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오징어 있나?"
집사님이 슬쩍 무심한 듯 물어본다. 이것은????
암호다.
오징어로 뭔가를 하겠다는 강한 메시지를 읽어달라는 말이다. 이때다! 맘 변하기 전에 덥석물어야 한다.
"그럼 그럼 마트에 없는 게 있나? 오징어는 매일 있지. 혹시... 오징어 볶음 해주려고?"
"그 누구 나오는 프로 있잖아..."
"아... 알지. 근데 거기에서 오징어볶음을 했나 보구나. 그랬구나~~~ 그럼 하셔야지."
틈을 주면 안 된다. 밀어붙여야 한다.
"오징어만 사면 돼? 필요한 거 메모하셔 빼먹지 않게!"
맘이 변할 새도 없이 낚아챈다.ㅋㅋㅋ
간혹 방송에서 연예인 부부가 나와 일상을 이야기한다.
아내의 말이...
남편이 라면을 끓여준다더니 싱크대 위에 라면 봉지를 그대로 내버려 두고 수프를 질질 흘리고 해서 밉상이란다.'
에구 답답! 그렇게 지적질을 하면 나라도 다시는 안 끓일 것 같다. 일단 라면을 먹고 공을 칭찬해주고 기회를 잡아 뒤처리도 잘 가르쳐 주면 될 것을 말이다.
요리를 얻어먹으려면 지혜가 필요하다.
세상에 공짜? 없다.
마트에서 오징어를 산다. 집사님이 표고버섯이 필요하단다.
"표고버섯을 사야 하는데..."
표고버섯이 비싸니 살짝 눈치를 본다. 내가 한다면 당연히 표고버섯을 안 넣고 할 테니 말이다.
'그냥 양파랑 대파랑 당근만 착착 썰어넣어도 양념만 잘함 맛있겠건만...'
속으로 부글부글 끓지만 참아야 하느니라 ㅋㅋㅋ
요리 초보는 레시피대로 해야 맘이 편한 법... 모른 척한다.
"우와~~~ 표고에 피망에 진짜 맛있겠다 ㅋㅋㅋ"
집사님이 해맑게 씨익 웃는다.
꽁꼼씨 집사님 표 오징어 볶음!
Goooooooooooooooooooo!
ㅡ집사님's 오징어 볶음ㅡ
Yummy!요리 준비!
재료
오징어 -두 마리
표고버섯- 세 개
양파- 반개
당근-반개
피망- 반개
청양고추-두 개
홍고추-두 개
청경채-여섯 개
전분물- 전분 2큰술, 물 반 컵
간장-5큰술
소금, 후춧가루
-고추기름-
고춧가루-3큰술
다진 마늘-4큰술
대파 한 개
식용유 (포도씨유)- 4큰술
Yummy!요리 시작!
달군 팬에 고추기름 낼 재료를 볶는다.
"저기요 좀 보여주슝! 운제 간을 하나용!"
"지금 하는 거야~"
뭐 이런! 이 느낌은 뭐지? 뻔한 간을 하는데 세상에서 혼자 아는 듯 보여주지 않으려는 묘한 느낌은?
암튼 이때,
대파와 다진 마늘을 볶은 후 진간장으로 간을 한단다.
오징어는 깨끗이 씻어서 칼집을 낸다.
"그... 파채 써는 칼 있었지?"
슬슬 올라온다. ㅋㅋㅋ
"파 채칼? 잘 안 써서 찾아야 하는데?" 살짝 목소리를 높였는데도 기어이 달란다.
파 채칼로 끙끙해보더니 안 되겠나 보다 ㅋㅋㅋ 포기한 듯 다시 식칼로 칼집을 낸다.
칼이 잘 안 드는지 용을 쓴다.
'에휴 괜히 해달라고 했나...' 싶다.
결국은 한 마리는 파 채칼, 한 마리는 식칼로 완성이다.
껍질은 타우린이 많으니 일부러 안 벗긴다는데 ㅋㅋㅋ 살짝 냄새가 난다.
껍질 벗기기는 자신이 없는 게지 ㅋㅋㅋ(구욤)
얌전하기도 하지 홍 집사님!
야채를 정갈하게 준비하심.
(내가 한다면 썰자마자 척척 투하!)
요리사의 계획이 있겠지? 했더니...
한꺼번에 넣고 볶는단다.
살짝 허접한데? ㅋㅋㅋ
야채를 다른 후라이팬에 볶아야 한단다.
요기서 또 한 번 발끈 불덩이가 쑥!
(내가 하면 당연히 같은 후라이팬에 휙휙)
'우쒸! 설거지는 내 담당인뎅 에휴ㅠㅠㅠ 참아야 하느니라 ~~~
따로 볶은 야채를 볶아놓은 고추기름 재료에 더해서...
쉐킷 쉐킷!
오늘의 주인공 오징어가 몸을 던지고!
