 긍정의 한 줄ㅡ

가을
Autumn is a second spring when leaf is a flower.
가을은 모든 잎이 꽃이 되는 두 번째 봄이다.
ㅡ알베르 카뮈 Albert Camusㅡ


2020년 가을은 내겐 처음 보는 가을이다.

코로나 19로 누구에게나 처음이겠지만 내겐 더 특별하다.

벌써 20일이니 곧 울긋불긋 단풍이 들고,

이내 낙엽이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을 텐데...


아침에 쉬엄쉬엄 산책을 하고, 때로는 경보처럼 허벅지를 붙이고 최대한 빠르게 걸어보기도 한다.

예쁜 꽃을 한참 쳐다보고 이름을 궁금해하고 사진도 찍는다.

감나무에 달랑하나 달린 감을 보고 최대한 가까이에서 그 감을 사진 찍으려 까치발을 한다.

매일 같은 꽃, 같은 나무를 만난다.

그 자리에 그대로 있지만, 매일 다른 모습이다.

은행나무의 연두색 잎이 노르스름하게 변해간다.

달랑하나 달렸던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 풍성하다.

처음 보는 가을이다.


얼마나 바삐 달려왔는지...

그 흔한 감나무를 처음 자세히 본다.



(파란하늘과 감나무가 이쁘다)



보통 아침 6시면 일어난다.

인간 알람이라 할 정도로 스스로 일어난다.

간혹 전날 엄청 달렸어도 벌떡 일어난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부모님께 감사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빠도 그러셨다. 한 잔 하신 다음날도 똑같이 일어나셨다.

해장국을 찾으신 적도 없다.

아무 일 없으셨다는 듯이 평범한 아침을 드셨다.


6시에 일어나면 하루 스케줄을 점검하고

운동을 간다. 운동은 아이 출산 전후를 빼고는

쉰 적이 없다. 그러니까 30년이 넘었다.

 

운동이 끝나면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학교 수업시간이 이른 날이면

차에서 샌드위치도 먹고 김밥도 먹는다.

운동 하루 쉬면 되지 무슨 연예인도 아니고...

운동은 내 그림자다. 밥은 안 먹어도 운동은 떼 놓지 않는다.






감나무, 은행나무들이 변해가는 모습을 자세히 본 적이 없다. 고작 차 안에서 본다. 그저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강변북로, 올림픽도로를 달리며 멀리서 단풍구경을 한다.

허구한 날 차가 막히니 때로는 그 조차도 이쁘게 느껴지지 않는다.


학교 캠퍼스에 들어서면 꽃과 나무들이 많지만, 볼 여유가 없다. 주차자리 찾기 바쁘다. 어쩌다 강의할 건물에서 먼 곳에 밖에 자리가 없으면 헐레벌떡 한참을 걸어야 한다.

노란 은행나무가 이쁘게 보일 리가 없다.

앞만 보고 가기 바쁘다.


점심시간이다.

교내 식당을 향해 걷는 동안 잠깐 가을을 만끽한다.

그도 잠깐이다.

밥 먹고 커피 한잔 마시면 점심시간이 끝나니

쉬고 싶은 마음에 단풍 구경은 나중이다.

시간과 돈을 들여 여행을 간다.

단풍 구경하러...

여행은 내겐 커피 같은 활력소였다



(365매일읽는 긍정의한줄, 린다피콘 :책이있는풍경)



그렇게 좋아하는 여행인데 코로나 19로 발목이 묶였다.

하늘 길이 막혔다. 그림자 같은 운동도 못하니 내 몸에서 뭔가 하나 뚝 잘려나간 느낌이다.


할 수없이 매일 걷는다.

그렇게... 내 평생 처음 보는 가을을 만났다.

같은 길을 걸으니 같은 시간에 같은 곳에서 거리를 청소하시는 분을 만난다. 어떤 날은 아저씨가 벌써 저만치 가 계신다. 평소보다 내가 조금 늦은 거다.



(누군가의 손길로 항상 깨끗하다)



마을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거의 비슷하다.

'내가 어딘가를 출근하려고 버스를 기다린 적이 언제던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전이다.

만원 지하철 속에서 이리저리 쓸려서 출퇴근을 한 적이 언제던가...


'그땐 나도 그런 적이 있었지' 할 정도지, 모든 게 가물가물하다.


버스를 기다리는 대열 속에 학생도 있고, 젊은 남녀도 있고, 노인도 있다. 내 또래로 보이는 중년 남녀도 있다.

버스를 기다리는 모습이 매일 피곤해 보인다.






감사할 일을 일부러 찾을 필요 없이 감사할 일이 너무 많다.

누군가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하품을 하며 버스를 기다린다.

누군가는 매일 거리를 깨끗하게 청소를 하고 있다.


나는 산책을 하고, 사진을 찍으며 꽃과 나무를 만끽하고 있다.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온 선물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감사한 일 아닌가...


아침에 만나는 사람들을 보면...

피곤해 보이지만  얼굴 표정은 밝은 사람이 있다.

건강해 보이는데  얼굴 표정은 어두운 사람이 있다.

늘 밝게 인사하는 경비아저씨가 있다.

먼저 인사를 해도 본체만체하는 아저씨도 있다.

나뭇잎 색깔처럼 다 다르다.

그래도 가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찾아온다.


감나무를 목이 빠지게 쳐다보며 실실 웃는다.

달랑 하나 달린 모습이 이뻐서...

그리고 사진을 찍는다.

지나가는 차량 운전자, 바삐 마을버스를 향해

전력질주를 하는 이들 눈에는 어쩌면, 출근길에 눈에 거슬리는 주책없는 아줌마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럴 수 있다.


그들은 내가 얼마나 바삐 달려왔는지 모르니까.

한가롭게 출근 시간에 감나무 사진을 찍는 일이

내 평생 처음이었다는 것은 더더욱 모를 테니까.




(노랗게 변해가는 은행나무)



요즘 옷장을 정리하고 베란다 창고를 정리하고,

이것저것 정리 중이다.

가을이어서 정리를 하는 건 아니고 해야 해서 하는 중인데,

대개 가을은 봄이 그러듯이 여름을 정리하고 뭔가를 시작하는 계절이다.


'카뮈'의 말처럼 가을은 봄에 꽃이 피듯 열매를 수확하는 계절이다. 봄처럼 새 학기가 시작된다. 교보문고에 사람들이 책을 읽으러 모여드는 계절이다.

연인들이 낙엽을 밟으며 속삭이는 계절이다.


봄과 가을의 환절기는 인생의 전환기와 같다.


비록 코로나 19로 카뮈의 말과는 다른,

 수확도 못하고 새롭게 시작도 못하는 안타까운

2020년 가을이지만 2021년 가을은 예전의 가을로 돌아올 것을 희망한다.






코로나 19를 재앙이라고 까지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지켜야 할 수칙들을 지키는 것 외에는...


하지만

다 지나가리라.


심호흡도 크게 해 보고, 하늘도 쳐다보고,

기지개도 켜고.  좋은 글도 읽고...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것들부터 해보자.

그리고,

가을을 느껴보자.

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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