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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Nov 23. 2020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이려면?

편견을 버리고... 잘 들어야!

ㅡ365매일읽는 긍정의한줄ㅡ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이려면
A great many people think they are thinking when they are merely rearranging their prejudices.

많은 사람들은 단순히 자신의 편견을 재배치해 놓고 이것이 새로운 생각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
ㅡ에드워드 R 머로 Edward R Murrow ㅡ


아주 오래전 일이다. 집 앞에서 횡단보도만 건너 조금만 올라가면 중국집이 있다.

음식 맛이 꽤 괜찮다. 주로 배달을 해서 먹었다.

내가 좋아하는 잡채밥이 특히 맛있었다. 돌아가신 엄마가 잡채밥을 아주 좋아하셨는데... 그런 것도 닮는 건가?






좋아하는 잡채밥을 주문하고 기다린다. 드디어 벨소리가 나며, 경쾌한 소리가 들린다.

"배달이요~~~"

발걸음도 가볍게 뛰어나간다.

"네~~~ 잠깐만요."


중국집 배달통을 여니 잡채밥 냄새, 짜장면 냄새가 코를 찌른다. 맛있게 먹을 생각에 신이 나 음식값도 거스름돈 필요 없이 딱 맞춰 준비한다.

"잘 먹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마치 공짜로 먹는 양 배꼽인사를 한다.

그런데? 배달하는 청년이 머뭇머뭇...할 말이 있는 모양새다.

"무슨...?"

"저, 저, 제가요 이제 배달을 못 오게 돼서요..."

"네? 아니 왜요?"

무슨 남자 친구가 갑자기 군대 간다는 소식이라도 들은 양 화들짝 놀란다.






그 중국집은 부부가 주인이고 그 청년은 사장님의 동생, 그러니까 부인에게는 시동생이다.

중국집이 너~~~ 무 잘돼서 돈을 많이 벌은 모양이다.


"저... 형수님이 유학을 보내주셔서요... 중국에 요리 공부하러 가게 됐습니다."

"아~~~ 전 또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으신가 해서 깜짝 놀랐잖아요. 너무 잘 됐네요. 아유 형수님 잘 만나서 유학도 가시고 정말 축하드려요!"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었고, 꽤 오랫동안 배달을 왔기 때문에 정도 들어, 마치 내 동생이 잘 된 양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축하받고 축하해주는 훈훈한 분위기는 몇 마디 주고받음으로 끝이 나고 묘한 분위기가 맴돈다.

"저, 저, 저, 그런데요... 앞으로는 저희 집이 배달을 안 하게 됐습니다."

"네??? 아~~~ 네~~~. 아쉽네요. 암튼 잘 다녀오시고 훌륭한 요리사 되셔서 다시 만나요."






축하하자마자 배달을 안 한다는 일방적인 비보를 듣자, 제일 먼저 잡채밥이 불을까, 짜장면이 불을까 생각으로

씁쓸하게 휘딱 마무리를 하고 배달 청년을 보냈다.

잡채밥을 먹는데 맛도 모르겠다.

"아니, 무슨 중국집이 배달을 안 한다는 거야? 배가 불렀어 아주... 우리가 시킨 게 얼만데!

시동생 대신 다른 사람을 구하면 되지, 무슨 베짱이냐고... 그럼 무조건 식당에 오라는 건데, 테이블도 몇 개 없던데, 혹시 확장을 하려나?"

만만하게 시켜먹던 아니 엄청 즐겨먹던 맛집 중국집이 배달을 끊어버린 일은 일종의 배신감 그 이상이었다.

그 후...

짜장면 한 그릇을 먹으려 해도 중국집을 가야 했다.

운동삼아 걸을 수 있다. 그리고 식당에 가서 먹으면 훨씬 맛있으니 좋게 좋게 생각하려 한다.

그러나...






테이블이 몇개 안되는 그 식당은 확장도 하지 않는다. 그러니 문 앞에서 기다려야 하는 일이 생겼고, 날이 갈수록 줄은 점점 길어져서 기다리다 기다리다 포기하는 횟수가 늘어난다. 그러던 어느 날 웬일인지 점심시간이 얼추 지난 3시? 전후인데 다른 때와 달리 식당 앞에 대기줄도 없고 사람도 없다.

가까이 가서 보니...

'재료 소진으로 영업 종료'

라고 쓰여 있다.

배달을 중지하고 그날그날 재료가 소진되면 몇 시가 됐던 영업을 종료한다는 방침이다.

살짝 혈압이 오른다.

중국집이 배달도 안 하고 재료 떨어지면 아무 때나 문 닫고 그래도 되는 건가?

착한 집사님은 당연히 이렇게 말한다.

"주인 맘이지, 다 사연이 있겠지. 당신 잡채밥 못 먹게 하려고 몇 년간 계획을 세우진 않았을 거 아냐ㅋㅋㅋ"

"에라이 여보슈 ㅋㅋㅋ"



(365매일읽는긍정의한줄,린다피콘:책이있는풍경)



집사님 말대로 사장님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느새 고개를 끄덕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 박혀 있는 고정관념은 여전히...

'아니지, 그건 아니지, 처음부터 배달을 하질 말던가...

이건 서비스 정신이라곤 1도 없는겨... 일종의 배신이야. 도저히 이해가 안 돼, 배달은 꼭 시동생만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꽉꽉 차있다. 그 집 사장님의 사정을 이해할 마음이 1도 없는게다.


물론 동네가 아닌 규모가 크거나, 이름이 난 맛집이나, 유명 요리사가 있는 중국집 등, 배달을 하지 않는 중국집도 많다. 하지만 빨간색으로 굵직하게, 못생기게 쓰인 중국집 이름이 쓰인 철가방, 번쩍번쩍 빛나는 은색 철가방이 정겹기만 한 나로서는 참 섭섭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중국집 철가방에 대한 향수, 나의 감성을 늘어놓으며 배달을 중지한 중국집을 성토하는 것은 오로지 내 생각이다. 고집이고 고정관념이다. 집사님이 옆에서 아무리 좋게 좋게 설명해주어도 안 들린다. 아니 귀를 막아버린다.

내 생각과 같지 않으면 들으려 하지 않는다.

편견인데 편견이 아니라며 주저리주저리 별놈의 변명을 끌어들이고 케케묵은 생각을 요리조리 말장난할 뿐이다. 하다 하다 안되면 '내가 그 집을 얼마나 좋아했는데!' 라며 생색을 내면서까지 내 주장을 합리화한다.

역시 편견의 연장이다.






케케묵은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이려면 잘 들어봐야한다.

잘 들으면 마음을 얻는 다는데, 마음을 얻지는 못해도 나의 편견으로 다른 사람을 탓하지는 말자.

왜?

편견은 나의 경험에서 형성된 것이다. 그렇다면 그 누군가도 그의 경험에서 편견이 형성되었을진...

팽팽하게 편견 싸움을 한다면 어쩔 것인가?

나 자신부터 편견을 깨는 수밖에...


'아 네... 이제 배달은 안 한다고요? 그렇군요. 아쉽네요... 그동안 맛있게 잘 먹었네요'

음... 저렇게 말했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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