"전분물을 만들어야 하는데 2스푼에 물 반 컵으로 좀 만들어 주슝"
"전분물을? 내가? 우쒸~"
또 훅 올라온다.
사실 전분물 만들고 그런 게... 귀찮은 일인데 말이다.
참아야 하느니라 ㅋㅋㅋ
"아예~~~"
대개 요리를 하면 첨부터 끝까지 내가 손도 못 대게 혼자 다 하는 집사님이 오징어볶음은 난코스였나? 했는데 ㅋㅋㅋ
아하 ~ 곧 드라마 시작되는 시간이 되니 맘이 급했던 게다.
암튼 그렇게 중매쟁이 전분물이 스르륵 들어가니...
난리 났네 난리 났어ㅋㅋㅋ
휘감긴 재료들이 한 몸이 된다.
지글지글 서로 몸을 비빈다.
전분을 넣을 땐 조금씩 빠르게 뭉치지 않게 넣는 게 포인트!
마지막 신의 한 수, 청경채를 훅!
청경채 숨이 죽으면 끝!
부족한 간은 소금으로!
그릇에 담고 참기름 또르르, 깨 솔솔!
"우와~진짜 맛있는데? 역시 요리는 정성이야!"
"맛있다니 다행이네."
"레알 진짜 맛있어!"
"앞으로 오징어 볶음은 당신 메뉴당! 난 이렇게 못혀!ㅋㅋㅋ"
맛있게 먹다가 훅!
목이 멘다.
오징어 볶음을 먹을 때면 늘 생각나는 사람 엄마, 언니, 남동생...
엄마가 제일 잘하는 메뉴 중 하나가 오징어 볶음이다. 요즘 같지 않게 엄마가 오징어볶음을 할 때는 오징어가 흔하고 가격이 저렴했다. 만원이면 온 가족이 충분히 먹을 정도니... 엄마가 자주 오징어 볶음을 한 이유를 나중에 알았다.
오징어볶음은 언니와 나, 남동생 3남매가 모두 좋아했던 메뉴이고, 신기하게 집사님까지 나의 아들까지 엄마의 오징어볶음 왕팬이었다. 특히 남동생이 제일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남동생에게 항상 언니는 오징어볶음을 해 준다. 나는 언니만큼 맛있게 못해 오징어볶음은 언니 몫이다. 더구나 코로나로 힘든 남동생이 혼자 있으니 언니는 엄마 맛이 나는 오징어 볶음을 해주는게다.
언니도 이제 나이를 먹으니 어깨가 아파 옷을 갈아입기 힘들 정도로 아프다면서 기어코 남동생이 좋아하는 오징어 볶음을 해주고 왔단다. 코로나로 쉬니 언제나 해 주겠냐면서 ㅠㅠㅠ
너무 마음이 아프다...
카톡으로 사진을 보내달라고 했다.
엄마 밥상이다. 동생이 닭도 엄청 좋아하니...
역시 형만한 아우?
없다.
갑자기 코끝이 시리더니
사진이 이중삼중으로 보인다ㅠㅠㅠ
숨을 크게 들이쉬고
리엑션 문자로 보답한다.
에휴ㅠㅠㅠ 또 간단다.
"아니 지난번에도 갔다왔담서 몸도 안 좋은데 뭘 또가?"
"그래도 코로나때나 내가 가지 언제 가니ㅠㅠㅠ 하루하루 아무 일 없는 것도 감사한데 오징어볶음이 뭐 어렵다고... "
막내 동생이 병원 응급실 직원으로 일을 하니 언니도 나도 온 식구가 걱정이다.
오징어 볶음 ㅠㅠㅠ
나이가 들면 미각이 무뎌진다는 걸 내가 나이를 먹으면서 알게 되니...
철딱서니 없이 엄마에게 던진 말들이 마음에 남아있다.
"엄마! 오징어 볶음 맛이 왜 이래? 옛날 맛이 안나! 짜기만 짜고"
"짜기는 뭐가 짜! 니 언니는 잘만 먹는데. 암튼 지 아빠 안 닮았다고 할까봐 입이 귀신이야!"
엄마 말이 맞다. 내 입이 귀신이다. 엄마 말에 의하면 야쿠르트 날짜 지난 것도 언니는 후룩 마시는데 나는 꼭 이랬단다.
"엄마! 이거 이거 날짜 지난 거 아냐?" ㅋㅋㅋ
오징어 볶음이 짜다니 엄마가...
"이제는 짠지 싱거운지 맛도 모르겠다ㅠㅠㅠ "
"왜 또 그르셔~~~"
"그러게 말이다. 너도 엄마 나이 돼봐라..."
언젠가 아들이 이런다.
"엄마! 좀 짠데?"
"짜긴 뭐가 짜!"
에휴ㅠㅠㅠ 엄마 마음이 이랬구나...