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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Nov 22. 2020

수동적인 말투에서 적극적인 말투로

콩나물이 짜게 됐네... 노노노, 내가 소금을 과하게 넣네!

ㅡ365매일 읽는 긍정의 한줄ㅡ

당당하게 인정하라
We have not passed that subtle line between childhood and adulthood until we move from the passive voice to the active voice - that is,
until we have stopped saying, "It got lost," and say "I lost it. "

수동적인 말투에서 적극적인 말투로 바꿀 때, "그게 없어졌어"라기보다 "내가 잃어버렸어"라고 바꿀 때야 비로소 우리는 유년기에서 성년기의 미묘한 경계를 넘게 된다.
-시드니 J,해리스 Sydnwy J. Harris-


   

콩나물 무침을 좋아한다. 언제 어떻게 먹어도 맛있다. 담백하게 무쳐도 맛있고, 고추가루 듬뿍 빨갛게 칼칼하게 무쳐도 맛있다. 어릴 때는 콩나물을 잘 먹지도 않았고 좋아했던 기억도 없다. 그냥 엄마가 해 주면 좋아라 하고 먹었겠지... 특별한 기억이 없는데, 사회생활을 하면서 언젠가부터 콩나물의 매력에 눈이 커졌다.






등심을 노릇노릇하게 구워서 잘게 썰고, 좌르르 흐르는 육즙에 심심하게 무친 아삭아삭 콩나물을 함께 볶아 주는 등심 콩나물 볶음을 만난다.

그날이 아닌 가 싶다. 콩나물이 훅 들어온 날!

오징어보쌈집이라는데 통통한 오징어를 빨갛게 무쳐서 역시 콩나물과 함께 볶아서 갖가지 쌈에 싸먹는다.

콩나물이 점점 깊숙히 들어온다. 내게 한 걸음 한 걸음...

어느날 부터 해장국을 알게 됐다. 해장국도 종류가 많지만 맑은 콩나물국에 새우젓으로 간을 한 해장국이 꽤 맘에 든다.

그렇게 콩나물은 이쁜짓을 계속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식재료로 급등했다.






딱히 밑반찬이 마땅하지 않을 때 만만하게 하게 되는 것도 콩나물 무침이다. 명절에 제대로 몸값을 올리는 시금치는 평소에 2천원을 하던것이 7,8천원까지도 오른다. 콩나물은...

왠만하면 그냥 그렇게 몸값을 받는다. 그러니 쉽게 손이 간다.

콩나물을 무치는 방식도 집집마다 다르다.

끓는 물에 콩나물을 2~3분 삶아 건져 양념을 하여 무친다. 간마늘, 다진 파, 고추가루, 소금...

마지막에 소금이 쬐끔 과하게 들어갔다 생각했는데... 이런, 역시 조금 짜다.

살짝 찔리는 맘으로 집사님 간을 본다.


"콩나물 좀 드셔보셩~~~"

"음..."


짠 게 틀림없는데...

"괜찮은데?"

"짜지 않우?"

"밥반찬이 간간해야지... 조금 짠가?"
"그취~~~ 짜게 됐네. 에휴ㅠ"




(365매일읽는긍정의한줄, 린다피콘:책이있는풍경)



음... '짜게 됐네'라고 말한다. 누가 했는데?

내가 했지 ㅋㅋㅋ

그럼 '내가 소금을 과하게 넣네... 그러니 짜지. 집사님 짜게 드심 안되는뎅, 조금씩 드셩'

라고 말해야 하는데...

마치 다른 사람이 한 것모냥 짜게 됐다고 말한다.






하루에도 골백번을 찾아댄다. 안경에, 립밤에, 핸드폰에...

'안경이 어디갔지? 핸드폰이 없어졌어! 차키가 안보이네!'


안경이 발이 달렸나? 핸드폰은? 차키도 마찬가지!

''내가 안경을 어디다 뒀지?'

'핸드폰을 마지막에 어디서 썼더라?'

'차키를 또 아무데나 뒀나보네'


안경도 핸드폰도 차키도 다 내가 어디에 둔 것인데, 내가 기억을 못 하는 것이다.

아주 사소한 것인데 내 잘못을 인정하는 방식으로 표현하려 하지 않는다.

수동적인 말투에 익숙해 있다. 적극적인 말투로 바꾸면 쿨하게 보일 텐데 말이다.






콩나물도 내가 짜게 무쳤고, 안경도... 다 내가 소홀히 관리를 한 것이다.

순간 자신도 모르게 벌어진 실수에 대해 변명과 핑계를 일삼는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아니 남편 앞에서 조차 잘못을 시인하고 싶지 않은 거다.

그러나...

자신이 잘못했다는 사실은 남보다 자신이 제일 잘 안다.

다만 인정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슬쩍 수동적인 표현을 빌어서...


수동적인 말투에서 적극적인 말투로 쿨하게 바꿔보자.

그러면 비로소 유년기에서 성년기의 미묘한 경계를 넘게 된다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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